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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상영물

그녀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왓챠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by 혼자주저리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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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둡고 무거운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뭘 봐야 하나 무심히 왓챠를 뒤지다가 눈에 띈 제목. 

예전에 이 영화가 개봉 했을 때 제목과 포스터 때문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무거운 건 보기 싫지만 그럼에도 한번은 봐야지 싶어서 영화를 시작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Bedevilled)

개봉 : 2010년 09월 02일

감독 : 장철수

출연 : 서영희(김복남) 지성원(해원) 황화순(동호 할매) 박정학(만종) 배성우(철종) 이지은(연희) 오용(득수)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지성원 분)은 휴가를 받아 어렸을 때 잠시 머물렀던 무도로 향한다. 어릴 적 친구 복남(서영희 분)이 해원을 환대하지만 다른 섬주민들은 해원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다. 복남의 배려로 편안한 휴가를 즐기며 서울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에게 어느 날 부터인가 복남의 섬 생활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남편에게 매를 맞고,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육욕에 집착이 강한 시동생에게 성적인 학대까지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섬사람 모두 복남이 처한 상황을 외면할 뿐이다. 해원 역시도 자신과 딸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복남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게 된다. 이제 무도에서 복남을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복남은 이 섬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눈부시게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복남은 낫 한 자루를 집어 든다. 그리고 시리도록 아프고, 미치도록 잔혹한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은행 창구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던 해원이 형사 사건의 목격자로 경찰에 출두해서는 뻔히 보이는 범인을 지목 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벗어 난다. 

다시 은행으로 돌아 온 해원은 그녀가 대출을 거절했던 할머니에게 대출을 승인해 준 다른 직원에게 폭언과 손찌검을 하게 되고 강제로 휴직을 받아 어릴 때 잠시 있었던 무도로 가게 된다. 

무도에는 어릴때 친구인 복남이 그녀가 오기만을 학수 고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해원에게는 복남의 환대도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듯 했다. 

섬에서 유일한 젊은 사람으로 구성된 식구들이 복남이네 가족이다. 

복남과 남편 만종, 시동생 철종 그리고 딸 연희.

이들 외에 다른 주민들은 모두 노년의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가 한명이다. 

섬의 분위기는 만종과 철종을 떠 받들고 복남은 막 대한다. 

심지어 연희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신세로 친구도 없이 혼자 외롭게 논다. 

영화는 이 섬 사람들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으로 진행이된다. 

복남은 개인의 의사는 표현하지 못한채 그들의 노예처럼 일을 하고 만종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철종의 성적 대상이 되어 살아 가고 있었다. 

암울한 그녀의 삶에서 제일 밝았던 빛은 아마도 해원이 아니었을까? 

어렸을때도 해원을 섬의 남자 아이들에게서 보호하고 그 남자 아이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면서 살았던 복남은 아마도 그녀의 의지를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듯 싶었다. 

섬의 남자 아이들이 해원에게 해코지를 못 하도록 막는 것이 그녀의 최선의 의사 표현이었던 것 같다. 

그녀 스스로는 포기하고 수긍하면서도 해원에게는 그 어둠이 물들지 않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모습은 아이러니했다. 

만종이 외지에서 딴 여성을 불러 들여 그녀가 있는 집안에서 관계를 가져도 그녀는 그 방문 앞에서 밥을 먹고 있을 정도로 그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만종이 때려도 철종이 그녀를 유린해도 의사 표현을 하지 않던 그녀에게도 어릴 때 해원처럼 지켜야 할 연희가 있었다. 

그 연희에게 만종의 손길이 닿았다고 느끼는 순간 복남은 점점 그녀만의 의지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도 오랜 기간 섬에서만 살아왔던 그녀에게 새로운 길이 보일리는 없었다.

바보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복남을 결국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미친듯이 일을 하던 복남이 태양을 마주하고 난 뒤 하는 말에 전율이 일었다. 

한참 태양을 쳐다봤더니 태양이 말을 하네?

그 말이 스위치였다. 

본인의 의지 없이 주변에 순응하던 복남이 달라졌음을 알리는 스위치.

여태까지 살아 왔던 복남의 삶을 부정하는 그 스위치였다. 

복남의 인생은 도대체 어떤 인생이었을까? 

어릴때 부터 고립된 섬 안에서 학대 당하고 살았던 그녀에게는 그녀의 삶이나 의지가 없었다. 

그냥 해야 하는 것이고 그냥 봐야 하는 것이고 그냥 들어야 하는 것이고 그냥 맞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최고의 돌파구였던 해원은 결국 그녀를 외면한다. 

해원에게는 해원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은행에서는 좋지 않은 일로 강제 휴가를 온 상황이고 서울에서의 삶은 팍팍하고 녹록치 않았다. 

그런데 복남과 연희를 책임 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해원에게 있을리 만무했다. 

책임지지 못하니 외면하는 삶은 해원이 살아가는 방법일 뿐이었지만 복남에게는 가슴아픈 외면이었다. 

이들의 삶에서 과연 다른 선택지란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어릴때 잠시 같이 지냈던 인연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그들이 살아오는 삶의 여정에서 비틀리고 뒤틀어 졌는데 그들은 특히 복남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상황이 비극을 초래한 것이 아닐까. 

복남과 해원의 지난 생에서 그때 이랬다면 저때 저랬다면이라는 가정은 정말 의미없는 말일 뿐이지 싶다. 

무도라는 고립된 섬에 갖혀 핍박받는 삶은 살아 온 복남도 서울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치이며 살아 온 해원도 그들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해서 살아 온 날들이니까. 

복남의 지난 삶은 낫 한자루로 표출된다.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낫 한자루를 휘두르는 것으로 그녀의 지난 삶은 부정한다.

그럼에도 복남은 그녀의 그 지난 삶의 흔적들을 모두 정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녀에게는 너무도 힘들고 또 힘들었던 지난 삶들이지만 결국 그 살아 온 과정 안에 그녀가 있었으니까. 

영화는 중반까지는 솔직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복남의 삶과 해원의 삶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복남의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삶이란 모든 것이 흐르는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또 흘러간다는 것.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를 의미이지만 그냥 느낀 느낌 그대로이다.

오랜만에 힘든 영화를 봤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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