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드라마를 방황하면서 볼 거리를 찾지 못했었다.
너무 무거운 건 무거워서 부담스럽고 너무 가벼운건 가벼워서 별로였고.
그러다 우연히 첫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대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언더커버 미쓰홍(Undercover Miss Hong)
방영 : 2026년 01월 17일 ~ 03월 08일. tvN
출연 : 박신혜(홍금보) 고경표(신정우) 하윤경(고복희) 조한결(알벗 오) 최지수(강노라) 강채영(김미숙)
김도현(방진목) 장도하(이용기) 서현철(소경동) 임철수(차중일) 김형묵(오덕규) 박미현(송주란) 이덕화(강필범)
변정수(최인자) 김원해(윤재범) 이수미(김순정) 김영웅(홍춘섭) 최원영(강명휘) 김세아(김봄) 김뢰하(봉달수)
1990년대 세기말,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포착된 증권사에 20살 말단 사원으로 위장취업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만들어 진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맞아 그때는 그랬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여직원들에게 미스 김, 미스 리 등등 부르면서 잡일을 시키는 것부터 뭔가 어두웠던 시대 상황까지 보여준다.
그 당시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고 어둡던 시대 상황을 이용해서 강필범 회장처럼 뒷 공작이 가능한 시대였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뒷 공작도 일어나고 뒷 돈도 챙기고 비자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겠지만 저때만큼 노골적으로 해 먹지는 못하겠지 싶다.
이건 물론 나만의 희망사항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저때만큼 어둡지 않다고 믿고 싶다.
언더커버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들어오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은 기숙사 4인방의 우정인 듯 싶다.
주인공인 홍금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결핍과 아픔이 있는 케릭터들이었고 물론 홍금보도 아픔이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의 아픔은 아니었으니 그들의 결핍과는 맥락이 다르다고 보여졌다.


드라마는 주인공 홍금보의 한민증권 수사가 강명휘의 사망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그 수사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 고졸 여사원으로 위장취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처음 금융감독원 직원 홍금보의 모습을 볼 때는 조금 과장된 케릭터인가 생각했는데 고졸 여사원 홍장미 케릭터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면 홍금보는 그냥 평범한 인물이었다.
15살 넘게 어린 케릭터를 연기하는 홍금보는 주변의 의심스러운 눈빛에도 꿋꿋이 스무살 홍장미를 밀고 나간다.
이 부분이 사실적이어서 역시 판타지 드라마 라며 실망하는 부분 없이 볼 수 있었다.
다들 노안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장면들이 무조건 어리다고 외치면 어리게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준 부분이었다.



홍금보의 홍장미로서의 자충우돌 회사 생활과 기숙사 생활은 이 드라마의 아주 큰 활력이었다.
보통 드라마를 보면 사건이나 사고를 먼저 보고 그 사건이나 사고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우면 재미있다라고 평을 하는데 이 드라마는 사건이나 사고를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홍장미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먼저 보게 된다.
기숙사 4인방과 봄이, 위기관리본부 4인방과의 관계로 만들어지는 그 케릭터간의 유대감과 친밀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존재감이었다.
이 드라마는 플롯의 정교함보다는 케릭터의 관계성으로 재미가 있기 때문에 사건을 보려고 하지 말고 케릭터들의 모든 것을 살피는 것이 제일 좋다.
기숙사가 해체 되어도 위기 관리 본부가 없어져도 다들 서로간의 유대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이 관계가 끈끈한 연결을 더욱 건고하게 만들어서 사건도 해결한다.
심지어 가족관계보다 더 끈끈하다.



가장 큰 맥락은 한민 증권의 비자금을 찾아내고 대표자에게 그 죄를 묻는 건데 사건이 흐르다 보니 비자금으로 주식도 사고 홍금보가 대표이사도 한다.
이 때가 어두운 시대라고 할 수 있었던 건 그 모든 것이 용납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개천에 용이 날 수 있는 어두운 시대가 80년대, 90년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시기에는 정말 용의 머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용 머리가 되는 시대였다.
그 분위기를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노스텔지어? 향수? 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듯 싶었다.
나도 그 사람들 중의 한명이지 싶다.
비리나 불의는 보면 화가 나지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그리운 시대의 이야기들이었다.


드라마이기에 모든 정의는 이루어졌다.
현실은 저 시기를 훨씬 지나고서야 뒤늦게 하나 둘 밝혀지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드라마는 언제나 꿈은 이루어지니까.
오랜만에 사건이나 플롯이 아닌 케릭터들의 설정을 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와 위기관리본부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이 좋았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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