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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나는 등산을 싫어 한다-두번째 이야기 "한라산"

by 혼자주저리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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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주도를 생전 처음 가 본 것은 아마도 대학교 단체여행 때 였지 싶다. 

그 전에는 제주도를 가 본적이 없었고 대학교 3학년때인가 졸업여행을 미리 당겨서 가는 걸로 해서 단체 여행을 갔었다.

중학교때 수학여행지는 경주였고 고등학교때는 어딜 갔었는지 기억에 없고(아마도 설악선이 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학 졸업여행이 제주도였다. 

저녁에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밤새 바다를 달려서 다음날 아침 제주항에 내리는 페리선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 당시 멀미때문에 귀미테(이 이름이 맞나?)를 붙이고 출발했고 아침에 제주항에 내렸을 때 땅이 울렁거리는 그 느낌이 아주 생경했던 것 같다. 

그 생경했던 느낌과 별개로 여행은 즐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 다니는 그 즐거움은 대학교 3학년이라도 사춘기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일이었다. 

별일 아닌 것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고 별일 아닌거에 신기해 하면서 우와를 연발하며 여행을 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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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행의 일정 중에 한라상 등반이 있었다. 

그 당시 학교에서 여러 과가 모여서 단체로 움직이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이드도 있었는데 그 가이드가 등반을 하지 않을 사람은 버스에 대기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당시 앞서 노고단을 다녀 온 경험 밖에 없으면서도 어쨌든 노고단을 기어 올라갔었으니 당연히 한라산도 가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고단을 같이 올랐던 친구들 중 나와 함께 기었던 친구는 한라산 올라갈 자신이 없다고 버스에 남는다고 했다. 

나는 패기롭게도 제주도에 왔으면 한라산에 올라가 봐야지 외치며 산을 향해 올라가는 무리에 합류했다. 

그 때 날씨는 비가 흩뿌렸고 가을이었던가 꽤 쌀쌀한 날씨였다. 

시작이야 호기롭게 걸음을 떼었는데 이게 갈수록 점점 몸이 쳐지면서 축축 늘어지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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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지 못해서 등반 하다가 중간 휴게소 같은 곳까지만 가고 되돌아 내려 오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는데 휴게소 까지도 못 간 상황에서 내가 중간 낙오를 하게 생겼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지만 비가 뿌렸는데 그 비가 산위로 갈 수록 뿌리는 것이 아닌 내리는 것으로 변했고 바람이 거셌다. 

중간에 낙오되어 앉아서 올라갔다 오는 일행을 기다리기에도 날씨 때문에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난 지쳐서 퍼져버렸고 그때 함께 연합으로 같이 여행을 갔던 기계과 남학생 두명이 내 양옆을 부축하고 우리과 교수님 한 분이 뒤에서 날 밀고 해서 어찌어지 휴게소 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라산의 그 길은 산길도 아니었고 소방 도로였다. 

그럼에도 그 길에서 퍼저버린 나란 사람은 도대체 뭔지. 

여튼 그렇게 휴게소(아마 산장이었을 수도)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른 일행들이랑 같이 버스로 내려갔다. 

버스에 왔을 때 버스에 남았던 친구가 나를 보면서 한마디를 했다. 

기억에 많이 남아 있던 그 한마디

'넌 나랑 같이 버스에 앉아 있었어야 했어.'

그렇다. 노고단을 펑펑 울면서 기어 올라갔던 기억이 있었으니 한라산을 오른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주변에 민폐만 끼친 상황이었다. 

한라산 등산은 길은 산책로 같은 소방도로였기에 괜찮았는데 아마도 날씨 때문에 내가 빨리 탈진이 되었었던 것 같다. 

내 생애 딱 두번의 등산이 이렇게 힘들게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이 두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 등산은 아니지만 어떻게 된게 남은 몇번의 등산도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으니 그 이야기는 또 천천히 풀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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