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많이 게으른 것 같다.
쇼핑을 하고 물건을 구입해 오면 그 물건을 바로 정리해야 하는데 한번씩 그걸 잊어 버릴 때가 가끔 있다.
이번에는 구입해 온 귀리를 싱크대 하부장에 넣어 두고 잊어 버린 채 서너달을 지냈다.
그 동안 귀리를 꺼내 밥을 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혼합 15곡을 새로 구입해서 잡곡밥을 해 먹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띈 귀리.
아차 싶어서 꺼내어 집에 있던 백미랑 찹쌀이랑 섞어서 통에 담았다.
섞어서 통에 담고 보니 보이는 것.
쌀벌레가 생겨 있었다.
귀리만 있었을 때 발견 했으면 귀리는 5kg정도였으니 그대로 폐기를 했을 텐데 쌀과 찹쌀과 섞어 버려서 이건 폐기하기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쌀만 있었다면 쌀 벌레 제거 후 떡을 해도 되지만 이건 귀리가 썩여서 그것도 못 하겠고.
급하게 인터넷을 뒤졌다.
쌀 벌레를 없애는 방법은 여러개지만 햇살이 잘 드는 베란다에 펴서 말리는 건 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고 마늘이나 기타 벌레 제거제를 넣는 건 이미 생긴 후에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찾은 한가지 방법.
쌀과 섞지 않은 귀리를 페트병에 담아 놨었다.
그리고 쌀과 귀리를 섞은 곳에서 쌀벌레를 찾았고.
그래서 준비를 했다.
쌀 벌레 생긴 곡류, 화장솜, 작은 그릇, 알콜
알콜의 경우 집에는 알콜 스왑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알콜이 없었고 약국에 사려고 보니 마침 코로나 사태가 급박해 지면서 약국에도 알콜이 떨어졌었다.
그래서 급하게 동생네에서 얻어 온 알콜.
먼저 페트병에 담긴 귀리를 밀폐 가능한 넓은 통에 부었다.
귀리를 붓자 마자 튀어 나오는 쌀벌레.
으이구 싶었지만 일단 저 아이는 휴지로 잡아 내고 통에 부어줬다.
통에 쏟아 부은 귀리 위에 작은 그릇을 올리고 그 안에 화장솜을 넣었다.
그리고 그 화장솜 위에 알콜을 흠뻑 부어서 적셔 준다.
다음 뚜껑을 잘 덮어서 밀폐가 되도록 한다.
통에 알콜을 담고 뚜껑을 덮으니 쌀벌레들이 통의 벽을 타고 기어 나오는 것도 있었다.
저 아이를 잡아 내고 싶지만 일단 이대로 5~7일동안 방치 하기로했다.
그 동안에 알콜에 의해 쌀 벌레들이 죽는다고 한다.
사용한 통은 다있는 곳의 플라스틱 밀폐 용기.
예전에 무엇때문에 구입했는지 몰라도 저 통을 구입해서 한번인가 사용하고 그 뒤로 창고에 재활용 할 지퍼백을 담아 두던 통이었다.
넓은 밀폐 용기가 필요해서 급하게 꺼내어 사용했는데 쌀벌레 까지 보이니 잘 한 듯.
김치냉장고용 통은 불투명이라 안 쪽이 보이지 않는데 이건 잘 보인다.
위 사진은 쌀, 찹쌀, 귀리를 섞어 둔 통.
귀리를 담은 통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벌레가 잘 보이지 않아서 이 통 사진으로 결과 확인하기.
알콜을 붓고 7일 정도 경과 한 후의 모습이다.
쌀벌레가 죽어 있었다.
처음 통의 뚜껑을 열려고 할 때 통 안에서 기화 된 알콜의 향이 확 풍기긴 했는데 아마도 그 알콜 향에 저 벌레들이 질식한 듯 싶다.
저렇게 쌀벌레들이 죽고 난 다음 일부 덜어서 밥을 했다.
혹시나 알콜에 의해 쌀의 맛이 변하거나 벌레에 의해 무언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결론은 둔한 내 입에는 그닥 변화를 모르겠다는 것.
일단 저 쌀만 가지고 밥을 한 것이 아니라 혼합 15곡도 같이 넣고 울금 가루도 넣어서 밥을 해서 그런지 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쌀벌레로 인해 귀리나 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다 버리고 쌀을 사야 하는데 그냥 그럭저럭 이대로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저 쌀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검색 해 봐야 할 듯.
검색을 먼저하고 밥을 해 먹어야 하는 것이 맞는 순서인데 순서가 뒤집혔다.
2020년 5월 13일까지 사용 후 후기-쌀벌레 생기지 않도록 관리 잘 하자
쌀을 꺼내기 위해서 쌀통의 뚜껑을 열면 알콜 향이 확 올라온다.
살아서 움직이는 쌀벌레는 없지만 씻으면 죽은 쌀벌레들이 한 두마리씩 떠 오른다.
쌀 벌레들이 아주 착실하게 갉아 먹은 흔적이 있는 귀리들도 몇개씩 떠 오른다.
여러번 잘 씻어서 이물이 떠 오르지 않도록 하고 밥을 하는데 다 된 압력밥솥의 뚜껑을 열면 구수한 밥 향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는 없지만 아주 옛날에 정부미라고 국가에서 구입해서 보관했다가 2~3년이 지난 다음에 시중에 아주 저렴하게 풀었던 그 쌀 보다 더 못한 향이 나는 것 같다.
약 17~18년 전쯤에 학교 급식에서 그 정부미와 일반미와 찹쌀을 섞어서 밥을 했었다.
그 뒤로 정부미가 어디로 풀렸는지 모르지만.
일단 밥의 구수한 향이 없이 아주아주 오래 묵은 듯한 밥 냄새가 나기 때문에 굉장히 별로이다.
밥의 맛은 차지고 맛있는 밥은 아니다.
귀리랑 잡곡을 섞어서 밥을 하다보니 찰지고 맛난 쌀밥을 먹어본지 오래이고 이번 쌀 벌레도 귀리와 쌀을 섞어서 발생한 난리이니 쌀밥을 알콜에 절여 먹을 일은 없을 듯 하다.
그리니 밥 맛이 조금 떨어져도 잡곡과 귀리 비율 때문에 잘 모를 뿐.
밥 맛도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되지만 일단은 밥의 향 때문에 정말 권하고 싶지않다.
쌀이나 잡곡을 구입하면 바로 바로 관리 잘 해서 절대로 쌀 벌레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정답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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