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게으른 사람이다.
쉬는 날 집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손하나 까딱 하기 싫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배달 음식 좋아 하지 않는 건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중에서도 청소하는 것이 제일 싫은데 특히나 화장실 청소가 싫다.
정말이지 화장실 청소는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마지못해 하는 듯.
그나마 설겆이는 재깍재깍 했었는데 그것도 요즘은 모으고 모아서 한꺼번에 하는 경향이 있다.
집 청소 하는 빈도는 뭐 말 할 것도 없고.
그러면서도 방이나 거실등 집안을 돌아 다닐 때 내 발바닥에 뭔가 밟히는 것을 극혐한다.
아주 작은 티클 하나 밟히는 것도 싫어 하면서 청소는 귀찮아하는 이 극강의 게으름.
이런 와중에 예전에 봤던 기사 하나가 떠 올랐다.
양말을 빨 때 모양이 바르게 해서 빨기 보다는 뒤집어서 빠는 것이 더 좋다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읽은 지 한참 되었지만 여태 아무 생각 없다가 얼마전 검정색 양말을 신었다가 내 발 상태를 보고 난 뒤에 그 기사 내용이 생각났다.
아침에 검정 양말을 신고 출근을 했고 하루종일 이리저리 왔다갔다를 하고 난 뒤 퇴근하고 양말을 벗었는데 검정 양말에서 나오는 검은 먼지가 내 발에 잔뜩 묻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구입한 양말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건데 그 전에 몇번 신고 빨았던 건데 먼지가 하나도 제거되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신었을 때도 분명 먼지가 발에 묻어있었을 텐데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왜 이날 따라 그게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지.
양말을 신고 하루종일 생활을 하다 보면 내 발에서 각질등 이런저런 노폐물이 생겨서 떨어져 나간다.
그 노폐물들이 양말 속에 모여 있을 건데 이걸 미리 손빨래로 애벌 빨래를 하면서 한번 뒤집에 빨아 주고 난 다음에 다시 뒤집어 세탁을 하면 깔끔할 텐데 극강의 게으름을 피우는 내가 손빨래로 애벌 빨래를 할 일은 절대로 없다.
그냥 벗어 둔 상태 그대로 빨아서 건조 후 개켜 주는 일만으로도 허덕거리는 불량 주부니까.
그날따라 검정 양말 속의 먼지가 내 발에 잔뜩 묻어 있는 것을 보고나니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말을 벗을 때 뒤집어 벗지 말라고 잔소리 잔소리 해서 바로 벗게 했던 과거의 나와는 상반된 요청을 식구들에게 했다.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 두라고.
예전에 아이가 어렸을 때야 양말을 신고 험하게 놀다보면 양말 바닥에 이런저런 이물이 많이 묻고 때도 많이 있지만 아이도 성인이 된 이 시점에 양말에 때가 많아서 신경써서 빨아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는 뒤집어서 빨아도 충분히 외부의 지저분함도 빨아 질 것 같으니 그냥 뒤집어서 벗어라 했다.
식구들 모두 의아해서 왜? 왜? 도대체 왜? 라는 의문문을 머리위에 잔뜩 만들어 나를 보더라.
뒤늦은 깨달음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뒤집어서 빨 거고 개킬때 다시 바로 뒤집어서 개켜 주겠다고 했다.
속마음은 뒤집어서 빨아 둘 테니 바로 뒤집어 신는건 각자가 알아서 하자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나를 닮아 게으른 식구들 모두 아마도 그 과정이 귀찮아 지금처럼 바로 벗어 둘 거니까.
따지고 보면 나만 게으른게 아니라 우리 식구들 모두 게으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 이렇게 엉망으로 살림을 살고 생활을 하지만 큰 불평 불만 없이 지내는 것일 듯.
아니 속으로는 불평 불만이 많아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만약 한마디라도 입을 댔다면 그들에게 청소든 빨래든 설겆이든 시켰을 듯 싶다.
지금이야 며칠에 한번씩 모아서 하다보니 생각나면 내가 하는 편이고 정말 피곤하고 힘들면 도와달라 요청을 하는 편이긴 한데 다들 이런 생활에 적응이 되어서 살고 있는 우리집이다.
이런 저런 잡설이 많았지만 결론은 내가 조금 더 부지런 떨고 양말을 뒤집어 빨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거다.
빨래 개킬 때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되는 일이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뒤집어서 양말을 빨자 싶다.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식구들에게 통보를 한 뒤라 아마 번복은 힘들지 싶다.
막상 하러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일단 시도해 봐야지.
나의 게으름이 저만치 또 한발 물러난 듯 싶어 씁쓸하다.
'혼잣말 > 속앳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돈 내산 노브랜드 쌀국수 육수 이용하여 쌀국수 만들기 (0) | 2021.10.28 |
---|---|
집에서 후라이팬으로 민물장어 구워먹기 (0) | 2021.10.22 |
영어 공부를 해 볼까? 매일 저녁 하고 있는 무료 영어 앱 "듀오 링고"-광고 아니고 직접 체험 해 본 경험임 (0) | 2021.10.18 |
2021년 10월 17일 지난 먹부림-추석 제외 (1) | 2021.10.17 |
너무도 오랜만에 타로점을 봤다. (0) | 2021.10.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