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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먹을 것 빼고는 혼자서 잘해요-아이 습관 고치기

by 혼자주저리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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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블로그에서 우연히 읽은 내용.

역시나 난 조금은 독한 엄마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독함이 아이에게 실이 되지는 않고 득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할까. 

아래는 예전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겨와 말 줄임표를 없애고 문장만 아주아주 조금 손봤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가 아이를 학원차(학교가 멀어서 당시 다니고 있던 피아노 학원에서 통학을 도와주는 차량은 운행했었다)에 태워 학교에 보내고 학교가 마친 다음 학교에서 피아노 학원을 갔다가 집에 오면 아이를 챙겼다.

난 아이보다 먼저 출근했고 아이보다 늦게 퇴근하니 할머니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건 정말 나에게는 큰 힘이었다.

그런데 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 아이가 할머니의 존재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멀쩡히 학교에 잘 갔는데 그곳에서 콜렉트 콜로 할머니 집으로 전화를 해서는 본인의 책상 어디쯤에 일기장 또는 숙제 노트가 있으니 가져다 달라고 하는 거다.

그 당시 딸에게는 핸드폰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사용 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었고 그 공중전화에는 동전을 넣지 않고 수신자 부담 전화(콜렉트 콜)를 걸 수 있었다. 

초등 들어가자마자 난 딸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기를 바랬다.

처음 며칠 동안 책가방 싸는 것을 도와 주었지만 아이가 이해를 했다는 걸 알자 마자 혼자 책가방을 싸도록 했다.

저녁에 자기 전 미리 책가방을 싸 두면 좋으련만 딸은 절대로 미리 챙기는 법이 없었고 아침이면 이런 저런 것들을 집에 놔 두고 학교에 가기 일쑤였던거다.

거기다 전화만 하면 가지도 달려 와 줄 할머니도 계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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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실을 알자 말자 난 할머니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고 할머니는 아이가 선생님께 혼나는 것이 싫어서 내 말에 동의 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결국에는 수긍하셨다.

딸의 전화가 와도 절대로 물건을 갖다 주지 않기로 약속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또 전화가 왔고 할머니는 딸에게 엄마가 절대로 갖다 주지 말라고 했다며 안된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고 한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오면서 살짝 걱정을 했었다.

딸이 선생님께 야단 맞아서 많이 속상해 있으면 어쩌나 혹시 내가 한 일들에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등등등.

그런데 할머니도 딸도 별 말이 없었고 그냥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나중에 할머니께 아무일 없었냐고 여쭤 봤지만 별 일 없었다는 말만 들었다.

혹시나 싶어 할머니께서 딸의 말대로 또 학교로 가져다 준건 아닌지도 물었지만 그러지는 않으셨단다.

그렇게 불안한 며칠이 지나자 딸이 저녁이면 가방을 싼다.

저녁에 미처 챙기지 못했을때는 아침에 꽤 꼼꼼히 가져가야 할 것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 뒤로는 학교에서 뭘 가져다 달라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께 야단 맞는 것이 무섭고 싫었지만 그 과정을 한번 겪고 나니 스스로 조절을 하는 모습이 보여 좋았다.

또한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한다고 했을 때도 처음에는 같이 책을 읽고 내가 불러주고 딸이 받아쓰는 연습을 하고 학교에 보냈는데 몇 번 한 뒤로는 그것도 하지 않았다.

딸에게 혼자서 책보고 읽으면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가라고 했다.

몇 번 투덜대다 할머니께 책을 가지고 올라갔다가 하더니 결국 혼자서 책을 보며 쓰기 연습을 하고 학교로 갔다.

처음에는 받아쓰기 결과가 정말 바닥을 치더니 점점 나아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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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아마 난 아이를 정말 챙기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교 갖 들어간 아이가 스스로 뭘 할 줄 아는 게 있어서 그리 했는지.

하지만 그 때 겁 없이 아이를 던졌기에 지금 혼자서 공부하고 생활을 챙길 수 있는 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학원의 도움을 크게 받지도 않은 채 공부도 하고 엄마의 도움이 없어도 이런 저런 일들을 챙길 수 있는, 하지만 아이의 먹거리는 내가 꼭 챙긴다.

아침에 반드시 밥을 해서 먹이고 출근하기 전에 아이가 집에 와서 먹을 간식거리 그 중에서도 과일을 미리 깍아서 접시에 담에 뚜껑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두는 건 꼭 하고 나온다.

집에 오면 출출하니 간식이 먹고 싶을 텐데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먹을 수 있도록.

공부도 제대로 봐 주지 않고 숙제도 안 챙기고 방치하지만 먹을 거리는 엄마가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알려 줄 수 있도록.

어차피 공부는 혼자서 해야 하는 거지만 먹는건 엄마가 아이를 위해 챙겨 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챙겨 주고 싶었다..

덕분에 지금도 딸은 과일을 제대로 깍지 못한다.

내가 손을 다쳐 사용하지 못 할 때 과일을 깍는다며 칼을 챙겨 들더니 부들부들 떨며온 몸에서 식은 땀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딸의 또래 친구들은 벌써 제빵 자격증을 딴 아이도 있고 밥도 어설프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아이도 있다는데 딸은 칼을 사용못해 필러로 과일 껍질을 깍고 라면도 아직 못 끓이고 계란 후라이도 못한다.

하지만 본인의 속옷과 와이셔츠, 스타킹은 스스로 빨고 학교에서 그외 모든 곳에서 엄마의 도움 없이도 참 잘 챙겨 다니는 딸로 자랐다.

아직도 더 자라야 하지만 그래도 어디에 내 놔도 걱정 없는, 먹을 거리만 해결된다면 그런 딸이다.

어릴 때 조금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주변의 어떤 아이들 보다 멋진 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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