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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아랫집 할머니 이야기

by 혼자주저리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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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평수의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방 시골의 이 평수대 구축 아파트라서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알면서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친정엄마는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고 있으니 친정엄마가 아파트 사람들에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우리 아래층 할머니는 동네에서도 유명한 분이라고 했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가 며느리가 갑자기 급사를 했고(평소 지병이 있었다고 했다) 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이사를 가고 할머니 혼자 지내는 집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유명한 이유는 괴팍한 성격때문이었는데 이곳 저곳에 부딪히고 싸우고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이 곳으로 이사를 결정하자 엄마는 집에서는 조심해라. 괜히 그 할머니랑 싸우면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매사 조심하라는 당부를 들으며 이사를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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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사를 왔을 때는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라 층간소음이 날 수 있는 걷는 것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다. 

아이가 부산하게 집안에서 뛰어다니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식구들이 조용히 조용히 걷는 걸로 괜찮은 줄 알았었다. 

하루는 퇴근이 늦었고 덕분에 저녁도 늦게 준비되었고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난 다음 청소기를 돌렸다. 

청소기로 거실을 다 돌렸을 즈음 인터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아랫집 할머니. 

지금 시간에 청소기를 돌리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당신들은 방바닥이지만 나에게는 천장이오. 그런데 이 시간에 청소기 돌려서 내 머리 위를 시끄럽게 하시오의 내용이었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를 땡 하고 넘겨서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 지금은 많이 늦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미리 이야기 해 준 말들이 생각나서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청소기를 껐다. 

매번 청소기를 9시전에 돌리기 힘들어서 결국 청소기는 처분하고 저녁에 청소를 해야 할 때는 그냥 주저 않아서 닦아 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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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어느 날 이 날도 저녁을 먹고 난 다음 빨아야 할 옷들을 모아서 세탁기를 돌렸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세탁이 한번 되고 탈수 되고 헹굼이 들어갈 즈음에 인터폰이 또 울렸다. 

세탁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전화를 하신 거다. 

구축 아파트다 보니 세탁기는 베란다 쪽에 있는데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생활하는 여름이면 세탁기 배수되는 물소리와 탈수될때 소리등이 다 들리긴 했다. 

그때의 시간도 9시를 넘기자 말자였다. 

다시 죄송하다고 이야기 하고 세탁기를 멈추고 다음날 아침 6시에 눈 뜨자 말자 마자 돌렸다. 

아침 6시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으셨다. 

그래서 아래층 할머니는 저녁 9시가 데드라인라 생각하고 지냈다. 

세탁기는 퇴근하고 집에 도찾하자 말자 밥을 하기도 전에 먼저 돌리고 청소기는 사용하지 않고 닦는 것으로 나 혼자만 타협을 보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여름 장마철이 되었을 때 갑자기 베란다쪽에서 아래층 할머니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군가 우리 윗 세대에서 비가 온다고 베란다 유리창을 청소 한 듯 싶었다. 

문제는 할머니가 위에서 물청소 하면 구정물이 아래에 있는 우리집으로 다 떨어지는데 왜 물청소 하냐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 

그 뒤로 난 베란다 유리창의 외부는 전혀 닦지 못하고 내부 유리창만 걸레로 한번씩 닦아 낸다. 

또 다른 어느 날 아침 딸은 학교 행사로 집에 없었고 식구는 일찍 출근한다고 이미 나간 후 나 혼자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초인종을 울렸다. 

나가보니 아랫집 할머니였다. 

세탁기를 돌리면서 세제를 너무 많이 써서 할머니 집 하수관에서 거품이 올라온다고 야단야단이었다. 

문제는 우리집은 그때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세탁기 아니라고 우리집은 통돌이와 드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액체 세제를 쓰기 때문에 거품이 거의 안난다고 설명해도 야단야단을 하면서 우리집 세탁기를 확인해야 겠단다. 

무조건 밀고 들어오는데 그만 나도 참을 인자가 사라져 버렸다. 

그 시간은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무조건 집 안에 들어와 확인 하겠다는 그 이야기에 나도 화가 나서 할머니한테 무슨 권리로 남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오는 거냐고 우리집 세탁기 아니라고 소리 지르면서 한발자국이라도 집 안에 들이면 경찰에 무단침입으로 신고 한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내 서슬에 놀랐는지 할머니는 그냥 집으로 가시기는 했는데 그 뒤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네에 내가 굉장히 못됐다고 소문이 났단다. 

소문이 그렇게 나던지 말던지 그렇게 각자 타협을 한 채로 몇년을 지냈는데 어느 날 아래집에 이사를 가는 것을 목격했다. 

엄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조용했던 몇년 사이에 할머니 건강이 나빠져서 수술도 두번을 했는데 도저히 회복이 안 되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집은 정리했다고 한다. 

부산으로 이사갔던 아들이 할머니의 장농이랑 침대등을 폐기하고 정리하고 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서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들어왔다. 

엄마 말에 의하면 그 집은 아저씨가 택시 운전을 하는 집이라고 하더라. 

새로운 집이 이사들어 올 즈음에는 청소기 없이 닦으면서 방 청소 하는것에 익숙해 졌고 퇴근하자 말자 세탁기 먼저 돌리는 것에도 익숙해 졌고 베란타 외부 유리는 이제는 회생 불가능 상태로 창밖을 볼 일이 없어진 상태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게 익숙한대로 조용히 살아갈 줄 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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