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의 제일 막내는 나였고 다른 분들은 벌써 자녀분들이 결혼해서 손주가 학교에 들어간 분도 계셨다.
그 모임의 한 분이 딸이 결혼 날을 잡았다고 이것 저것 물어보신다.
상견례를 하면서 서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며 그래도 이것 저것 내가 챙기고 싶은건 챙겨 보고 싶다며 앞서 자녀를 결혼시킨 분들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덕부에 나도 예전의 기억을 떠 올라 찾아 보기도 힘든 밴드의 예전 사진첩들을 한참동안 뒤져서 재 다운로드 받았다.
생선 3마리를 구웠다.
그 생선들의 입에 대추를 물리고 눈에는 은행이었는지 잣이었는지 꽂았던것 같다.
그리고 중앙의 도미는 옷을 입혀서 색을 줬다.
몇가지 전들.
어차피 상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기로 했었던 차에 이바지라서 딱 한, 두접시만 나올 정도로 챙겼다.
표고는 위에 십자 모양을 내고 안쪽에 고기를 다진 속을 넣어 구웠고 깻잎도 안쪽에 고기 다진 속을 넣어 구웠다.
연근은 비트 물을 들여 빨갛게 색을 내어보고 원래 색 그대로 하는 건 고추를 잘라 연근 구멍에 넣어 색을 줬다. 붉은 고추로 가끔 포인트.
또다른 연근은 쇠고기 다진 걸구멍 속에 채워 밀가루 옷을 아주 얇게 입혀서 튀겼다.
수삼도 밀가루 옷을 거의 입지 않을 정도로 얇게 입해서 튀기고 새우는 일일이 손질해서 튀김옷을 제대로 입혀서 튀겨냈다.
문어는 내가 삶을 자신이 없어서 구입한 곳에 돈을 더 주고 삶아 달라고 했다.
잘 못 삶으면 모양도 무너지고 붉은 표면이 벗겨질 염려가 있어서 그냥 부탁을 하는 걸로.
오징어랑 전복은 일일이 칼집을 내어 맛 간장에 조리고 고동(?) 소라(?)랑 홍합은 꼬지에 끼워서 간장에 조렸다.
쇠고기 산적과 돔베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참 많이 챙긴 것 같다.
동생의 시댁에 제사가 있는 집이라 북어랑 마른 오징어. 유과, 약과, 곶감, 밤, 대추도 챙겼다.
나무로 만든 사각 트레이 밑에는 유산지를 모두 깔아서 셋팅.
그리고 전체적으로 랩을 덮어서 모양이 흐트러 지지 않도록 했다.
이바지에는 밑반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바지 반찬은 새신부가 신혼여행 다녀와 시댁에서 자고 첫 아침을 차리는 용도의 반찬이라고들 한다.
호두조림, 명란젓, 더덕구이, 쇠고기장조림 그리고 구운김을 챙겼었다.
보통 이바지 음식 전용 도자기 세트가 있는데 실용성 하나도 없는 그 아이들을 사용하느니 그냥 글라스락에 예쁘게 담아 사각 종이상자에 종이꽃 같은 걸ㄹ 데코해서 넣어 보냈다.
글라스락이 나중에 실용성이 더 있을 듯 하니까.
동생이 결혼 할 때 즈음 친정 엄마가 큰 수술을 하셨다. 그 후로 모든 것을 귀찮아 하고 힘들어 하셔서 친정엄마 대신 내가 나서서 했던 이바지 음식들.
전문점에 주문해서 보내도 되지만 그냥 내가 일일이 해 주고 싶어서 주변에 묻고 인터넷 뒤져서 하나 하나 모두 집에서 챙겨 했다.
막상 그 당시에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보니 많이 어설프고 못난 음식들.
며칠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손이 물에 퉁퉁 불어 볼품 없어지면서도 했던 기억은 남았지만 사진은 대략 안습이다.
물론 음식도 대략 안습.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무모한 도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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