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보지는 않았던 드라마였다.
우연히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기에 후기를 적어 본다.



슈 룹
방영 : 2022년 10월15일~12월04일. tvN
출연 : 김혜수(임화령/중전) 김해숙(대비) 최원영(이호/왕) 문상민(성남대군) 배인혁(세자) 윤상현(무안대군)
유선호(계성대군) 박하준(일영대군) 옥자연(황귀인) 강찬희(의성군) 김의성(황원형) 김가은(태소용) 김민기(보검군)
우정원(고귀인) 문성현(심소군) 장현성(윤수광) 오예주(윤청하) 서이숙(윤황후) 전혜원(초월) 김재범(권의관)
박준면(신상궁) 이정은(남상군) 서우진(원손/이한) 이소희(특별상궁 박씨) 권해효(토지선생/유상욱)
김승수(박경우) 태원석(서함덕) 박효주(보모상궁) 신동력(송어의) 한동희(민휘빈) 이화겸(옥숙원)
내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렸다!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


초반 몇회가 보기에 쉽지 않았다.
등장인물이 워낙에 많다보니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대군과 군들의 옷도 같은 걸 입고 있다보니 더 파악하기 힘들었다.
궐내 생활이 배경이다보니 후궁도 많고 군도 많은데 대군도 많은 드라마라 살짝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에 더 힘을 줘야 했었다.
초반에는 어느 군이 어느 후궁의 아들인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후궁들이 누가 누구인지 봐야 했다.
그나마 중전, 대비, 임금은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라 한눈에 봐도 뙇 보인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조선판 스카이캐슬이라고 했다.
등장 인물들도 많고 공주나 옹주는 한명도 없이 모두 대군 아니면 군들이니 조선판 스카이캐슬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엄마들의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을 불태우며 치맛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그것보다는 궁중암투물에 가까운 것 같았다.
치맛바람은 궁중 암투의 일부 라고 여겨지는 여성들로 일어나는 암투물로 보면 딱 맞을 듯 싶다.
전통적인 궁중 암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메인 빌런이 중심을 딱 잡고 있었고 이 드라마의 히어로인 중전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였다.
교육에 관한 건 그닥 비중이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전대와 현대의 세자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수사물이라고 해도 무방 할 정도였다.



정말 등장인물이 많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인물들이 가져가는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인데 특히나 임금의 비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했다.
어머니의 손아귀에서 흔들리면서도 중전을 믿지만 참 많은 후궁을 둔 존재감 약한 임금이라니.
문제가 생기면 본인 위주로 생각하다가 결국 중전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 드라마는 여성이 주가 되는 흔히 보지 못하는 드라마이구나 싶었다.
전통 사극은 아니고 퓨전사극이다 보니 말투나 행동거지들이 완전히 전통사극과 달라서 가볍게 보기는 좋지만 전통 사극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슈룹이라는 단어는 우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슈룹은 대군들에게 내려지는 비를 막아주는 우산처럼 엄마인 중전이 활약하면서 자식들에게 내려지는 어려움들을 헤쳐나가는 내용이었다.
세자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고 그 당시 천민인 기생을 사랑하는 아들, 적통 대군으로는 있을 수 없는 여성성을 추구하는 대군까지.
그 모든 문제들을 중전은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서 해결해 나간다.
그 어떤 아들도 상처입지 않게 최선을 다해 모성을 발휘하는 어머니였다.



2대에 걸친 세자의 죽음과 그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은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지금처럼 수사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꽤 잘 풀어 나갔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메인빌런으로 처음부터 등장하는 대비의 계략이었음이 밝혀지지만 드라마 초반부터 대비가 범인인 것을 아는데 신분과 현재의 상황과 증거가 없어서 역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답답하지는 않았다.
아마 전통 사극으로 드라마 자체를 무겁게 끌고 가던 상황이라면 아주 답답했을텐데 이 드라마는 퓨전이라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겨운 편이었고 대군들의 일탈이 중간 중간 무게를 덜어내서 가볍게 그리고 답답함 없이 쉽게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메인빌런이 드라마 초반에 바로 내가 빌런이요 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때문에 빌런을 못 찾아서 오는 답답함은 없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아무래도 계성대군인 듯 싶다.
본인의 성정체성과 시대상황이 맞물려 억누르면서 살아야 했던 인물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그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중전에게는 계성대군이 그 아픈 손가락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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