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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과민성 장염, 고3 스트레스 그리고 감정정 샌드백

by 혼자주저리 2018.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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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꽁은 어릴때부터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앓이를 했다. 

심심찮게 배가 아프다고 하지만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심한 적도 없었다. 

그냥 짜증내고 신경질 부리는 정도의 배 앓이. 

그렇게 지금 고3이 되었고 수시 원서 쓸 곳도 고민을 해야 하고 생기부도 마감을 해야 하고 자소서도 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지난 주부터 다꽁이 배가 아프다는 말을 종종했다. 

처음에는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기운이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배 앓이의 강도도 심해지고 화장실도 더 자주 간다고 했었다. 

결국 주말에는 배가 아파서 밤에 자다가 깨기도 했고 학교에 가서는 밥을 먹는게 두렵다고도 했다. 

통화를 하면서 배가 아프니 찬것 먹지 말고 자극적인것도 먹지 말고 배는 따뜻하게 하라고 했더니 본인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하고 있는 부분을 엄마에게 다시 들으니 짜증난다며 전화를 끊기도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스트레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짜증을 낼 수 없으니 딸아이의 감정적 샌드백인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딸이다.

이번 주 들어서 배가 더 많이 아프다고 전화가 왔다. 

그때 난 신경성이니 조금만 참아라. 한의원에서 배앓이 대비하는 약도 왔고 했으니 주말에 한약 먹으면서 배앓이를 지켜보자 했었다. 

그런데 수요일에 또 전화가 왔다. 

배가 아파서 밥을 목 먹겠다고 했다. 굶으면 기운이 빠지는데 라고 했더니 냉큼 죽을 사서 학교에 오란다. 

내가 지금 직장이라는 것도 오후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말들. 

엄마가 오늘, 내일은 못 들어가 한마디 했더니 그래 아픈 내가 잘못이지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딸 아이의 그 말이 가슴에 맺혀 버렸다. 

가만히 앉아 있음에도 멀미를 하는 것 마냥 울렁울렁.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들어갈 수도 없고. 

결국 난 또 아이의 모진 말 한마디에 스트레스를 최고로 받아 버렸다. 역시 난 샌드백이다. 

아이의 상황은 알고 있다. 병적인 배앓이가 아니므로 내가 감정적으로 받아 주면 줄 수록 더 아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더 괜찮아 질 수도 있다는 걸. 

문제는 지금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 어떤 대처가 나은지 결정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난 기숙사에서 고3을 보내야 하는 딸아이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집에서 오냐오냐 하면서 데리고 있을 수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투정을 모두 받아 줄 수는 없었다. 

아이와의 감정 싸움에서 난 약자일 수 밖에 없음에도 한번은 강하게 아이가 혼자서 버틸 수 있도록 매를 던져 봤었다. 

하지만 어제 오후 반가를 내고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가고야 말았다. 

전화가 와서 밥을 먹지도 못하겠고 물도 못 마시겠다는 아이의 말. 속이 불편해서 토할 것 같아서 아무것도 입에 넣을 수 없다는 아이의 말에 난 질 수 밖에 없었다. 

급하게 반가를 쓰고 아이 담임 선생님께 병원에 데리고 가야 겠다고 문자를 넣고 학교로 가서 아이를 만났다. 

아이와 함께 내과에 갔더니 진료를 봐 주신 의사샘이 웃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시는데 정말 친절하셨다. 

결론은 과민성 장염. 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예민해서 오는 것으로 병이 아니지만 불치병이란다. 

그 말은 또다시 스트레스가 있으면 이런 배앓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말. 

약을 처방 받고 나와서 죽 한그릇 사 먹인 후 학교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집에 데려다 놓고 닭 2마리를 사서 푹 고아서 닭죽을 커다란 냄비 한냄비 가득 끓였다. 

닭을 삶을 때 이것 저것 참 많이도 넣었더니 완전 보약같은 죽을 끓일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냄비, 곰솥보다는 작지만 왠만해서는 잘 꺼내지 않는 아주 큰 냄비에 가득 끓인 닭죽을 오늘 아침 그릇 그릇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고 난 출근했다. 

닭죽이 먹기 싫으면 할머니 집에 올라가서 밥을 먹으라 했다. 

오늘 난 집에 아주 늦게 들어갈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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