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은 낮에는 따뜻한 편이고 밤으로는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
한번씩 산책을 하다보면 아직 모과 나무에 모과들이 주렁 주렁 달려 있는 것들이 보인다.
정말 탐이 나는 모습인데 그 모과를 따 올 수는 없는 입장이라 볼 때마다 눈으로 열심히 찜만 해 둔다.
눈으로 찜을 해 본들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닌데.
위 사진은 모과차를 담고 남긴 것. 사무실 한 켠에 놔 두니 향이 너무 좋다.
인공적인 방향제가 아닌 자연의 향긋함이 좋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에게 뭔가를 보내고 싶은데 사실 요즘 돈만 있으면 전 세계에서 못 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라 도대체 뭘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타국에서 고생하는 동생에게 뭔가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전에 보낼 때는 김치류를 보내기도 했고 장아찌류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겨울이니 모과차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생강이랑 레몬등은 쉽게 구할 수 있을 테지만 모과는 잘 구하지 못 할 것 같아서.
아마 가루로 된 모과차는 구하기 쉬워도 모과청은 접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판단이었다.
모과는 일단 깨끗이 씻었다.
내가 조금 일찍 구입을 했는지 샛노랗게 익지 않은 모과들을 2주 넘게 기다렸지만 노랗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있다가는 모과가 상할 것 같아서 그냥 남기로 결정했다.
며칠 있었더니 모과에서 진(?)이 나서 표면이 끈적였다.
물로 잘 씻어내고 베이킹 소다로 잘 문질러 씻어내기를 두번 반복.
여사님들이 한번만 씻어도 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베이킹 소다로 두번을 씻었다.
껍질 채 먹는 거라 깔끔하게 신경써서 씻었다.
우리집 주방이 아닌 직장 주방에서 작업 시작.
모과를 반으로 자르는 작업부터 난항이었다.
작년에 집에서 모과 4개를 채를 쳐서 청으로 담그는데 손에 물집이 잡혔었다.
그런데 저 많은 양이라니. 큰 모과는 반으로 잘라 지지도 않았다. 큰 칼에 체중을 실어서 겨우 겨우 반으로 가르고 또 반으로 자르고 해서 하나를 총 8등분 했다.
잘라 낸 모과는 작은 칼로 씨를 제거했다.
쉽게 생각하고 한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작업 하는 것 만으로도 한시간을 훨씬 넘겼다.
결국 여사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반으로 자르고 씨도 빼고 곱게 채를 쳤다.
채를 친 모과는 무게를 재서 분량의 설탕을 부었다.
꿀을 넣어서 꿀모과청으로 만들면 더 좋겠지만 일단 채를 친 모과가 7kg이 나온 관계로 그 정도의 꿀을 넣기에는 부담스러웠고 미국으로 보낸다는 생각을 했기에 단순하게 설탕으로 무게를 맞췄다.
미국으로 안 보내고 집에서 먹는다면 설탕의 양을 줄이면 좋은데 미국까지 비행기 화물칸에 실려서 가는 동안 상하면 안되니 설탕은 분량대로 넣어줬다.
그리고 윗 부분에 설탕을 한번 더 올려서 넘침을 방지 하고.
친정, 미국 동생내, 막내 동생네 그리고 여기 저기 선물로 모두 돌려야 하는 상황.
모과가 넉넉하지 않았다. 내년에는 모과가 아니라 유자로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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