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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짧은 입원기간 동안 경험했던 최고의 빌런 환자

by 혼자주저리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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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입원을 했었다. 

입원기간은 길지 않았고 총 11일간 입원을 했다. 

그 짧은 기간에도 최악의 빌런 환자와 한 방에 2일간 같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최고였다. 

2022.06.11 - [혼잣말/속앳말] - 교통사고로 한동안 입원했었다.

난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거의 없다. 

딸아이 출산때 일주일이 최고 길게 입원을 했었고 내가 아닌 딸아이가 어릴 때 아이가 입원해서 같이 병실에서 지낸 경험은 있다. 

아이가 입원했을 때는 낮에는 일을 해야 하는 나 때문에 친정 엄마가 주로 병원에서 아이를 봐 주셨는데 그대 다인실은 엄마가 쉬기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 돈을 더 내더라도 주로 일인실에 입원을 했었다. 

제왕절개로 입원했을 때도 출산한 뒤라 일인실 입원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교통사고라 다인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입원이 결정되자 신속항원검사와 PCR을 동시에 진행했다. 

신속항원검사 음성이 뜨면 일단 격리 병실로 이동이 되어 그 곳에서 PCR 결과를 기다려 음성이 나오면 일반병실로 가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첫날은 병실에 3명이 있었는데 모두 텔레비젼도 켜지 않은 채 조용히 하룻밤을 지냈기에 이 정도면 입원도 괜찮을 듯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날 오전 PCR음성이 나오자 마자 일반 병실로 옮겨 졌는데 그 병실에는 이미 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고 난 병실 입구 화장실 맞은편 침대를 사용해야 했었다.

문제는 그 병실에 먼저 입원해 있던 한분이 빌런이었다.

텔레비젼 소리는 엄청 엄청 크게 틀어야 해서 이 병실과 아주 떨어진 격리 병실에서도 들렸던 다른 방의 텔레비젼 소리가 이 빌런 환자분이 튼 텔레비젼 소리였다는 걸 이곳에 와 보고서야 알았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텔레비젼 소리가 얼마나 큰지 병실에 누워 있으면 소리때문에 머리가 윙윙 울릴 지경이었다.

낮에는 그 빌런 환자분이 주로 낮잠을 자고 있었기에 텔레비젼을 틀지 않았고 병실의 다른 환자들도 텔레비젼을 틀지 않았으니까. 

소리를 줄이자 하고 싶은데 미리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분들이 그냥 그냥 지내길래 이 병실 분위기가 원래 이런가 싶어서 말도 못하며 다른 병실로 옮겨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텔레비젼 소리 외에도 전등불을 저녁이면 켜야 하는데 이 빌런 환자분이 그들의 침대가 있는 쪽은 불을 끄고 내 침대 바로 머리 맡에 있는 전등 하나와 화장실 불을 환하게 켜고 문을 열어 놓는 것이다.

즉 내 침대위는 눈이 부셔 누워 있지도 못할 정도로 밝게 하면서 하는 말이 본인이 약을 먹어야 하니 이 곳의 불은 켜 놓자 하더라는.

정말 심각하게 병실 이동을 고민했는데 다행히 그 빌런 환자분은 이틀 뒤에 퇴원을 했다.

퇴원을 안 하고 싶어 했는데 의사분이 더 이상 입원을 할 수 없다고(아마 법적으로 입원 기간을 넘긴 듯 했다) 퇴원을 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다행히 퇴원을 했다.

문제는 이틀뒤에 다시 내과로 입원해서 수시로 우리 병실로 찾아 올라왔지만.

이 빌런 환자분과 같이 있는 이틀동안 정말 심각하게 내가 병실료를 내더라도 일인실로 옮긴다고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내 몸은 아픈데 다른 사람들도 아픈 사람이니 따로 말을 못 하겠고 텔레비젼 소리는 너무도 시끄럽고 불은 눈이 부셔 감고 있어도 눈 앞이 환했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다른 병실로 이동을 한다고 해도 그 병실에 이런 빌런 환자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역시 일인실이 답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다. 

그 와중에 이 빌런 환자분은 지속적으로 간호사실에 전화를 해서 간호사를 호출했다. 

수액이 다 되었다 전화하고 두통이 있다고 전화하고 속이 편치 않다고 전화하고 토했다고 전화하고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전화하고. 

정말 수시로 전화를 하는데 내가 간호사였다면 그냥 빵 터졌을 정도로 정도가 심했다. 

수액이 다 되었으면 간호사실에 가까운 병실이 었으니 그냥 운동삼아 살살 걸어가서 수액을 빼도 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낮잠을 자지 않고 텔레비젼 소리도 줄이거나 끄고 불도 끄면 잘 잘 텐데 잠을 잘 수 있는 분위기와 정 반대의 행동들을 하면서 간호사를 오라가라 하고 있었다. 

밤에는 텔레비젼 소리가 크다고 간호사가 병실로 와서 소리를 줄이는 것도 여러번이지만 간호사가 왔다 가면 그 분은 다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소리를 엄청크게 올리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병원은 매일 매일 수액을 맞았던 침을 빼고 아침마다 새로 혈관을 잡아 수액을 맞을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덕분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매일 매일 수액을 빼고 난 다음 씻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 빌런 환자분은 새로 수액을 맞을 주사를 맞을  때 마다 난리도 아니었다. 

혈관이 잡히지 않는다는 간호사와 내과 병동 간호사들은 혈관 잘 잡는데 너네는 주사도 못 놓는다고 소리 지르는 그 환자분.

간호사들의 빡침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들이었다. 

매일 매일 주사바늘을 찌르다보니 어디가서 혈관이 잡히지 않는다는 소리 들어 본 적 없던 나도 혈관이 숨어서 마지막에는 잡히지 않았었다. 

그 환자분은 오랜 입원 생활로 혈관이 잡히지 않을 지경이 되었지만 그런 이해는 전혀 없었다. 

그 환자분은 내가 입원하고 이틀 뒤에 건강보험에 고시한 입원 기간을 다 채워서 강제 퇴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병실 이동 요청을 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퇴원하고 하루 뒤에 바로 내과로 다시 입원했다는 사실. 

내과 병동 사람들은 속병이라 다들 많이 예민할 텐데 그 환자분과 공존이 가능하기나 할 지 싶기도 하다. 

낮 시간동안 그 빌런 환자분은 내과 병동에서 우리 병실로 지속적으로 놀러 왔다. 

그렇게 올 때 마다 간호사에게 병실간 이동은 금지 되어 있다고 지적을 당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오더라는. 

병원은 그 분만 아니었다면 다인실이라도 지낼만 했었다. 

COVID로 면회 금지, 타 병실 이동 금지, 외출금지 상황이라 병실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었기에 지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지내기 나쁘지 않다고는 해도 병원은 병원이라 불편함은 아주 많았고 병원에 있다가는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 

결국 4주 진단이 나왔지만 11일만에 퇴원하고 집에 갔더니 병원에 있을 때 결리고 아팠던 부분들이 증상이 완화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집안일을 하느라 조금 움직이면 아프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병원보다는 집이 더 편한건 어쩔 수 없는 진실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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