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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연예인이 뭔지 딸아이와의 냉전 중.

by 혼자주저리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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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꽁이 인피니트 팬질을 한 것은 참 오래되었다. 

초등 6년때인가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새로운 연예인에 푹 빠졌다. 

요즘 대세인 워너원.

브로마이드 때문에 슈퍼마켓을 마구 마구 돌아다니다 결국 내가 아는 지인을 통해 요하이 브로마이드 구했고. 

그럼에도 아직 토요일 오후에 퇴사를 하면 슈퍼마켓으로 가서 워너원 멤버의 얼굴이 프린트 된 과자를 찾아 헤맨다. 모든 멤버를 모두 모을꺼란다. 

주말에 집에 오면 책가방 지퍼 한번 손에 만져 보지 않은채 침대에 드러누워 인스타,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워너원 동영상과 기사를 찾아 본다. 

정말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아닌거다. 

지난 주말 학교로 다꽁을 데리러 갔을때 차에 올라탄 다꽁이 폭탄을 떨어트렸다. 

10월 22일 중간고사가 끝난 일요일에 부산에서 열리는 워너원 행사에 가겠단다. 

학교에는 11시까지 들어오면 된단다. 

헉. 

네가 학교에 11시까지 들어가면 난 집에 가면 12시고 씻고 정리하면 새벽 1시에 자야 된다. 나에게 너무 무리가 아니냐? 안된다고 했다. 

대뜸 하는 말. 

그래서 엄마에게 양해를 구했잖아. 

이건 양해를 구한게 아니다. 단지 통보일 뿐이다. 

화가 너무 너무 많이 났지만 일단 한숨 참았다. 

그 뒤로 일요일이라 학교 생활에 지장이 있고 다음날 쉬지 못하니 컨디션도 떨어지고 등등 원론적인 반대를 했다. 

다 알아서 하겠단다. 

만약 감기 몸살 기운이 있으면 혼자 외출해서 병원 다니고 다 하겠단다. 

이런 삐리리 같은 대답이 있는가?

너무 화가 났지만 일단 이를 악 물은 채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가라고 해 주면 안되냐고 한다. 

그래서 네가 나에게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화를 억누를 시간도 주지 않아서 안되겠다고 하니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해도 갈 생각이었단다. 

그때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같이 먹은 점심이 소화가 되지 않았고 다꽁이 수업을 하는 동안 커피숍에서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너무도 힘들었다. 

심지어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머리가 울렸으며 심하게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어지러워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결국 다꽁이 수업을 마치고 커피숍으로 올 때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차로 먼저 가 버렸다. 

차에서 창문을 모두 내리고 의자를 눕혀 잠시 쉬니 괜찮아 지는 듯. 

내 감정이 너무 격해 졌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정도로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국 주말 내내 다꽁과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다꽁도 방문을 닫고 들어가 안에서 뭘 하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꽁의 얼굴을 보면 또다시 내 컨디션이 너무도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결국 일요일 저녁 다꽁을 기숙사에 보내고 집에서 소화제를 먹고서야 쉴 수 있었다. 


다꽁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걸 싫어 하지는 않는다. 초등 저학년때 왜 다른 아이처럼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는가 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한 선을 넘긴 다꽁의 모습에 내 숨이 턱 막힌다. 

엉망이 된 책상위에 요하이 상자들이 널부러져 있고 책은 제대로 펴 보지도 않은 채 주변 상황 살피지도 않은 행사 참석. 

그럼에도 나에게 미리 미리 이야기 하고 날 설득 시키는 과정을 생략한채 엄마가 허락 해 주지 않을거니 나 혼자 결정했다는 식의 통보. 

내가 가장 화가 나는게 저 통보 형식의 대화였다. 

내가 허락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그랬다면 애초에 미리 미리 나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고 애교도 부리면서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한 거다. 

이번주야 어쩔 수 없으니 주말에 다꽁이 학교에서 나오면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교복도 네가 빨고 네 빨래 해서 말려 넣어주면 네가 개키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너 혼자 다 하라고. 

토요일도 점심까지는 같이 먹어주겠지만 널 기다리지는 않을 테니 수업 마치면 네가 알아서 집에 오라고. 

유치하지만 혼자서 알아서 다 잘 할 수 있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베풀었다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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