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덥다 덥다 하면서도 추석 즈음이면 가을이 오겠거니 생각을 했었다.
추석하면 가을의 그 누런 논과 그 논에 서 있는 허수아비 그리고 송편이 생각난다.
내가 창의력의 없다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그 이미지들을 떠 올리게 되는데 올해는 추석이 지났지만 떠 오르는 이미지는 시원한 빙수나 아이스 음료들만 생각난다.
겨울이 생각나는 사진을 보면서 시원한 가을을 생각해 보고 싶은 날들이었다.
몇년 전만 해도 난 한 여름에도 더운물 하다못해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했었다.
어릴때 동네 어르신들이 한여름 등목을 하는 걸 이해 하지 못했고 어쩌다 찬물에 들어가야 하는 날이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었다.
점점 여름 더위가 심해지면서 2~3년 전쯤부터 찬물 샤워를 하게 되었었다.
찬물 샤워라고 해도 아파트 물 저장고에서 내려 오는 물이라 지하수를 바로 끌어 올리던 어릴때 수돗가의 그 물온도는 아니지만 그것조차도 길어야 2주 정도였다.
올해는 아직도 난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다.
찬물이 완전히 찬물이라 소름 돋는 온도는 아니고 미지근해서 집에 에어컨을 틀어 둔 상태에도 찬물이 차갑다 느껴지지 않는다.
미지근한 온도의 물로 샤워를 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랄까.
아직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추석에 에어컨 없이는 집에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니.
추석날 밤에는 에어컨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더워서 몇번을 잠에서 깼는지 모른다.
가을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석날 에어컨 빵빵 틀고 있는 날들.
올 여름은 너무 길구나.
이렇게 여름이 길면 가을은 얼마나 짧으려나 싶기도 하고 가을이 오기는 오려나 싶기도 하고.
에어컨 없이 시원하게 지낼 수 있고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추석이 되기 전 여름 원피스를 모두 정리해서 넣었는데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은 이 날씨들.
최소한 추석이면 가을 바람이 불 줄 알았다.
이번 추석은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워서 애호박전을 모두 버려야 했다.
추석 전날 전을 부치고 나물도 했는데 나물은 혹시나 싶어서 바로 냉장고에 넣었고 전은 그래도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었다.
삼색꼬지나 고구마 튀김 같은 건 괜찮았는데 애호박전은 날씨 때문인지 바로 마음을 바꿔 먹어버리더라.
딸이 잘 먹어서 이번에는 애호박을 3개나 전으로 부쳤는데 몇개 먹어 보지도 못하고 음쓰로 들어가야 했다.
7월에 제사때만해도 애호박전을 했을 때 2~3일은 괜찮았는데 추석이 더 더워서 음식이 상하단.
올해의 가을은 과연 언제 오고 얼마나 짧으려는지.
차라리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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