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야구를 처음 본 것은 대학생때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의 야구 경기는 너무도 재미있었고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지역 감정이 격했던 시대상과 맞 물려서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가서 격돌하는 그 경기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야구에 흥미를 잃었는데 딸이 야구에 빠져서 살고 있는 덕에 추석 연휴 사직 구장 경기를 딸과 함께 직관할 수 있었다.
부산으로 여러번 놀러 오고 쇼핑도 오고 관광도 왔었지만 사직은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건 운동 경기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축제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들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나랑 딸도 당연하게 롯데의 유니폼을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왔었다.
경기는 2시에 시작하지만 11시 30분쯤에 사직 구장에 도착해서 주차는 사직 구장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점심을 먹고 하는 동안은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도 유니폼을 입고 점심을 먹거나 주변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구장 안에도 편의점이 있고 먹거리 가게들이 많이 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고 과자류들이 다양하지는 않았다.
우리도 구장에 들어가기 전 구장 앞 편의점에서 홈런볼과 프레첼 과자, 생수를 미리 사서 구장으로 들어갔다.
맥주는 집에 사다 둔 것이 많아서 그걸 3캔 들고 왔었다.
여행 다니면서 소소하게 구입해 둔 맥주들이 각각 종류별로 하나씩 있었는데 전날 동생이랑 같이 갔던 마트에서 갑자기 눈에 띈 맥주를 530㎖ 큰 사이즈 캔으로 6개짜리 팩을 구입했었다.
그 팩 하나면 우리집은 일년 내내 냉장고 속을 떠 돌아 다닐 그런 용량인데 구입을 했으니 내가 뭔가에 씌였었나 보다.
여튼 그렇게 구입해 둔 맥주 3캔과 내가 마실 음료수까지 2병을 보냉백에 챙겨 왔기 때문에 생수와 과자류만 미리 구입했다.
구장 앞 편의점도 많이 복잡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 였기에 딸만 들어가서 구입해 왔다.
사직구장은 한번 입장을 하면 나갔다가 재 입장이 가능하다.
들어 왔다가 나가려면 처음 입장한 곳으로 나갈 수는 없고 옆에 작은 입구에 재입장이 가능한 출입구가 따로 있었다.
이 곳에서 손등에 도장을 찍고 나가면 들어 올 때는 그 도장을 확인하고 그냥 들어 올 수 있다.
미드 같은 곳에서 클럽 입장 할 때 손에 야광 도장을 찍는 걸 봤는데 사직에서 내가 그 야광 도장을 찍었다.
재입장 할 때 작은 자외선등을 비추니 손등에 형광의 도장 형태가 떠 올랐다.
우와 하며 감탄을 하고 싶었지만 옆에 있는 딸이 그런 과장된 액션을 싫어 하는 편이라 조용히 삼켜야 했었다.
보냉백이랑 가방은 우리 좌석에 두고 응원용 짝짝이를 구입하고 먹거리 살 만한 것이 잇는가 돌아 봤다.
응원용 짝짝이는 롯데의 경우 손바닥 모양이었는데 빨간색과 흰색 두가지 모양이 있었다.
흰색은 중간에 파란색이 들어가 있었고 빨간색은 검정색이 들어가 있었다.
딸이 이미 두가지 짝짝이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빨간색 짝짝이는 부서졌다면서 이번에 새로 하나 더 구입을 했다.
먹거리는 그닥 땡기는 것이 없어서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위 사진의 왼쪽에 길게 늘어선 줄들은 기념품샵에 들어 가기 위한 줄이 아닌 선수들 포토카드를 뽑기 위한 줄이었다.
선수들의 포토카드는 키오스크에서 직접 선택해서 뽑을 수 있었는데 여러대의 키오스크가 있었지만 줄이 얼마나 길던지 윗층까지 줄을 서서 있었다.
다행히 딸은 포토카드를 뽑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저 줄을 서 있을 필요는 없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먹을 것도 사고 이것저것 돌아보다가 조금 이르게 좌석으로 왔다.
꽤 넓은 구장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
딸이 처음에는 테이블 좌석을 예매 하려고 했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응원석으로 예매를 했다고 했다.
테이블 좌석은 쉬는 날이라 그런지 가격이 너무 비쌌고 위치도 해를 정면으로 봐야 하고 경기 내내 햇빛에 노출 되는 자리라 포기했다고 했다.
그 다음은 외야석으로 구입을 하려고 했는데 외야의 경우 내가 너무 재미 없어 할 까봐 포기하고 응원석으로 예매를 했다고 했다.
나야 야구장이 처음이니 딸이 가자는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신세였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 할 거리는 없었다.
경기 시작 전 준비하는 과정에 마스코트들이 나와서 율동(?)을 했다.
이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햇살이 꽤 뜨거운 날이었는데 마스코트 인형 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딸의 말에 의하면 마스코트 인형 탈 안에는 쉰내가 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하더라.
이 날의 경기는 롯데 와 삼성의 경기였다.
두 팀의 전적이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고 딸을 따라 경기장에 온 나로서는 그냥 그렇구나 볼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과 롯데의 흰색 유니폼이 대비가 잘 되어서 구분하기 좋구나 이런 단순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삼성은 원정 경기임에도 팬들이 많이 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구장 밖에서도 파란색 삼성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딸의 말에 의하면 어느 구장을 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삼성의 홈 구장인 대구 라이언파크에 가면 삼성 팬들 외에도 원정 팀의 팬도 저렇게 많은 비율로 경기장을 채운다고 하더라.
하긴 그러고 보면 딸도 라이언파크는 벌써 몇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경기가 시작되자 구장이 사람들로 꽉 찼다.
경기장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롯데 팬들이 다른 쪽은 삼성 팬들이 앉는데 이건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이 있다고 했다.
경기장은 거의 다 들어차서 원정팀의 외야 쪽 말고는 사람들이 거의 다 들어와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꽉 찬 경기장의 모습은 또 다른 흥분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인 듯 했다.
롯데의 응원은 꽤 재미있었다.
응원가도 단순해서 처음 왔지만 따라 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흥을 돋우는 응원도 많아서 이런 재미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롯데가 공격을 할 때가 되면 경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다들 자리에 일어나서 한 몸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하기 때문에 그 응원을 따라하기 바빠서 경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롯데의 공격이 끝나면 다들 자리에 앉아서 음료수도 마시고 하면서 쉬면서 경기를 볼 수 있는데 삼성의 공격이 끝나고 다시 롯데의 공격 차례가 돌아오면 다들 마시던 맥주도 자리에 두고 일어나 짝짝이를 들고서 응원을 한다.
응원을 따라 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재미 있어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큰 리스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경기만 보라고 했으면 나같은 초보는 재미 없다고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뭘 알아야 경기를 보는데 룰이고 뭐고 다 잊어 버린 나에게 야구 경기는 미지의 게임이었으니까.
이날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에게 이겼다.
초반 한시간 넘는 시간은 햇살 때문에 너무 뜨겁고 힘들었지만 해가 지면서 그늘이 자리를 덮으니 시원해서 경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야구 팬들의 응원 문화도 너무 재미있고 그들끼리 정해둔 룰이 잘 지켜지고 있어서 이 또한 보기 좋았다.
경기를 제대로 이해 못 한다고 해도 응원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어서 아마 내년 시즌에도 딸이 야구장 가자고 하면 따라 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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