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등뼈 감자탕, 돈등뼈찜 등 등뼈를 이용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엄두는 나지 않아서 주로 사 먹는데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니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
마침 마트 정육코너에 돈등뼈가 보여서 한 팩을 구입해 왔다.
한 팩의 양이 어마어마 했다.
1kg정도 되는 양인데 뼈 때문에 그런지 양이 너무 많아 보여서 우리집의 커다란 양푼이를 꺼내어 잠시 찬물에 담궜다.
오래 담그면 고기의 맛있는 부분도 빠진다고 예전에 나에게 누군가가 말했다.
핏물을 뺀다고 물에 오래 담궈두면 고기의 핏물과 함께 고기의 감칠맛도 함께 빠지니 잠시 담궜다가 빼고 한번 삶아서 잡내를 잡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그때의 생각이 나서 찬물에 오래 담그지 않고 2~30분 정도 담궜다가 건져 냈다.
고기의 상태는 좋아보여서 괜히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찬물에 담궜던 등뼈는 우리집에서 가장 큰 냄비 즉 곰솥을 꺼내서 물에 푹 담기도록 했다.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 주기 위해서 월계수잎, 통후추, 페페론치노, 커피가루도 넣었다.
월계수잎이나 통후추는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일거고 페페론치노는 내가 그냥 넣어 봤다.
고기를 삶을 때 청량초나 양파 등을 넣고 삶는 편인데 이번에는 무슨 생각인지 페페론치노가 넣고 싶더라.
넣고 싶으니 넣어 봐야지.
월계수입은 두세장 정도면 되는데 혹시나 싶어서 조금 넉넉하게 넣었다.
아무래도 등뼈 부분이라 잡내가 조금 더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
커피는 예전에 구내식당 주방 여사님에게 들었는데 된장보다 더 잡내 잘 잡는 것이 커피라고 고기 삶을때 꼭 커피를 넣고 삶아 보라고 하시더라.
그 뒤로 수육이든 뭐든 고기를 삶을때는 커피를 넣는다.
이 날은 봉지에 든 커피가루가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오래 삶지는 않았다.
물이 끓어 오르고 5분쯤 더 삶은 다음에 스테인레스 바구니에 고기를 모두 부어서 물은 버렸다.
같이 삶은 월계수 잎이나 페페론치노, 통후추 등도 버리면 된다.
삶아진 등뼈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주변에 묻은 찌꺼기등을 닦아 낸다.
그 찌꺼기가 있으면 잡내가 나는 거라서 깨끗이 씻어 주면 되는데 난 조리용으로 빼 둔 칫솔로 문지르면서 씻어 줬다.
이렇게 손질을 한 등뼈의 절반은 물기를 털어 내고 냉동실에 넣었다.
한꺼번에 다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두번에 나눠 먹어야 하는데 미리 손질해서 넣어 두면 나중에는 해동만 해서 먹으면 되니까.
나머지 절반은 제법 큰 냄비에 옮겨 담았다.
냄비에 옮겨 담은 돈등뼈 위로 간마늘, 간생강, 후추등을 뿌려준다.
후추의 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넉넉하게 많이 뿌려줬고 마늘은 얼려 뒀던 간마늘을 넣었다.
생강도 곱게 다진 생강인데 한톨 사서 사용하다보면 애매하게 남아서 얼리는 경우가 많다.
슬라이스로 얼릴 때도 있고 다져서 얼릴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다져서 얼린 생각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간마늘과 생강이 들어가야 감칠맛도 나고 잡내도 잡아 질 것 같아서이다.
마늘, 생강, 후추 이외에 다른 양념은 일절 하지 않았다.
돈등뼈 위에 배추김치를 듬뿍 올려준다.
이때 포기 김치 그대로 올려주면 더 맛있어보이는데 우리집은 포기 김치를 올린 다음 찢어 먹는 과정을 귀찮아하는 식구들이라 큼직하게 썰어서 대충 올려줬다.
요즘 배추김치가 귀해서 이렇게 찜을 해 먹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김치찜을 식탁에 올리면 배추김치를 올리지 않아도 되니까 라며 위안을 삼았다.
이맘때즘이면 주변 지인들이 햇김치가 먹고 싶어서 작년 김장김치를 우리집에 주는 사람이 많았는데(내가 묵은지를 너무 좋아해서 주시면 아주 감사하게 받아 먹음) 올해는 김치가 귀해서 묵은지를 주시는 분도 없다.
이런 등뼈김치찜은 묵은지로 해야 맛있는데 귀한 배추김치로 해야 하는 마음이 쓰라렸지만 워낙에 배추김치가 귀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배추김치의 국물도 조금 넣어 주고 물도 첨가해서 이대로 뭉근하게 오래 끓여 주면 된다.
끓이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맛있는 김치찜을 먹을 수 있다.
완성 사진은 찍지 않고 바로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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