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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신불산

by 혼자주저리 202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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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험이 몇번 없었는데 그 몇번 없던 등산 경험이 참 버라이어티 했던 것 같다. 

이번에 올릴 이야기도 정말로 버라이어티 하다고 자부 할 수 있다. 

제목에 신불산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내가 갔던 그 산이 신불산인지 아니면 다른 산인지 잘 모른다. 

그 근처의 산이었고 그 당시에는 난 무슨 산에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 간 것이니까. 

일행은 그 당시 내가 속해 있던 랩 실의 교수님 두분과 랩실에 있던 학생 나 포함 네명이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랩 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등산 이야기가 나왔고 근처 산으로 가을 느낌을 느끼자고 결정이 되었다. 

난 그때 등산을 못 한다고 이야기 했었고 제주도 한라산에서 내 뒤를 밀어 주신 교수님이 나의 지도 교수님이라 랩실에 같이 계시는 상황이었다. 

교수님이 그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웃으시면서 이번에는 날씨도 좋을 것이고 힘든 등산이 아닌 소방도로가 난 산으로 산책삼아 걸을 거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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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 같이 가는 것에 동의를 했고 그 당시 친정 엄마가 내 점심과 교수님들의 점심을 같이 준비해 주셨다. 

그 당시 흔했던 은박으로 된 도시락에 김밥을 싸서 담아 주셨고 내 등에 매는 작은 베낭에는 도시락 3개가 차곡이 들어가 있었다. 

음료는 다른 친구가 준비 하기로 했고 과일도 다른 친구가, 과자도 다른 친구가 준비 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교수님들은 산에서 내려 오면 산 아래에서 파전에 동동주 사 주시기로 했고. 

기분 좋게 출발 했다. 

정말 날씨도 좋았고 소방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 건 등산을 못하는 나에게는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눈을 돌리면 나무들의 잎이 떨어지고 있었고 산도 좋고 하늘도 좋은 그런 기분. 

그렇게 얼마를 올라갔을까 뒤 쪽에서 포터 한대가 올라왔다. 

그 포터를 보는 순간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포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포터는 차를 세워줬고 우리를 그 산의 정상 가까운 곳에 있는 산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교수님들이 포터 앞 좌석에 우리한테 앉으라 하셨지만 또 그러 로망있지 않은가? 

시골길에 트럭 뒤의 짐칸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달려 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그 장면에 대한 로망때문에 난 굳이 포터의 위 화물칸에 앉겠다고 했다. 

연세가 있으신 교수님들이 포터의 앞 좌석에 앉았고 난 친구들과 화물 칸에 앉아서 사이드 를 꼭 잡고 출발 했다. 

처음에는 덜컹거리는 그 흔들림도 재미있고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도 좋았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트럭이 소방 도로 한가운데 튀어 나와있는 돌을 밟고 아주 크게 울컥 했다. 

그 울컥 하는 반동에 내 몸이 위로 붕 떴고 그대로 트럭 밖으로 떨어졌다. 

떨어질 때 내 몸은 등과 허리 쪽이 아래로 가고 팔, 다리, 머리가 위로 가 있는 U자형으로 떨어 졌던 것 같다. 

속도는 없었지만 달리던 차의 짐칸에서 떨어졌는데 정말 타박상 하나 없이 벌떡 일어 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묻겠지만 그 당시 내 등에 있던 작은 베낭에 은박 도시락에 담긴 김밥 도시락이 세개나 들어가 있었다.

등과 허리가 먼저 떨어지다보니 그 도시락이 쿠션 작용을 했고 다른 부분은 전혀 다친 곳 없이 바닥에 안착이 가능했다. 

일행들이나 포터 운전자 분들이나 모두 놀랐지만 내가 너무 멀쩡 했으므로 그냥 포터는 보내고 우리끼리 걸어서 산장으로 향했다. 

꽤 걸었는데 그 과정에 몇 번의 갈림길이 있었다. 

그 갈림길에서 우리는 고민없이 그냥 무작정 쭉쭉 걸었는데 어느 순간 소방도로가 아닌 계곡을 걷고 있었다. 

늦은 가을 초 겨울 즈음이라 계곡에 물은 없었지만 걷기 편한 소방 도로가 아닌 바위를 타 넘고 돌을 밟으며 걸어야 하는 길이 었다. 

난 오로지 길을 걷는데 초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조금 전에 내가 포터에서 떨어진 것 때문에 교수님들이 날 걱정하시면서 살펴 보고 있으셨나 보다. 

계곡을 걷는데 발 밑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니 교수님 중 한 분이 계곡에서 넘어지셨다. 

물은 없었지만 그 계곡에는 야생 밤 껍질이 많이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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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껍질 위로 넘어지신 교수님은 옷을 뚫고 들어 온 밤 가시에 온 몸을 찔리셨다는. 

가시를 빼려고 했지만 그대로 빼면 안된다고 걷기에 불편한 부위만 가시를 빼고 그대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산장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산장에서 교수님은 산장 주인의 도움을 받아서 안쪽의 방에서 밤 가시를 뺐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도시락은 내 등에서 완전히 떡이 되어서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그 산장에 음식 주문이 가능해서 교수님들이 닭백숙과 전을 주문해 주셔서 점심으로 아주 푸짐하게 먹고 산장 주인애 차를 태워 줘서 산 밑으로 올 수 있었다. 

정말 버라이어티 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트럭에서 떨어지고 밤 가시에 찔리고. 

정말 몇번 되지 않는 경험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 날 확률이 얼마나 되려는지. 

이러니 내가 등산을 좋아 할 수 가 없다. 

이 산(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다. 

그것도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 한 참동안 했던 이 사건에 10년도 더 지나서 생긴 일. 

그건 다음 기회에 또 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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