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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이른 봄에 끓였던 쑥국에 대해-뒤늦은 이야기

by 혼자주저리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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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쑥, 냉이, 달래 등등 향이 강한 채소(?)류 이다. 

일년에 짧게 한두번밖에 못 먹으니 봄이면 챙겨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요 몇년 거의 먹지 못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직장 단체 식당에서 봄이면 꼭 쑥국, 냉이된장국, 달래된장국, 달래 오이무침 등등이 나왔는데 요 몇년 봄 나물을 이용한 반찬은 구경을 해 보지 못했다. 

하다 못해 취나물 무침도 못 먹어 봤으니. 

지금은 쑥이 아주 많이 웃 자라고 억세졌지만 3월 중순에서 말로 이동하려는 즈음에는 쑥이 아주 아주 어리고 부드러웠다. 

그때 어느 점심시간 사무실 직원 한명이랑 점심을 최대한 빠르게 흡입하듯이 먹고 난 다음 커터칼과 비닐 봉지 하나 들고 근처로 쑥을 캐러 갔다. 

대학교에 일반적인 화단이나 학교 내 도로가에도 쑥이 많았지만 그 곳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동네 강아지들도 산책을 하는 길목이라 패스하고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외진 대학 건물 뒤편의 관리 전혀 되지 않는 화단처럼 생겼지만 흔한 나무 한포기 없는 오로지 잡초만으로 뒤덮힌 잊혀진 곳으로 찾았다. 

이 곳이라면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고 동네 강아지의 산책로도 아니기에 그 버려진 화단에 자라나는 쑥을 직원이랑 앉아서 캤다. 

35분정도를 캔 것 같은데 캔 쑥의 양이 시장에서 한줌에 3,000원 또는 5,000원에 파는 양의 반도 되지 않았다. 

그날 따라 직원의 천정 어머니가 쑥국을 이미 준비하는 중이라고 해서 직원이 캔 쑥도 내가 받아 집으로 들고 와 손질을 했다. 

두명이 35분동안 캔 것이 딱 우리집 한 냄비 끓일 정도 되는 양이었다. 

쑥만으로 끓이기에는 쑥의 양이 부족해서 무채를 섞어야 할 정도이기는 하지만 쑥향만 나면 되는 거니까. 

그러고보니 난 여태 쑥국이란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걸 먹어보기는 했지만 난 한번도 끓여 본 적 없는 메뉴이기도 했다. 

쑥을 다듬고 열심히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서 쑥국 끓이기에 도전을 했다. 

잘 손질한 쑥을 여러번 씻어 준다. 

분명 손질도 깨끗이 했고 눈에 보이는 이물질은 없는데 씻을 때 마다 잔잔한 찌꺼기등이 그릇에 나오는게 보였다. 

그런 찌꺼기가 안 나올 때까지 5~6번을 깨끗한 물에 흔들어 씻어 주었다. 

잘 씻어 준 쑥은 물기를 털어 준다. 

두명이 35분동안 캔 쑥의 양이 고작 저 정도 양 밖에 되지 않았다. 

딱 한 줌의 양이었다. 

쑥 외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굵게 채 썬 무와 마늘, 대파, 된장이다.

그리고 육수를 빼는 다시멸치와 건 다시마를 사용했고 국간장으로 간을 더했다. 

된장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토장이라는 제품을 구입해서 먹는데 시판 된장의 덜큰한 맛 보다는 시골 된장 스러운 맛이 조금 더 많이 나는 듯한 제품이다. 

된장을 한 숟가락 가득 떴는데 이건 양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마늘이랑 대파는 냉동 되어있던 걸 사용했다. 

다시멸치와 건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그 육수에 된장을 체에 걸러 넣어준다. 

보통 시락국 같은 된장국을 끓일때 된장을 걸러 넣지 않는 편이다. 

가끔 숟가락에 걸려 오는 된장의 콩알을 씹는 맛이 좋아 하는 편이라 거르지 않고 끓이는데 쑥국에 콩알이 씹히는 건 별로일 듯 해서 체에 한번 걸러줬다. 

된장의 양이 많았는데 여기서부터 망했다. 

된장을 위 양의 반이나 반보다 적게 넣었어도 되었을 듯 싶다. 

된장 양이 적어서 국간장을 반 스푼 조금 더 되게 넣어 줬다. 

국의 간은 우리 입에 살짝 싱거운 듯 했지만 된장의 양이 옛상보다 많이 들어가서 국물의 색이 많이 탁해져 있었다. 

국간장을 넣고 굵게 채친 무를 넣어 주었다. 

육수 안에서 무가 충분히 끓어서 무의 시원한 맛이 국물에 충분히 배어 나왔다 싶을 정도까지 끓여 주면된다.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 주면서 끓이는데 처음 무를 넣으면 가라 앉아 있다가 잘 익으면 무가 위로 떠 오르더라. 

무가 위로 떠 오르고도 조금 더 끓여서 국물에 무의 시원한 맛이 충분히 어우러지게 한다. 

무가 충분히 익었을 때 쑥을 넣어 준다. 

쑥 양은 위 사진에 보이는 저 양이 다 이다. 

쑥을 넣고 바로 따라 냉동되어 있던 다진마늘과 대파를 같이 넣어 준다. 

쑥을 넣고 먼저 끓이고 다음에 마늘이나 대파를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냥 다 같이 넣었다. 

쑥과 대파가 충분히 익을 동안 끓여서 내면 되는데 위 양으로 크지 않은 국그릇에 6그릇 정도 나오는 양이었다. 

우리집에서 작은 국그릇으로 3명이 2끼를 먹었다. 

처음으로 끓인 쑥국은 일단 된장의 양이 많아서 된장의 향이 너무 강했고 쑥이 너무 부드러워서인지 쑥향이 그닥 강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햇살이 많이 잘 드는 곳의 조금 더 자란 쑥을 캐서 된장 양을 1/3로 줄이고 다시 끓여 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쑥국을 먹은 딸아이의 말은 쑥의 식감이 물에 불린 종이를 씹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적나라한 평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에 또 다시 쑥국 도전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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