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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3월 모의고사를 마친 딸에게 하고 싶은 말

by 혼자주저리 201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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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 되어 첫 모의고사를 마쳤다.
시험을 치기 전부터 미리 이번 모의고사는 기대도 하지 말고 바라지도 말라던 다꽁은 역시나 처참한 결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핑계가 많았던 딸이다.
국어는 비문학 지문이 길어서 놀라는 바람에 국어 시간 내내 다리를 덜덜 떨었다고, 그래서 문학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했다. 지문 내용도 소크라테스라던가 논증이라던가 이런게 나와서 어려웠고 그래서 틀렸단다.
영어는 작년에 난리가 났던 문법은 다 맞았으나 지문의 내용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문제만 골라 틀렸다고 했다.
수학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지리는 2점짜리는 3개 틀렸다나? 세계사는 전혀 공부라고는 해 보지도 못하고 쳤는데 20점대라고 잘 했다고 했다.
한국사는 근현대사를 정말 싫어라 하는데 이번에 근현대사에서 다 틀렸다고 싫은 건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무슨 그런 핑계가 많은 건지.
매번 시험을 칠 때마다 이런 저런 핑계가 많기도 많다.

이런 저런 핑계를 이야기하는 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제나 네가 시험을 치고 나면 말하는 핑계는 오로지 핑계일 뿐이라고.
그건 못나온 성적의 이유는 아니라고.
기숙사에 있기에 학교에서의 생활은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내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네가 해 주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토요일 자율학습때는 매주 잤다는 이야기를 한다.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도 넌 잘 마음이 없었지만 알지 못한 사이에 잠들어서 감독선생님께서 깨워 주셔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평일 야자 시간에는 자주 컴퓨터 실에도 올라간다고도 했다.
사실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 사용도 원활하지 않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온갖 연예인에 대한 소식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엄마보다도 더 빠르게 많이 알고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인피니트의 신곡도 발표된 그 주말에 만나면 다 알고 있는 것도 놀라울 정도였다.
주말에 나오면 토요일은 가야금 레슨을 하고 한시간 반 정도의 수학 수업을 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핸드폰으로 SNS를 하기 바쁘다.
그렇게 밤 12시 정도까지 핸드폰을 들여다 보다가 잠을 자면 일요일 오전 12시까지 잔다. 깨우지 않으면 2시까지도 잠을 자기도 한다. 학교 과제가 있으면 10시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일단 일요일 오전은 잠으로 모든 것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그때부터 핸드폰을 들여다 보다가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겨우 학교에 가지고 갈 짐을 싸고 씻고 저녁을 먹고 학교에 들어간다.

공부량에 대해서 적다고 이야기 하면 넌 항상 이야기 하곤 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한다고. 

작년에 넌 수학 문제를 열심히 많이 풀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전 네 스스로 하나도 풀지 않은 수학 문제집을 몇권이나 들고 나왔었다. 책이 아깝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올해는 열심히 했을거라 믿고 싶지만 요즘 네가 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엄마의 이 어리석은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결국 이번 모의고사를 보고 난 결과는 역시나 였다. 넌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 네가 말한 여러 핑계들 중에서도 그 함정을 피해 성적을 만들어내는 동급생들이 전국에 엄청 많다는 결론이다.
네가 대입에서 취업에서 경쟁해야 하는 동급생들이.
무조건 경쟁 구도만을 취급하는 건 나도 원하지 않지만 너의 최선을 발휘하면서 멋진 경쟁 구도를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넌 역시나 놀고 싶기만 한거다.
놀고 싶어서 공부를 안 하는 건지 그게 아니면 공부를 하기 무서워서 노는 것으로 도피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넌 공부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시간이 부족하면 집에 오는 주말이라도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하고 싶고 해야만 할 일이 있을 경우 우선 순위를 두고 줄여야 한다. 너에게 우선은 공부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은 체력을 위한 잠이 마지막으로 놀기위한 핸드폰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너에게는 잠과 핸드폰이 우선이고 공부는 마지막이다.

최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서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한 다음 잘 못 나온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 하자는게 아니라 일단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다.
언제나 희희낙락 즐거운 너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없으니 좋겠다 싶다가도 답답하기도 하다.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하면 신경질을 내는 너에게 더 이상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그냥 네가 하는대로 보고만 있지만 네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혹여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아 넌 언제나 이 엄마의 고뇌를 알아 줄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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