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여러번 다녀 왔다.
일 때문에 올라가기도 했고 교육이 있어서 가기도 했고 심지어 학술대회 참석차 올라가보기도 했다.
오롯이 놀기 위해서 간 적은 없는 듯 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올라갔을 때 교통의 편리성과 알고 있는 곳 위주로 갔던 곳만 다녔기에 주로 종로 3가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그 주변만 걸었다.
청계천, 광장시장, 인사동 쌈지길 정도.
이번에 딸을 데리러 올라가서 처음으로 강남에 숙소를 정하고 종로가 아닌 곳을 처음으로 가 본 경험을 해 봤다.
그 중 서울에 있으면서 딸과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있었을 때 들렸던 대학로를 잠시 걸어 봤다.
2023.02.04 - [감상문/공연] - 대학로 소극장 코델아트홀에서 공연한 "진실게임"
대학로는 소극장 공연을 보고 싶어서 가기로 결정을 했고 딸과 헤어져 혼자 버스를 타고 다녀 와야 했던 곳이다.
소극장 연극 한편을 현장 예매를 하고 연극이 시작되기 전 아주 잠깐 걸었던 길이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대학로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소극장 공연 관람을 위주로 올라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천천히 거리를 걸어 보고 카페에서 분위기를 음미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광장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정면을 바라 봤을 때 보이는 곳으로 뭔가 분위기가 조금 다른 듯했다.
이건 내가 대학로라는 공간에 가진 선입견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냥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이었다.
뭔가 공기 조차도 다른 듯한 느낌이었다.
붉은색 벽돌 건물 앞에 있는 레터링 간판? 기둥?
왠지 저 건물과 기둥이 낮설지 않았다.
내가 대학로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 분명한데 저 모습이 낮설지 않다는 것은 어디선가 저 모습을 그림 또는 사진으로 접했던 것 같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대학로라는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 내려주는 듯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드디어 대학로에 진입을 했구나 싶었다.
광장을 통과해서 나오면 바로 골목 골목 대학로의 거리로 접어 든다.
가겹게 본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골목길이다.
그런데 대학로라는 이름과 공간이라는 나만의 편견이 이런 골목 조차도 뭔가 새롭게 보여지고 있었다.
뭔가 정형화 되지 않았고 규격화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랄까.
그냥 이 날은 나만이 만든 분위기에 편승한 것 같기는 하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는 그친 날이었다.
하늘은 한껏 우중충했고 그 덕에 가게를 밝히는 주광색의 등이 따스해 보이는 날이었다.
저 불빛에 이끌려 잠시 들어가 소박한 컵 한잔 또는 음식 접시를 앞에 두고 앉고 싶었지만 가장 큰 목적인 공연 예매 시간과 관람 시간때문에 눈으로 겉모양만 보고 돌아 서야했었다.
따스했지만 센치함을 부르는 풍경이었는데 지금 사진으로만 봐도 그때 그 기분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나 원래 이렇게 감성적이지 않은 사람인데.
공연 티켓을 구입하고 난 다음 잠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대학로를 조금 더 걸었다.
길을 걷다가 만난 좁은 골목.
골목 자체도 반층 정도 아래로 내려가는 위치였는데 이발관 간판이 뭔가 정겨웠다.
기교가 많은 간판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적나라한 간판이었는데 이런 간판이 귀엽다니.
이발관 뒤로 보이는 한옥을 사용한 가게도 뭔가 이발관 분위기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었다.
이 순간 나는 모든 것이 다 정겹고 따스해 보이는 날이었나 보다.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길.
한참 언덕을 씩씩 거리며 올라가다가 뒤돌아 봤더니 앞만 보고 가면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보였다.
앞만 보고 걸었을 때는 삭막했고 내가 평소 서울에 대해 가지는 그 느낌 그대로였는데 뒤돌아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 날 감정적으로 아주 말랑말랑해 져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 거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니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덕을 다 올라 왔을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공원이 있는 듯 했고 깔끔하게 정리된 도로가 산책하기 좋아 보였다.
하지만 난 공연 시간이 있어서 이 도로를 걸어 보지는 못했다.
조금 빠르게 서두른다면 잠시 걸을 수 있을 듯 했지만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산책은 포기했다.
이 곳까지만 와 보고 난 되돌아서 공연장을 향해 걸음을 되짚었다.
공연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스토리 전개가 너무도 식상하고 클리쎄 투성이라 공연 중간 잠시 졸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대학로를 잠시 맛 본 것은 잘 했다 싶었다.
물론 이날의 내 감정이 멜랑꼴리 해 져 있었기 때문에 모든것이 다 포근하고 정겹게 느꼈고 공기의 분위기가 여타 다른 곳과 다르다 느꼈지만 이 거리를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품게 되었다.
공연을 보고 난 다음 다시 이 거리를 걸어 보고 싶었지만 저녁시간대라 낮선 곳에서 혼자 헤매는 건 그닥 내키지 않아서 딸이 있는 숙소로 되돌아가는 아쉬움도 크게 남겼다.
다음에는 서울에 가게 된다면 이 곳 근처로 숙소를 정하고 대학로를 천천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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