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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지난 주말의 단상

by 혼자주저리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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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에 다꽁이 내려왔다. 

학교에 가고 처음 내려오는 날. 

한달이 채 안 된 기간임에도 정말 오랜만에 오는 듯한 이 느낌. 

내려오는 전날 가입한 학생회 첫 모임에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인사 불성이 되어서 내려오는 목요일은 비몽사몽이었다. 

수서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잘못 타서 결국 처음 예매했던 SRT는 취소하고 다시 두시간 뒤의 KTX를 급하게 예매해서 내려 온 다꽁. 

처음에는 저녁을 따로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컨디션이 너무너무 안 좋다며 시락국에 밥을 말아 먹고 싶으시단다. 

그래서 급하게 쌀 씻어서 밥 하고 시락국 끓이기. 

저녁 늦게 도착한 다꽁은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가던 마늘쫑을 대충 볶아 정말 맛없던 그 아이를 아삭아삭 잘도 먹었다. 

맛있게 볶아지지 않아서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잘 먹네 했더니 다꽁 왈 난 반찬 없는 생활을 했어. 그러니 이것도 맛있어. 

오랜만에(?) 내려오니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단다. 

시락국, 미역국, 김치찌개, 김치 볶음밥 등등

결국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먹고  싶단다. 

자식이 뭔지. 사실 딸아이만 아니었으면 모두 무시하고 모른척 했을 요구들. 

술먹고 들어와서 이래저래 요구 하는것이 이쁠 턱이 없으나 딸아이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시락국은 미리 끓여 놨고 남은 주말 동안 미역국 끓이고 김치찌개 끓이고 평소 다꽁이 좋아하던 반찬들 하나씩 둘씩 하고 있는 나를 본다. 

하루종일 침대에 등짝 붙이고 자던 다꽁이 또 밥 시간은 꼭 챙겨 일어난다. 

집에 밥 먹으러 왔으니 꼭 밥 3끼는 다 챙겨 먹을 거란다. 

자다 일어나 아침먹고 다시 자다 일어나 늦은 점심 먹고 그리고 저녁은 간단하게 과일로 마무리. 

매일매일 옆에서 붙어있으면서 저런 생활을 했다면 아마 등찍 스메싱은 열대이상 날아 갔을 듯. 

그럼에도 혼자서 자취하느라 안쓰러운 생각에 오냐 오냐 해 지는 날이었다. 

토요일은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징징거리는 다꽁을 어르고 달래서 부산 서면으로 데리고 갔다. 

차는 집근처 버스 터미널 공용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서면에 도착. 

피곤하다고 징징 거리는 아이를 달래 쇼핑에 나섰다. 

사실 지난 주 다꽁이 스니커즈를 하나 사고 싶단다. 평소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메이커. 

디자인도 그닥 예쁜 줄 모르겠는데 신이 무겁고 불편하다. 나에게는 별로인 그 메이커가 다꽁은 좋단다. 꼭 그 스니커즈를 사고 싶다고 하는 걸 억지로 말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면의 백화점 두군데를 돌면서 스니커즈를 2개나 샀다. 

검정색 하나, 흰색 하나. 


삼선으로 유명한 스포츠 웨어 매장의 아울렛점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하필이면 또 타임딜을 하는 거다.

아울렛 매장이라 기본 할인이 제법 크게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그 시간대에 구입을 하면 20%를 더 해 준다는 소리에 혹 해서 흰색 스니커즈 하나랑 후드짚업 하나 건졌다. 

흰색 스니커즈는 평소 정가 또는 기본 할인 가격으로는 구입하지 않았을 테지만 타임딜까지 붙이니 너무 저렴했다. 

다꽁도 그 신을 보더니 너무 가벼워서 좋다고 급 기분 업. 

그렇게 쇼핑을 하고 다른 곳에서 퍼셀 검정색을 하나 더 구입했다. 

퍼셀은 6월에 일본에서 사다 준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단다. 지금 필요하단다. 

그렇게 소소하게 옷 몇가지 운동화 2켤레 구입하고 회전스시로 배부르게 먹고 난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은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다가 밥 먹고 다꽁의 짐을 쌌다. 

전날 구입했던 운동화 두 켤레와 내가 전에 구입해 줬던 가젤까지 다 챙겨 가시겠단다. 

그리고 미리 구입해 두었던 국 보관 가능한 스탠드형 지퍼백에 얼려 둔 시락국과 미역국도 챙기겠단다. 

거기다 여름용 텀블러까지.

빈손으로 내려와서 또 다시 캐리어 한가득 채워 갔다. 

흰색, 검정색, 주황색 운동화. 다채롭기도 하다. 

거기에 냉동한 국, 김치 2종류, 어묵조림까지.

그러고도 못 챙겨 가는 것이 있어서 택배로 보내 달고 하고는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며 SRT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주말 내내 밥하고 국 끓이고 설겆이하고 반찬하며 보낸 날들. 

딸 아이라 용서가 되는 그리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 

만약 딸이 아니었다면? 아마 웬수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있으면서 모른척 나 몰라라 외면하지 않았을까? 

혼자 생활하는 딸램이 아침을 잘 챙겨 먹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옆에 있다면 내가 잔소리를 해서라도 챙겨 줄 수 있지만 떨어져 있으니 그것도 여의치 않은 마음에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모든것이 용서가 된다. 

엄마란 사람은 참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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