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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뜬금없는 추억팔이-오키나와에서 조카 잊어버릴 뻔 했던 그러나 뻔뻔했던 조카 이야기

by 혼자주저리 2018.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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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나랑 동생 그리고 조카 이렇게 셋이서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6월의 여행이라 큰 고민은 없었는데 막상 가 봤던 오키나와는 너무나 더웠고 습했다. 

온도는 30도가 훌쩍 넘었고 습도는 가만히 있어도 피부에 습기가 두어겹 습기 막을 두르는 듯한 엄청남이었다. 

거기다 같이 갔던 조카가 지금은 5살이라 말도 많고 언어도 체계적으로 다양하게 의사표현이 되지만 그때 당시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엄마"밖에 없었다. 

이모인 나는 "이", 우유는 "우", 물은 "무", 다꽁은 "따" 

이렇게 닥 한 음절로 모든 걸 표현하는 아이. 

그런 아이와 자유 여행은 쉽지 않았다. 

일단 아이는 어렸다. 

어린 아이는 어른 말의 대체적으로 다 알아 듣지만 또 제대로 못 알아 들었다. 

가끔 심부름도 잘 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말은 찰떡같이 알아 듣는데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개떡같이 못 알아 듣는 아이였다. 

제일 큰 문제는 식당에서 식사하기. 

일단 식당 주인이 유모차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걸 싫어라 하는 집이 많았다. 

국제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의 식당이었기에 더 그랬을 지도. 

그런데 그 식당에 중국인 단체 손님이 오는 걸 보니 그닥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도 아니었다. 

아이의 유모차가 들어오는 걸 싫어라 해서 유모차는 식당 밖에 두고 들어갔는데 음식은 정말 정말 맛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큰 난관은 음식으로 장난이 치고 싶었던 조카였다. 

그 조카를 말리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상황. 거기다 아이 때문에 다다미석에 앉았으니 더 큰 문제.


의자보다 다다미석이 아이가 편하게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디미에 음식물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그 때는 못했었다. 

다다미에 음식물이 떨어지면 청소도 힘들고 물 같은 종류는 다디미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아이가 장난을 치려고 시동을 걸 때 눈치 챘다. 

결국 동생이 조카를 안아서 어르고 달래는 동안 급하게 내가 밥을 먹고 그 다음 내가 조카를 안아서 어르고 달래는 동안 동생이 밥을 먹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카는 그 사이 사이 한입씩 밥을 착실하게 먹였고. 

그렇게 식당에서 혼이 난 다음 우리는 일본에서의 식당 이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숙소 근처에 다이마루 백화점이 있어서 그 곳에서 도시락을 구입해서 아침, 저녁으로 숙소에서 해결했다. 

여행을 가서 마음껏 걸어다니다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게 꽤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오키나와에 갔으니 츄라우미 수족관을 안 갈 수가 없었다. 

난 일알못이지만 동생은 일본에서 몇년 생활을 했고 대학도 진학했었던 경력이 있었다. 물론 집안 사정으로 중도 포기하고 들어와야 했었지만. 

그러니 동생의 언어와 나의 완벽하지 않은 운전 실력으로 렌트를 해서 만좌모와 츄라우미 수족관을 다녀왔다. 

우리가 있었던 국제거리 근처에서 츄라우미 까지는 도로가 한산한 편이라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수족관을 다녀오고 난 다음 나하의 빅카메라에 들리느라 들어갔던 시내는 퇴근 시간이랑 맞물려 엄청난 정체로 10분이면 숙소에 갈 수 있는 길을 거의 1시간에 걸쳐 갔다는 점 말고는. 

츄라우미 수족관에 갔을 때 조카가 아니 동생과 내가 큰 사고를 쳤다. 

수족관 내부로 진입을 해서 대망의 고래 상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을 때 마침 고래상어 밥을 주는 쇼가 있었다. 

난 그 순간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느라 조카를 생각하지 못했고 동생은 사람들이 몰려 난간에 붙어 있으니 그 사람들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물론 조카는 내가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난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었고 동생은 사람들 뒤로 밀려서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 조카는 마음대로 어디론가 이동을 해 버렸다. 

먹이 주는 쇼가 끝나고 사람들이 정리되고 나니 조카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하늘이 노래졌다.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아이를 잊어 버렸으니. 

동생은 지그재그로 되어있는 통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카를 찾기로 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 쪽으로 이동을 많이 하니 그 움직임에 휩쓸렸을 가능성때문이었다. 

난 반대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조카를 찾기로 했다. 만의 하나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츄라우미 수족관의 위쪽으로 계단형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곳에 앉아서 수족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좌석. 

그 좌석 중 한 옆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 조카가 앉아 있었다. 그것도 옆 좌석에는 낮선 젊은 총각이 앉아 있었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조카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니 태연한 조카의 반응. 

"이!"

그러면서 자기 옆을 손으로 툭툭 치면서 앉으라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엄마한테 가자고 하니 손을 흔들며 싫다고 한다. 이때 고집은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정도. 

지네 엄마는 엄청 놀라서 아이를 찾아 다니고 있을 텐데. 

아이를 달래고 어르면서 있으니 옆에 앉았던 총각이 아이를 본인이 보고 있을 테니 아이 엄마를 데리고 오라고 말해줬다. 

다행이 한국인. 고맙다고 부탁한다고 몇번을 고개를 조아리고 동생을 데리러 가려니 그때야 조카가 나에게 안겨 오더라. 

그렇게 아이를 안고 동생이 간 쪽으로 내려가니 아래 부분을 다 찾아보고도 아이가 없어서 핏기가 빠진 허연 얼굴로 다시 위로 올라오던 동생을 만났다. 

동생은 아이를 못 찾으면 안내데스크에 가서 방송을 해 달라고 이야기 하려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를 만나서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그날의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도 못했던 찰나의 방심에 아이를 입어 버릴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아이는 너무 태연했다. 

엄마와 떨어져도 이모를 잊어버려도 걱정없이 본인 놀 거리를 찾아 다니던 조카.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정말 집중을 제대로 해야 하는 구나 싶었다. 

다꽁은 어릴 때 혼자서 이리저리 잘 놀지만 본인의 시야에 내가 또는 다른 보호자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 했다. 

그래서 항상 시야 안에 보호자가 들어오는 범위내에서만 놀던 아이라 조카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조카는 또 다꽁과는 다른 성향. 

지금 생각하면 웃으면서 넘길 이야기이지만 그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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