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가 맛있을 때 먹었던 전어회

정말 오래된 듯 하다. 

몇달이 지나간 겨울에 이 글을  쓰다니. 

여행 후기 올리느라 바빠서 계속 뒤로 밀리는 포스팅 거리들이 꽤 있다. 

이것도 중간 중간 하나씩 챙겨야지 싶어서 여행 후기 중간에 끼워넣기 한다. 

이때가 딱 전어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전어회에 꽂혔는데 횟집 한 군데는 전어가 그날 따라 없다고 했고 다른 한 군데는 전어들이 수조 속에서 비실비실 죽어 가는 모습이었다. 

두군데의 횟집을 실패하고 난 다음 세번째 이 곳에 왔을 때는 전어가 있는지 몰랐었다. 

외부 수조에 전어가 없어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전어가 되냐고 물어서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자 말자 기본찬이 차려졌다. 

횟집 치고는 기본찬이 많이 소박한 느낌이었다. 

간장게장은 그런대로 맛이 잘 들어 있었고 메추리알 조림은 짜지 않아서 좋았다. 

소라? 고동? 여튼 초장을 무친 반찬도 상큼하니 먹기는 좋았다. 

야채샐러드와 삶은 땅콩이야 기본적인 음식이니 따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전체적으로 소박한 느낌이었지만 평타 이상은 되는 맛이었다. 

사진을 발로 찍었는지 그림자 지고 뭔가 사진 구도도 안 맞고 엉망이다. 

코다리 양념조림이 나왔는데 단맛이 조금 강한 편이었고 짠 맛은 적당했다. 

단짠의 정석이라 콩나물과 같이 먹으니 먹기 좋았다. 

콩나물의 아삭함이 양념과 잘 어우러져서 코다리보다는 콩나물이 더 맛있는 찬이었다. 

알밥과 어묵탕, 계란찜도 같이 나왔다. 

알밥은 1인 한 그릇이 아닌 두명에 한 그릇이었다. 

이날 친구와 나 단 둘이 간 거라 테이블에 한 뚝배기가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명이 갔는데 알밥 2개가 나온 건 아니고 하나가 나왔다. 

오뎅탕은 그냥 저냥 먹을만은 했고 알밥이나 계란찜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맛있다고 분류하기에는 조금 힘들 듯 싶다. 

처음 나온 소박한 기본찬이 더 괜찮은 곳이었다. 

아마 횟집에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찬 중에 하나가 콘치즈 구이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에 한번 놀랐던 콘치즈 구이가 이 곳에서도 나왔다. 

윗 부분을 토치로 구웠는지 적당하게 굽힌 비쥬얼은 좋았다. 

콘치즈 구이야 어디를 가도 평타 이상의 맛은 나오니 맛은 말 할 것도 없고 비쥬얼은 좋은 곳이었다. 

우리가 원했던 전어회가 드디어 나왔다. 

전어회 小 한접시에 이 당시 6만원이었다. 

아직 전어가 어릴 때라 세꼬시로 다듬어져 나왔는데 적당히 기름이 올라 있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전어회에 통깨를 뿌리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 곳은 기본적으로 통깨가 뿌려져서 나오는 곳이었다. 

아마도 전어의 고소한 맛을 조금더 올려 주려고 통깨를 뿌린 듯 한데 난 전어 자체의 고소함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내가 회를 먹을 때 일반적인 회는 쌈장, 다진마늘, 참기름, 다진 청량초를 넣고 섞은 쌈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가끔 쌈장에 와사비나 초고추장을 조금씩 섞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쌈장, 다진마늘, 다진 청량초, 참기름으로 양념을 한다. 

이렇게 쌈장에 찍어 먹으면 회가 더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다. 

가끔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초장은 잘 찍어 먹지 않는데 유일하게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전어회와 해물 종류이다. 

이날은 해물은 없었으니 전어를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조제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세꼬시로 다음은 전어회였지만 부드러워서 먹기에 너무 좋았다. 

고소한 맛은 조금 덜 한 듯 하지만 이건 아직 전어가 어려서 그럴 수 있는 부분이었고 전어 자체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전어를 다 먹고 나니 튀김이 나왔고 전어구이도 1인 한마리씩 나왔다. 

전어를 집에서 구우면 그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는 전어 구이를 오랜만에 먹었다. 

집에서 냄새 때문에 전어를 구워먹을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전어 구이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튀김은 그냥 저냥 그랬고 전어 구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닥 재방문 하고 싶은 횟집은 아니었지만 전어철에 전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곳이었다. 

기본 찬 보다는 우리가 목적으로 한 음식이 좋으면 좋은거다라는 생각이 있으니 이 횟집도 괜찮은 곳으로 분류를 해 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