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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건강

내가 심하게 체했을 때

by 혼자주저리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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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소 내 위장을 아주아주 맹신한다. 

웬만해서는 체한다는 경험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고 또 웬만해서는 소화를 잘 시키는 편이기도 하다. 

거기에 유통기한이 제법 지난 음식들을 먹어도 여태 탈이 난 적이 없었다. 

같이 잘 지내는 사무실 직원은 조금만 미심쩍은 음식을 먹는 즉시 탈이나 화장실로 직행하는 편이다. 

한입 먹어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잠시 후 바로 화장실로 가야 하고 우유도 잘 안맞는 장예민 보스.

그 직원과 잘 다니다 보니 내 장은 완전 튼튼 강철인데 이번에 아주 심하게 체했다. 

체할땐 체하더라도 고기를 먹고 체한 것도 아니고 나물들을 먹고 체했으니 얼마나 억울한지. 

아래는 지저분한 이야기들이 나오니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 주세요.

지난 목요일 늦게 친정 엄마가 작은 봉지 하나를 주셨다. 

아버지가 주변 친구분 밭에서 두릅을 따 오셨고 그걸 엄마가 일일이 다듬어서 데쳐서 딸 먹으라 한봉지 보내 주신거였다. 

목요일 늦게 받아서 금요일 아침에 얼마나 맛잇게 밥을 먹었는지 모른다. 

점심때는 사내 식당에서 일상적인 밥을 먹었고 오후에 두세번의 설사가 있었다. 

배가 아프고 불편해서 설사를 한 것은 아니고 소변을 보기 위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자연스레 설사가 따라 오는 상황 정도라 크게 미심쩍지는 않았다. 

저녁은 공방에서 매운 돈까스를 먹었는데 배가 아프거나 속이 부대끼거나 불편한 점도 없었고 밤에 잘 잤다. 

단 자기전에 설사를 한번 정도 더 하기는 했었다. 

토요일 아침에는 인스턴트 죽과 삶은계란으로 아침을 먹었고 점심때는 라면 하나 삶아서 밥 말아 먹었다. 

그때도 큰 이상은 없었기에 설사는 그냥 헤프닝인 줄 알았다. 

저녁때가 되니 친정 엄마가 엉개(엄나무순)를 삶아 놨으니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요즘 봄이라 여기저기 봄나물들이 많아서 나물류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 친정 엄마가 부른 거였다. 

친정에 가 보니 엉개를 데쳐서 무쳤고 풋마늘도 살짝 데쳐서 무쳐 놨더라.

거기에 친정 엄마표 된장찌개까지 있었고 밑반찬으로 연근조림이 맛깔나게 상에 올라와 있었다. 

엉개 나물에 얼마나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저녁을 7시 15분즈음에 먹었는데 10시 반부터 화장실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새벽 1시 반까지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잠을 자지도 못하고 당장 일요일 아침에 친구랑 포항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 걱정도 하고. 

1시 반 즈음에서야 이 설사의 원인이 혹시나 체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트름이 계속 올라오는데 시원하지도 않고 아주 예전에 심하게 체했을 때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으니까. 

다행히 집에 소화제가 있어서 한알 먹고 잠시 진정이 되는 듯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을 깊이 잘 수 있었던 건 아니고 새벽 4시 넘어서 다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한번 깼다. 

그 뒤로 혹시나 싶어서 잠을 못 잔건지 안 잔건지 잠을 자지 않고 버티면서 아침을 맞았다. 

그때까지 괜찮길래 아침으로 모닝빵을 우유에 적셔서 먹고 커피도 한잔 진하게 마시고 여행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여행지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낮에 두번 정도 아주 살짝 설사를 했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요일 저녁으로 월남쌈을 먹었더니 그날 저녁 다시 설사를 했다.

물론 여러번 한 건 아니고 두번 정도 했는데 이때부터 감이 딱 왔다. 

채소들을 먹으면서 계속 채하는 구나 싶더라. 

일요일 아침에 모닝빵에 우유, 점심에 모리국수 등을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가 야채를 많이 먹는 월남쌈을 먹고 나니 다시 설사가 나오는 상황이었으니까. 

다행히 일요일은 여행에 방해가 될까봐 끼니때 마다 소화제를 먹었기에 전날처럼 화장실을 들락거리지 않고 잘 수는 있었다. 

단지 이날 오후즈음부터 트름을 하면 대략 난감의 상황들이 벌어질 정도였다는 불편은 있었다.

그 괴로운 냄새라니. 

월요일 아침에는 친구가 구운 번 하나와 구운계란 하나 방울토마토 몇개와 커피로 해결을 했다. 

뱃 속에서 별 문제는 없었고 화장실도 문제 없었기에 소화제도 먹지 않았다. 

점심으로 도토리묵빈대떡과 산채비빔밥으로 먹고 늦은 오후 역시나 설사가 찾아 오더라. 

결론은 역시나 나물류.

고기도 아니도 나물류. 

월요일 밤에 설사 두어번 더 한 다음에 화요일 아침 누룽지 팍팍 끓여서 아무런 간도 없이 누룽지만 먹고 출근하고 사내 식당에서는 흰 밥에 뜨거운 물 말아서 반찬 하나 없이 그것만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누룽지 팍팍 끓여서 조선간장에 조금이랑 먹었다.

이렇게 하루 더 먹고 나니 편안해 지는 듯 했다. 

하지만 죽만 먹고 있을 수 없으니 수요일 아침은 누룽지 삶아서 먹고 소화제 한알 먹고 출근 하고 점심은 사내 식당 밥 그대로 먹고 소화제 한알을 먹었다. 

점심을 일반밥으로 먹고 두시간 즈음 뒤에 역시나 설사는 아닌데 그 경계에 선 상황이 한번은 왔다. 

저녁은 고구마 삶아서 먹고 소화제 한알 먹었다. 

난 내가 이렇게 심하게 체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고기류도 아니고 나물류때문에 체할 거라는 생각은 정말 꿈에서도 못 해 봤다. 

그런데 이렇게 심하게 체하다니. 

또 체하고 나니 그 증상으로 따라오는 설사는 너무 괴로웠다. 

물만 먹어도 화장실에 가야 하는 장염등과는 다른 증상이라 체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좋아하는 나물류 먹고 이 고생은 처음 해 본다. 

체해서 설사 하는 것도 처음이구나. 

이번에 정말 많은 첫 경험들을 해 보는구나. 

우리 집에 소화제를 비상약으로 구비해 둬야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던 나인데 이제는 소화제도 구비를 해 둬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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