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추석 연휴 드라마와 영화를 주구장창 봤다.
써야 할 후기들이 밀려 있는데 가장 먼저 어쩔수가없다를 쓰기로 했다.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
개봉 : 2025년 09월 24일
감독 : 박찬욱
출연 : 이병헌(만수) 손예진(미리) 박희순(선출) 이성민(범모) 염혜란(아라) 차승원(시조)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만수는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목이 잘려 나가는 듯한 충격에 괴로워하던 만수는,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한다.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는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문 제지]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지만, ‘선출’(박희순) 반장 앞에서 굴욕만 당한다. [문 제지]의 자리는 누구보다 자신이 제격이라고 확신한 만수는 모종의 결심을 한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왠지 우리나라의 모습과 다른 듯한 분위기라 당연하게도 미국 배경일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아마도 흔하지 않은 만수의 콧수염과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가 싶지만 이건 오로지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포스터를 보는 순간 든 생각은 가장 먼저 영화 아가씨가 먼저 떠 올랐다.
영화 아가씨의 포스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 포스터의 모습이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 겹쳐졌었다.
누런 배경에 나무가 흐르듯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와 이 영화의 흰색 바탕에 나무와 집이 그려진 포스터.
같은 감독의 작품이나 오마주인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건 아닐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토끼같은 아들과 딸과 아름다운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식물을 좋아해서 집 한켠에 온실까지 만들어서 분재를 하면서 여우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만수는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제지공장 전문직으로 현장에서의 능력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회사가 외국계 회사로 인수되면서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회사에서 직원을 해고 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들을 위해서 대변을 하고자 하는 열의까지 있던 만수였지만 본인이 해고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는 그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 없었다.
3개월 이내 재 취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국내 제지 공장은 제한적이었고 다른 직업을 찾기에는 전문직으로서의 그 프라이드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제지공장의 전문 기술자로 취업을 하기 위한 그의 여정이 이 영화의 큰 흐름이다.



영화를 보기전 이 영화는 블랙코메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코메디에는 큰 감흥이 없는 편인데 블랙코메디는 그나마 괜찮으려나 싶었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어디가 웃음 포인트지? 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작은 상영관에서 봤기에 많은 사람이 같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상영관에 빈자리보다는 관객이 앉은 자리가 훨씬 많았다.
그 사람들 중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온 장면은 몇 장면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웃는 사람은 몇명 없었다.
난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웃은 장면은 슬랩스틱 장면이었는데 나야 원체 그런 슬랩스틱 웃음코드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이런 저런 주제를 모두 하나로 뭉쳐서 녹여 넣고 싶어 하는 듯 했는데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았다.
가장의 파산, 전문직의 상실, 환경, 가족애,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 등등.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바로 생각났던 화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많이 남았다.
영화의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해 봤는데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라고 하기에는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그 느낌적 느낌이라니.


이 영화에는 많은 사람이 나오는 듯 아닌듯 애매함이 있다.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이렇게 소모되기에는 이름값이 큰 배우들인데 싶다가도 이들이기에 그 역활에서 존재감을 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만수 가족 외에 가장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는 범모 가족.
그들만이 세상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이 영화의 끝을 정리해 주는 인물들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이렇게 마무리를 시켜 버리는 구나 싶은 안도감.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지 않았다고 해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정말 화가 날 수 있는데 어쨌든 마무리는 해 준다.



만수의 선택이 과연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까라는 화두는 제목에서부터 던져져 있었다.
전문직으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하지만 만수라는 인물 자체는 전문직으로서의 전체적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인터뷰어로 인터뷰이로 만수를 만났다면 글쎄 만수를 뽑았을까?
난 인사 관련 일을 해 본 적도 없지만 영화 속에서 보이는 만수는 그닥 매력적인 전문직 종사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프라이드는 강해서 내 눈에 비친 인터뷰이로서의 만수는 자존감은 없으나 자존심은 쎈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제지 업계의 지각변동(종이 사용 줄어듬, 환경 문제, 로봇으로 인력 대체)으로 인해 실직한 가장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들은 예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옛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만수의 선택은 과연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마지막 첼로의 선율 속에서 보이는 미리의 표정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오고갔지만 결론은 글쎄? 라는 의문형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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