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버터를 좋아한다.
원래 버터 특유의 고소한 맛을 좋아 했었고 거기에 팥 앙금을 올리면 그 맛이 더욱 좋아 지는 음식.
모닝빵이나 식빵을 먹을 때 잼이 아닌 버터만 발라서도 맛있게 먹는 나는 앙버터는 처음 만났을 때 신세계였다.
당뇨를 알기 전에는 앙버터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당뇨를 알고 못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어 버린 앙버터.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집에서 설탕 없이 팥앙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19년 12월 중순 이후에 마트에서 구입한 팥.
이때 앙버터를 위해 팥을 구입했지만 만드는 건 20년 2월.
뭐든 처음 하고자 했을 때 바로 했어야 하는데 구입하고 넣어 둔게 2달을 넘겼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만들어 봐야지 싶어서 두봉이 묶인 제품 중에서 한 봉을 꺼냈다.
팥 400g을 쟁반에 쏟아 붙고 한알 한알 골라내기로 했다.
팥을 잘 골라야 앙금이 맛있다고 했으니 고르기로 했는데 내 눈에는 그닥 골라낼 것이 없어 보였다.
사실 어떤 팥을 골라 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게 더 정석일듯.
400g 중 골라 낸 팥 알갱이는 5~6개가 다였던것 같다.
골라낸 팥은 물에 여러번 씻어서 먼지를 털어 내고 미리 불려 둔다.
보통 4시간 정도 불린다고 하는데 난 전날 오후에 불려서 다음날 오전까지 불렸다.
대부분 자기 전에 불려서 다음날 오전에 사용 하는데 난 거의 12시간 이상 불린 듯 싶다.
불린 시간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았다.
위 사진의 상황은 팥을 불리는 도중 즉 불려 놓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침 준비를 하기전에 물이 모자를 정도로 불어 있는 팥에 물을 조금 더 첨가한 후 찍은 사진이다.
처음 불릴때보다 팥이 많이 부풀어 있었다.
색도 조금 옅어 진 것 같고.
아침을 먹고 뒷 정리를 마치고 커피까지 마신 다음 느즈막한 시간에 불린 팥을 한번 헹궈내고 냄비에 올렸다.
물은 그냥 팥이 충분히 잠기고도 남을 정도로 부어주고 그대로 끓이기.
팥 물이 마구 끓어 올라 거품이 생길때 까지 끓였다.
이때는 팥을 중간에 저어 주지 않아도 되고 그냥 마구마구 끓인다.
거품이 많이 올라 올 때 쯤 불을 끄고 팥물을 버리고 한번 헹궈낸다.
한번 끓인 물은 버리고 헹궈낸 팥은 다시 냄비에 담아 물을 부어 준다.
물양은 팥이 충분히 잠기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히.
물 양은 찾아 보면 팥 양의 두배 세배 해 둔 분들이 많던데 난 그냥 충분히 잠길 정도로 부었다.
이렇게 부어주고 강한 불에서 팥을 삶기 시작한다.
팥을 삶을 동안 에리스리톨을 준비했다.
보통 설탕을 사용 할 경우 팥2 : 설탕1의 비율을 많이 하는데 난 에리스리톨을 이용 할 예정.
에리스리톨의 특유의 청량한 시원한 맛 때문에 양을 아주 조금 줄였다.
그릇 무게를 뺀 에리스리톨만의 무게가 175g
그닥 많이 줄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줄인건 줄인 거니까.
팥물이 끓어 오르면 그때부터는 중간 중간 저어준다.
자주 매번 저어 줄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 저어 주면서 팥물이 조금 줄어 들었다 싶을 때 팥을 조금 들어 내어 손으로 만져 본다.
손으로 가볍게 모양이 흐트러질 정도가 되면 불을 중불로 줄이고 이때부터 주걱으로 저으면서 팥을 조금씩 으깨어 준다.
팥을 으깨어 줄면서는 지속적으로 저어 주는 것이 좋다.
팥의 앙금이 나와서 아래에 눌어 붙을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때까지 눈에 띄지 않던 나무 주걱의 모서리 부분이 눈에 띄어 주걱을 교체했다.
저 주걱은 그냥 폐기 해야지.
막 사용하는 대나무 주걱으로 교체 하고 팥을 저어주면서 불의 세기를 조절할 타이밍을 찾았따.
물이 많이 줄어 들어 팥과 물 양이 비슷할 즈음에 불의 세기를 약불로 줄였다.
우리집 가스레인지의 경우 약불이라고 해도 일반 가스레인지의 중불 정도 되는 세기인데 난 우리집 가스레인지 불 세기를 기준으로 약불로 줄였다.
대나무 주걱으로 저으면서 팥을 으깨어 주었다.
주걱의 사이즈가 크지 않은 거라 잘 으깨질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았고 팥도 잘 으깨어 졌다.
이 즘이 되었을 때 불의 세기를 약에서 약약으로 줄였다.
아마 보통 가스레인지라면 중불에서 약불로 줄인 정도의 세기가 될까?
불의 세기를 약약불로 줄인 다음 조금 더 저어주다가 계량해 둔 에리스리톨을 아낌없이 부어 주었다.
그리고 저어 주면서 에리스리톨이 잘 녹고 팥 알도 조금 더 으깨지도록 했다.
이때부터는 눌어 붙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저어 주는 것이 관건이다.
팥 앙금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수분을 날려 줘야 하는데 쎈 불은 팥 앙금이 탈 가능성이 너무 높고 약한 불에서 저어주면서 천천히 수분을 날려줘야 한다.
저어 줄 때 팥 앙금이 튀어 오를 수 있으니 깊이가 있는 냄비에 하는 것이 좋다.
난 제법 깊은 냄비를 사용했음에도 팥 앙금이 여기 저기 튀어 주방이 난리가 났다.
다행히 손에는 튀지 않아 화상을 입지는 않았다.
얕은 냄비의 경우 앙금이 손에 튀면 가벼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깊은 냄비와 손잡이가 긴 주걱을 이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한참을 끓여서 원하는 농도가 나오면 불을 끄고 식힌다.
조금 더 되직하게 해도 된는데 식혔을 때 모양이 흐트러 지지 않는 정도의 느낌이면 된다.
내가 만든 앙금의 경우도 모양이 흐트러 지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수분은 많은 느낌.
다음에 한다면 수분을 조금 더 날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식고 나면 준비한 그릇에 담아 놓는다.
낮고 직사각형의 유리 그릇을 준비했다.
잼 명에 담는 분들도 봤고 랩에 둥글게 싸는 분들도 봤는데 난 낮고 길죽한 저 그릇이 좋았다.
냉동실 보관했다가 먹을 만큼 덜어 내기도 저 그릇이 더 편했으니까.
그릇에 담은 다음 완전히 식으면 뚜껑을 덮어 냉동실 보관을 하고 바로 먹을 것만 내어 놓으면 된다.
앙금이 다 식었을 때 집에 있던 빵(발효종 빵)에 버터와 앙금을 넣었다.
버터는 앙버터용으로 자른게 아니라 편하게 한스푼 정도의 분량으로 잘라 냉동 해 둔 무염버터이다.
야채를 볶거나 할 때 하나 또는 두개 넣으면 되도록 잘라 넣어 둔 버터.
이 버터를 실온에 해동 시켜 빵에 발라 먹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앙버터로 활용했다.
버터를 작게 잘라 둔 거라 두개를 넣었다.
맛은 솔직히 그닥 맛있는 앙버터는 아니었다.
빵도 앙버터 용이라기보다는 조금 부족한 맛이었고 앙금의 수분이 앙버터로 활용하기에는 많은 느낌.
거기다 설탕의 감칠맛 나는 단맛이 아닌 에리스리톨의 시원한 단맛이어서 앙버터 특유의 달콤 고소한 맛이 많이 덜했다.
3% 부족한 앙버터였지만 설탕을 먹지 않을 수 있다기 이대로 만족하기로.
정말 특유의 맛있는 앙버터를 먹고 싶다.
다음에는 에리스리톨이 아닌 코코넛 설탕을 넣고 앙금을 만들어 볼 까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혼잣말 > 속앳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마음으로 코로나와 싸워야 할 이 때 딴 소리 하는 사람들 (0) | 2020.03.03 |
---|---|
2020년 2월 29일 일상 (0) | 2020.02.29 |
2020년 2월 25일 일상-비오는 화요일 아침, 코리아 포비아, 그들은 그들만의 나라를 위해 우리나라를 떠나 주기 바란다 (0) | 2020.02.25 |
2020년 2월 22일 일상-코로나 19 (0) | 2020.02.22 |
2020년 2월 20일 일상-괜한 기분 저하 그리고 의욕 상실 (0) | 2020.0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