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 딸이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했다.
바쁠것 없던 주말 오후 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탈 주
개봉 : 2024년 07월 03일
감독 : 이종필
출연 : 이제훈(규남) 구교환(현상) 홍사빈(동혁)
특별출연 : 송강(선우민) 이솜(유랑민 리더) 이호정(유랑민 단원) 신현지(유랑민 단원)
“내 앞 길 내가 정했습니다”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이제훈)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허튼 생각 말고 받아들여. 이것이 니 운명이야”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영화 제목도 모른 채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는데 나오는 예고편 중에 탈출이 있었다.
차량들이 엉망이되고 다리에서 차가 떨어지는 예고편을 보면서 재미있는 액션 영화네 라는 생각을 했고 내가 볼 영화가 탈출인가 착각을 했었다.
탈주와 탈출은 첫 음절도 같고 뭔가 느낌도 비슷하고 제목도 얼핏 탈출인지 탈주인지 들었으니 그런 착각을 할 만도 했었다.
그 정도로 난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관에 간 셈이었다.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순간이 없이 진행되었다.
전체적으로 흐름은 괜찮았지만 딸의 평가는 조금 박했다.
편집이 어떻고 또 다른 뭐가 어떻고 하는데 솔직히 난 영화를 그렇게 전문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냥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구분만 하는 편이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지루함을 얼마나 느끼느냐의 정도로 영화가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한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사운드트렉까지도 못 듣는 나한테 영화의 편집이나 감독의 의도는 어려운 분야이고 그냥 화면과 이야기를 따라가기 급급한 관람객일 뿐이니까.
영화를 아주아주 좋아하고 나랑 다르게 영화 한편을 봐도 심도있게 보는 딸과는 다른 그냥 재미만 추구하는 인물이 나 이다.
그 관점에서 이 영화는 재미 있는 영화이다.
배경은 주로 북한의 군부대를 위주였고 북한의 군인으로 제대를 얼마 앞두지 않은 규남이 남한으로의 탈주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규남의 전방 보초 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며 흘러 나오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 그의 어린 시절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국 어머니의 초상까지.
그리고 어머니의 단정한 글씨와 라디오에 들리는 익숙한 DJ의 목소리까지.
규남이 탈주를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지루하지 않도록 흘러나온다.
보통 주인공의 서사를 이야기 할 때 지루한 감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부족했다.
영화를 보면서 현상이 왜 저러지? 저 장면은 뭐지? 라는 생각을 잠시 잠깐씩 할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딸이 설명을 해 줘서 이해했다.
현상의 이야기는 영화에 관한 기사들이나 감독의 인터뷰들을 읽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이 또한 내가 워낙에 둔해서 그런걸 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딸이 설명을 해 줘서 이해하는 부분들이 있었으니까.
규남에 이어 현상의 이야기도 영화 내에서 풀어줬다면 영화가 지겨워 졌으려나?
이 영화는 이제훈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 있는 순간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우와 우와를 연발 하게 되는데 영화관이다 보니 그 감탄사를 속으로만 내 뱉어야 한다는 것.
특히 사진들을 보면 잘 보이겠지만 옆 모습은 특히 콧날은 예술이었다.
그래도 가장 아쉬운건 네이버 영화란의 공식 사진중에서 장거리를 쏘는 장총에 달린 망원렌즈에 비친 규남의 정면 사진이 없는 것이다.
그 장면의 그 사진은 정말 압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공식 포토에 없어서 내기억 속에만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그 장면 사진 공개 해주시면 안되려나?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두가지 포인트에서 감탄을 했었다.
첫번째는 규남의 임기응변과 상황판단 능력.
주인공이기에 그런 능력이 없었다면 탈주도 할 생각을 하지도 못할 테고 결국 동혁같은 케릭터밖에 안 되겠지만 규남은 히어로 특유의 능력을 발휘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이 흐를 정도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규남의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대처는 역시 주인공이니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헐리우드 액션의 그 과장된 능력보다는 조금더 긴장감을 가지게 만드는 요소였다.
사실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은 아주 긴장되는 순간에도 역시 헐리우드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긴장을 풀게 되는데 이 영화는 중간 중간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상황이 전개되고 그 상황을 규남이 헤쳐 나간다.
현상이라는 케릭터는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일단 영화 자체에서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그가 왜 저 순간에 저런 표정을 짓고 눈길은 그 곳으로 가고 결국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현상이라는 케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케릭터가 행하는 사소한 행동에 의구심이 들게 된다.
규남을 끝까지 쫒는 케릭터로 생각하면 악역인데 그런데 악역의 다크한 포스 보다는 뭔가 여리고 불안정해 보이는 포스가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케릭터인듯 했다.
특별출연한 배우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별출연하는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별출연 배우들의 장면이 너무도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에 그 재미는 없는 듯 했다.
영화에서 이들이 출연하는 순간 바로 특별출연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 제대로 못 알아보는 나 같은 사람도 바로 알아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었고 북과 남한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서 생각하면 이데올로기였고 인권이었다.
그리고 휴머니즘인가 아닌가 그러면 무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결국 희망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본다.
이런 저런 주제를 붙일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희망이라는 주제를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구나 싶은 마음이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그 말은 북한이 아니라도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그런 말이라고 생각된다.
실패할 수 이는 기회라는 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건 희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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