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불 옆에서 음식을 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날들.
집안에 에어컨 빵빵 틀어 놓고 가스 불을 켜고 싶지 않은 마음들.
이럴때마다 인덕션으로 바꾸고 싶지만 가스레인지에 너무 익숙해 져 있어서 아직도 망설이는 내 모습을 보면서 더운 여름 집에서 해 먹은 음식들을 되짚어 본다.
더워도 불 옆에 아예 서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 집밥인 듯 싶다.
우리 식구들은 반찬은 없어도 국물은 있어야 밥을 먹는 사람들이라 된장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불 위에 다시물을 내기 위해서 올려 놓고 난 불에서 멀찍이 떨어 진 곳에서 재료들을 썰었다.
감자나 무가 있어도 맛있는데 이날은 무도 감자도 없는 날이었나보다.
집에 두부, 버섯은 떨어지지 않도록 비치를 하고 있어서 두부랑 버섯을 넉넉히 넣고 이 날은 호박도 있어서 넣었다.
한꺼번에 다 썰어 두고 다시물이 끓어 오르면 된장 풀고 바로 모두 투하 시켜서 끓이면 되니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끓인 된장찌개는 식구들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내 된장은 맛이 없다고 하더라.
내가 먹어봐도 그닥 맛있는 된찌는 아닌 듯 싶다.
같은 된장, 같은 재료, 같은 조리법으로 끓여도 엄마의 그 시원한 된장맛을 흉내내지 못하니 이게 바로 손맛인가 보다.
떡만두국을 끓였다.
불 옆에서 이것 저것 할 필요 없이 시판 사골육수 한봉과 동량의 물을 넣고 팔팔 끓으면 떡국떡과 만두를 한꺼번에 넣고 다시 부르르 끓으면서 떡국떡이 떠 오르면 계란을 툭 깨어 넣는다.
지단을 부치고 하는 번거로운 과정은 바로 생략하고 최대한 불 옆에 붙어 있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하니 그냥 깨어 넣은 계란이 익을 정도로 살살 두어번 저어 두고 다시 끓으면 불을 끈다.
큰 대접에 후추를 넉넉하게 뿌리고 떡만두국을 담은 다음 그 위에 고명으로 김가루를 뿌리면 간단한 한끼 해결.
이 간단한 메뉴를 무어 그리 장황하게 적었냐고 물어 본다면 그냥 더워서 불 옆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자세히 적었다고 할 예정이다.
끓기 전에 불 옆에서 떨어져 있다가 끓을 때즈음에 불 옆에 가서 잠시 보면 되는 거니까.
올 여름은 샌드위치를 정말 자주 만들었다.
공부 하는 딸의 점심으로 후리가케를 뿌린 주먹밥과 샌드위치, 유부초밥을 만들어 줬었다.
딸의 개인적인 선호는 유부초밥이나 샌드위치 쪽인듯 한데 만들기 쉬운건 후리카게 주먹밥이라 유부초밥이나 샌드위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넣어 주려고 하고 있다.
맛있어 한다고 그걸 주구장창 만들어 주면 그것조차도 익숙해 지면서 다른 맛을 찾을 것 같아서.
빵은 버터 발라서 굽고 한쪽면은 칙필에이 소스를 다른 쪽은 마요네즈와 스리랏차를 섞은 소스를 바르고 내용물을 넣어 주면 되는 간단한 샌드위치이지만 역시 주먹밥이 내가 편하네.
오랜만에 감자와 당근을 넣은 카레를 만들었다.
한동안 스튜 같은 카레에 재미를 붙여서 양파 많이, 쇠고기, 토마토를 볶아서 푹 끓인 다음 고형 카레 조금 넣고 토마토 소스 부어서 만들어 먹었었다.
그런데 딸이 일반적인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감자 깍고 당근 썰어서 만들어 봤다.
이것도 불 옆에 오래 붙어 있지 않아도 되서 여름에 만들어 먹기 좋은 듯 싶기는 하다.
그럼에도 난 토마토 스튜 같은 그 카레가 더 맛있는데 언제 한번 만들어야 겠다.
그건 양파를 푹 끓여야 맛있는 카레라서 찬바람 솔솔 불어 올 때 만들어야할 듯 싶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반찬을 할 것은 없고 냉털을 하기에 좋은 음식 중에 볶음밥 만한 것이 있을까.
김치 볶음밥은 김치를 꽤 오래 볶아야 맛이 나는데 햄 볶음밥은 스팸을 잘게 썰어서 전기 주전자로 끓인 물에 데쳐서 후라이팬에 양파와 함께 넣고 양파가 익을 때까지 볶다가 밥 넣고 볶으면 끝이니 정말 간단한 반찬이다.
스팸을 하나 꺼냈는데 남겨 놓기 정말 싫어서 다 넣고 밥을 볶았다.
밥보다 스팸이 더 많은 볶음밥이 되었는데 한번 데쳐서 그런지 짜지 않아서 먹을만 했다.
이렇게 스팸이 많이 들어갈 때는 볶음밥에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건 일석 이조인건가.
또 샌드위치를 만들었구나.
양상추를 구입해서 넣고 햄, 계란, 치즈는 똑같이 넣고.
아마도 소스도 앞 주에 만든것과 똑 같이 넣었을 것 같다.
항상 똑같은 이 샌드위치를 잘 먹어 주니 좋긴 한데 역시 주먹밥이 편하다.
집에 사다 둔 후리가케가 다 떨어져 가고 있어서 조만간 후리가케 쇼핑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무난하게 맛있는 건 일본에서 구입해 오는 계란과 김 후리가케인데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건 밥이랑 야채랑 이런 거라 조금 아쉽다.
반찬이 없을 때면 버섯을 볶는다.
팽이버섯, 새송이버섯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버섯은 아무래도 느타리 버섯인듯 싶다.
느타리 버섯은 된찌에 넣어도 맛있고 불고기에 넣어도 맛있고 이렇게 볶아도 맛이 좋다.
팽이는 아삭한 식감이 좋기는 하지만 맛 자체는 크게 좋은 지 모르겠고 새송이는 식감이 쫄깃하지만 맛 자체는 그리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고기나 된찌에 넣어도 맛이나 식감이 잘 어울리는 건 아무래도 느타리 버섯인것 같다.
요즘 새송이로 여러가지 나물처럼 무쳐 먹는 것을 많이 봤는데 생각보다 도전이 안 해 지는 메뉴더라.
식구들이 들깨가루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 몫 하지 싶다.
동생이랑 의기투합을 했다.
더운 여름 이열치열로 전을 구워서 나눠 먹자고.
동생이랑 같이 준비하고 전을 부치는데 마치 명절 전날 같은 느낌이 났다.
명절 전날 전부치기를 하려면 귀찮고 괜하 하는 일 같은데 일상 중에 이렇게 한번 해 먹는 건 그냥 소소한 재미가 되는 듯 했다.
동생이 휴대용 1구 인덕션을 가지고 와서 그 곳에서 전을 부치니 생각보다 많이 덥지는 않았다.
물론 달궈진 후라이팬과 기름은 열기를 뿜뿜 하지만 옆에서 조카랑 딸이 구워져 나오는 전을 먼저 먹어 보겠다고 실랑이를 하는 모습도 즐거웠다.
가끔은 이렇게 이벤트처럼 전부치는 날을 정해도 좋을 듯 싶다.
무난하게 해 먹는 청포묵김가루 무침.
예전에는 미리 계란 지단을 노란색, 흰색으로 부쳐두고 잔파나 미나리도 준비해 두고 거기에 힘도 조금 더 넣어 준다면 쇠고기채도 볶아서 청포묵이랑 같이 무쳤었다.
세월이 지나고 지금은 모든 것이 간단하게 간략하게 하기를 원하면서 청포묵만 김가루, 참기름, 간장, 깨를 넣고 부친다.
다행히 식구들은 이것 저것 많이 들어간 탕평채 스타일의 청포묵보다는 이렇게 간단하게 무친 걸 더 좋아하더라.
여러가지 많이 들어가지 않은 간단한 음식을 좋아해 줘서 정말 다행이다.
청포묵은 주변 마트에서는 살 수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는데 아직 입맛에 맞는 청포묵을 찾지 못했다.
조금 더 찾아 봐야 할 듯 싶다.
또다시 샌드위치 타임이구나.
일주일에 한번꼴로 만들기는 하는데 주먹밥 사진을 찍지 않다보니 샌드위치만 주구장창 만들어 준 것같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치즈는 빼고 샌드위치는 만들었는데 왜 뺐을까?
소스나 나머지는 비슷하게 들어갔는데.
가끔 집에서 만들어 먹어 보고 싶은데 도시락을 만들다 보니 집에서 먹지는 않는다.
왠지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도시락을 싸 줄 수 없을 듯한 느낌적 느낌이려나.
콩나물 한 봉을 구입하면 한번에 다 먹기 힘들다.
일부는 콩나물김치국이나 맑은 콩나물국으로 끓이고 나머지는 이렇게 무침을 하게 된다.
콩나물의 콩을 먹는 걸 좋아해서 최대한 버리지 않도록 챙겨서 나물을 만들다보니 콩나물이 아니라 콩무침 같이 되어 버렸다.
콩나물에 고추가루를 넣고 무치는 것도 방법인데 개인적으로 고추가루를 넣지 않고 참기름과 소금으로만 무치는게 더 좋다.
내 취향에 따라서 식구들은 주면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 우리집이다.
인터넷으로 아보카도를 주문했다.
6개였나 7개 들이 팩이었는데 며칠 후숙 해서 잘 익은 아보카도로 명란비빔밥을 만들었다.
명란비빔밥에 상추나 양상추를 채 쳐서 같이 넣으면 좋겠는데 식구들의 엄청난 반대에 아보카도를 1인 1개씩 넣어주고 명란 넉넉히 넣고 김가루를 올렸다.
계란 후라이와 참기름을 둘러서 비벼 먹는데 야채가 없어도 맛이 좋더라.
만들기도 간단해서 종종 만들어 먹어도 좋을 듯 싶었다.
식구들은 명란아보카도비빔밥을 먹고 나니 속이 편하다고 해서 종종 만들기로 했다.
여름이면 항상 콩국수를 먹고 싶다.
콩물을 사서 국수를 삶아 먹기도 하는데 식구들이 밀가루를 저녁에 먹기 싫다고 하더라.
마침 냉동실에 포두부도 있었으니 해동시켜서 썰고 두유, 두부, 땅콩버터를 넣고 갈갈해서 콩물을 만들었다.
처음 해 본 방법인데 이건 두번 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일단 두유는 무가당 두유를 사용했는데 땅콩버터 때문인지 콩물이 너무너무 달았다.
내 입에만 달았던 것이 아니라 식구들 모두 콩물이 달아서 먹기 힘들정도라고 했다.
아마도 땅콩버터 때문에 많이 달아 진 것 같아서 다음에는 땅콩버터 넣지 않고 만들어 보겠다고 했는데 식구들이 반대했다.
그냥 콩국수는 식당에 가서 사 먹는게 제일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아보카도 명란비빔밥을 하고 남은 아보카도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야채류 빼고 계란과 아보카도만 넣어서 만들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 줬는데도 딸은 맛있다고 하더라.
역시 아보카도를 조금 더 주문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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