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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고3은 고3인가 보다.

by 혼자주저리 2018.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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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이면 정식으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된다. 

물론 요즘 학생들이야 굳이 고3이라는 시기를 따지지 않아도 아주 긴 수험 생활을 하기는 한다. 

문제는 우리 다꽁은 그닥 수험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말 여유 만만 고등학생이었다는 거다. 

시간만 있다면 하루종일 핸드폰 들여다보며 연예인 SNS 쫒아 다니고 콘서트 가고 심지어 팬픽까지 읽어 댔다. 

물론 나에게는 비밀이지만 어설프게 관리한 다꽁이 문제인거지. 

다꽁은 그 팬픽들을 소장본으로 구매한 건 내가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난 아이의 책 더미 속에서 팬픽 소장본을 발견했을 뿐이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우리 다꽁은 참 여유 있는 공부를 했다. 

필사적으로 성적을 올리기위해 죽을동 살동 매달려 본 적이 없다. 

학원도 아이가 거부하면 다니지 않았고 평일에는 학원이라고는 다니지 않았다. 

중학교때는 주말에 영어 토, 일 2시간씩 총 4시간, 수학 2시간 이렇게 사교육을 받았다. 

물론 가야금 레슨은 별도로. 

이 정도 사교육은 열공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사교육을 하는 축에도 못 끼는 정도였다. 

주말에 하는 영어랑 수학 선생님은 숙제도 별로 내 주지 않으셨으니까. 

아이는 그닥 숙제에 치이고 공부에 치여 어린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학교 마치면 초저녁에 나보다 일찍 집에와서 뒹굴 뒹굴하다가 저녁먹고 핸드폰 들여다 보다가 잠자기 일쑤였고 학교 숙제도 겨우겨우 해 가는 정도로 지역 외고에 들어갔다. 

다행히 기숙학교였던 외고에서 핸드폰은 반입 금지 품목이었다. 

물론 몰래 몰래 학교에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기는 했지만 만에 하나 발각되어서 벌점을 받는다면 한동안 집에서 통학을 해야 한다. 

집과 학교의 거리는 자동차로 거의 한시간 거리.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아이를 출퇴근 시켜 줄 여력이 없었다. 

사실 지난 지진때 며칠 통학을 해야 했는데 다꽁이나 나나 힘들어서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학교에서 아이가 공부를 하던 팬픽 소설을 읽던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내 눈에는 아이는 편안해 보였다. 

성적 등락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고 대학의 꿈은 높지만 노력은 없이 꿈만 꾸는 아이였다. 

긴장감 제로였다. 

처음 일년은 답답하고 불안함에 내가 미칠 것 같았고 아이가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아이의 성적에 맞춰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런 저럼 대입 정보를 공부했다. 

그러다가 2학년이 되면서 점점 나도 지쳐가고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저 아이도 내 아이이니까. 내 욕심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내 아이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다꽁은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토요일에 1시간 30분 정도 수업하는 수학학원만 다닌다. 

초등 2학년때부터 아이의 수학을 가르치신 선생님. 아이가 구구단을 못 외워도 괜찮다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하시고 숙제도 없이 아이를 편하게 대하시던 선생님이 변하셨다. 

아이 겨울방학이 되자 수학을 몰아 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 선생님은 아이에게 수학을 쉬엄 쉬엄 하되 국어랑 영어를 다 해 놓으라고 요구하셨다. 물론 다꽁은 국어랑 영어를 하지 않았고 놀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다꽁은 지금 국어랑 영어는 완성형이다. 그러니 수학을 몰아 붙일 수 밖에. 

아이 평생 처음 이렇게 많으 숙제를 받아 봤다. 

짧은 시간에 몰아치며 수학 문제를 풀어야 했다. 당연히 아이는 징징징 불만과 불평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숙제를 내 몰라라 팽개치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해 간다. 

잘 해 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한다는 것만 안다. 그래도 그 모습을 보며 고3은 고3이구나 싶었다. 

우리 아이도 피해 가지 못한 고3 수험생. 무탈하니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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