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한동안 중드를 열심히 보는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나에게 추천한 드라마가 19층이었다.
딸이 추천한 이유는 남자 주인공의 필모 깨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으스스하다며 같이 보자는 이유였기에 같이 시작을 했고 시간이 꽤 오래 걸려서 다 볼 수 있었다.
19층
방영 : 2024년 1월 16일~2월2일. 망고TV
출연 : 손천(춘위) 위철명(가오쉬안) 백주(양바완) 왕약산(난샤오친) 라여동(쉬원야) 반모동(녠수란)
초개중(장텐창) 대아기(칭유)
춘위는 학교 버스에 탔다가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 보니 19층 버튼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를 통해 도착한 으스스한 건물로 들어가자 함께 교통사고에 휘말렸던 일행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음악과 함께 그림자 인형들이 살아나 사람을 죽이려 하는데...
과연 춘위와 일행은 19층의 비밀을 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위철명이라는 배우의 필모깨를 하면서 딸이 같이 보자고 한 드라마였기에 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무했다.
딸이 해 준 이야기도 중국판 오징어게임 같은 거라고 초반 분위기가 으스스 해서 같이 봐 달라고 한 이야기 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시작은 서바이벌 생존 게임이라기 보다는 공포 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
대학교 교정 한 구석에 버려진 폐건물 19호관의 모습과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봉두난발에 눈이 붉게 충혈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생존 게임 보다는 괴담 드라마 인건가 생각을 했었다.
1회의 초반을 그렇게 시작해서 입학을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버스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면서 게임에 접속하게 된다.
드라마를 열어주는 내용과 뒤로 갈 수록 내용이 달라지면서 뭔가 첫 이미지가 주는 그 느낌은 사라지고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이 드라마는 총 30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국 드라마 치고는 편수가 많지 않아서 딸이 시작하자고 할 때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중국드라마가 대부분 50화가 넘어가는 작품들이 많아서 보기에 굉장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접근하기 좋았는데 30화라는 회차도 내용 전개를 살펴보면 길다고 느껴진다.
24화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적당한 길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라마 중후반부터 마구마구 들게 된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10화 정도까지는 괜찮네 라는 생각을 하고 보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볼만하다고 추천을 했다.
1화의 오프닝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게임을 통한 생존게임이라는 설정에 충실했었으니까.
게임에 참여하는 케릭터들 설정도 괜찮았다.
주인공은 확실한 주인공 버프가 있었고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주변의 케릭터들도 뭔가 흐름에서 변주를 줄 수 있는 케릭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게 마냥 여린 칭유, 대학교 급식소 직원 린 아저씨, 동네 건달 패거리인 텐창 및 그 형제들로 구성된 파티원이 서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케릭터마다 개성이 강한 편이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어떤 장애요소가 될지 궁금했다.
텐창이나 칭유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다면 너무나 흔한 클리셰가 될 수 밖에 없는데 클리셰를 그럼에도 좋아하는데는 다들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가장 특이했던 린아저씨라는 케릭터는 추후에 그 정체가 밝혀 지지만 그때는 이미 이 드라마의 정체성이 마구마구 흔들린 이후라서 특이한 설정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 드라마는 초반이 지나고 나면 케릭터가 먼저 붕괴되고 그 뒤에 설정도 붕괴된다.
중반 부터 케릭터가 붕괴되는데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케릭터는 주인공인 춘위이다.
춘위 케릭터가 붕괴되면서 이 드라마가 갑자기 고구마 구간에 접어 들게 되고 그때부터 하차를 고민하면서 보게 된다.
억지로 억지로 보다가 보면 중후반 부터는 드라마 설정 자체가 붕괴되면서 도대체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가 궁금해지는 지경까지 간다.
그 와중에 너무도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느낌의 감옥신도 나오게 되고 총체적 난국 상황으로 접어든다.
게임에 접속해 있으면서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는 살아 남기 위해서 벌어지는 설정들이 게임 속에서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중후반부로 가면서 피어나는 로맨스.
적당히 양념처럼 가미된 로맨스는 이쁘게라도 보지만 이 드라마의 로맨스는 여러 상황들에 맞춰 봤을때 너무 과해서 이 상황에 굳이? 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만든다.
가장 어이없는 설정은 춘위 아빠와 린 아저씨에 대한 부분.
이건 최첨단 게임 프로그램이 아닌 빙의물이 되어 버리는 현실.
설명은 그런대로 해 주지만 그 설명이 그닥 조리있게 들리지 않고 너무도 황당무계하게 들린다.
시작은 거창하였으나 그 끝은 사소하리니.
이 드라마를 설명하는 딱 그 말인듯 싶다.
게임에 대한 부분도 분량이 적은 편이고 각 케릭터의 서사가 길어서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 케릭터 서사와 로맨스 부분을 줄이고 게임에 집중하면서 회차를 줄였다면 오히려 집중력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게임을 배경으로 하는 생존게임인데 게임 자체도 엉성해 보인다.
생존게임 드라마를 몇편 보기는 했지만 그 중에서도 이 드라마가 가장 엉성한 게임을 선보이는 듯 싶다.
가장 재미있게 본 게임이 그림자 인형 인 듯 했고 위 사진에 나오는 저 상황은 그저 웃지요 하면서 피식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장면들을 보면서 설국열차와 오징어게임이 생각났으니까.
게임에 들어가 있는데 시간 맞춰 설국열차의 그 양갱같은 식사가 배급될 이유는 뭐가 있으며 간수들은 오징어게임 간수들과 똑같은데 생각해 보면 저 공간은 현실이 아닌 게임속이다.
그러니 인간성 폴폴 풍기는 오징어게임 간수가 굳이 필요한 배경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이 저 공간에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설정을 주기 위해서라면 다른 공간이나 상황에 대한 설정도 너무 너무 맞지 않아서 이 즈음부터는 그냥 여태 봐 왔으니 억지로라도 본다는 생각으로 보게 된다.
오징어게임 배경처럼 된 곳까지 가면 더 이상 어이없는 장면은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또 더 뒷통수를 때리는 장면으로 드라마를 마무리 한다.
잘 끌고 나와서 왠 기억상실 코드를 사용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기억상실 코드를 가지고 드라마를 마무리한다.
결국 게임상의 서바이벌 드라마에서 청춘로맨스로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초반 10회 정도가 재미있고 그 뒤로는 의리로 보다가 마지막에는 오기로 보게되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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