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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생애 처음으로 깍두기 담그기

by 혼자주저리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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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김치를 담궈 본 적이 없다. 

배추김치는 아예 시도해 보지 않았고 김치 비스무리 한 걸로는 부추 겉절이와 생깻잎절임 정도랄까. 

그것도 두 종류 모두에 고추가루와 액젓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김치 비스무리한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2년전에 얻어온 묵은지를 냉장고 깊숙히 아주 잘 넣어놨는데 막상 먹으려고 꺼내니 그 김치들이 많이 물러서 손을 대면 죽처럼 흘러내리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땅속에 묻어 있던 김치를 얻어서 냉장고 깊이 넣어 둔 건데 온도가 맞지 않으면서 상한 듯 싶었다.

그 김치들을 정리하고 보니 막상 당장 먹을 김치가 없어서 급한대로 생전 처음 깍두기를 담아 보기로 했다. 

여름 무라 맛이 없을 듯 하고 처음 담궈보는 거라 맛이 더욱 없을 듯해서 하나만 시도 하기로 했다. 

아마 평소 내 스타일대로 한다면 두세개의 무를 한꺼번에 담지 않았을까? 

그래도 무 하나만으로 도전하기로 하고 잘 씻은 다음 필러로 껍질을 깍았다. 

도마에 얹고 적당히 먹기 좋은 상태로 깍뚝썰기를 하면 되는데 난 조금 더 큰 사이즈가 좋지만 식구들은 조금 작은 듯한 사이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작게 썰었다. 

처음 담그는 거지만 계량 따위는 없는 나. 

그냥 소주잔보다는 조금 큰 정종잔을 꺼내어 소금을 한 컵 부었다. 

천일염을 사용해서 절이고 난 다음 씻거나 정제염을 사용하고 씻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 난 정제염을 사용하기로 했다. 

천일염은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한 봉지 구입해서 거의 다 사용한 상태인데 사용빈도도 많지 않고 굳이 더 사야 겠다는 생각도 없으니 정제염으로 절이기로 했다. 

단맛이 거의 없는 여름무라서 소금과 함께 설탕을 넣어 절이기로 했다. 

대부분 이때 흰 설탕을 사용할 건데 집에 있는 흰 설탕은 에리스리톨과 자일로설탕 뿐이었다. 

자일로스설탕도 거의 다 사용해 가는 중이라 싱크대 서랍 깊숙이 있던 흑설탕을 꺼냈다. 

음식을 하다보면 색을 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 가끔 사용하는 흑설탕. 

이 흑설탕을 다 쓰고 나면 코코넛 슈가로 갈아 타야지 싶다. 

전에 시험삼아 한 봉 구입해 본 코코넛 슈가가 흑설탕이랑 색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듯 하니까. 

흑설탕은 소금보다 아주 조금 적게 넣고 무를 버무린다. 

버무린 상태로 30분쯤 두었다가 한번 뒤적여서 30분을 더 두었다. 

무에서 나온 물이 흑설탕 때문에 아주 검게 나오는데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시간 정도 절였다면 물은 따라 버리고 무는 다시 큰 그릇에 담아 주면된다. 

이때 천일염을 사용했다면 한번 헹궈서 물기를 빼고 담아줘야 하는데 정제염과 흑설탕이라 따로 물에 헹궈내지는 않았다. 

물기를 따라 낸 무 위에 미리 만들어 둔 양념을 올려준다. 

양념을 만드는 걸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다. 

양념은 멸치액젓, 새우젓, 고추가루, 간마늘, 생강가루, 양파, 청량초가 들어갔다. 

믹서기에 멸치 액젓과 양파, 마늘, 청량초를 넣고 한번 갈아 줬다. 

우리집 고추가루가 전혀 전혀 진짜 전혀 1도 맵지 않은 색깔만 고추가루인지라 고추가루에 청량초를 넣고 한번 갈아줬다. 

조금은 매콤 칼칼한 맛이 있어야 좋을 듯 해서. 

이왕에 가는 김에 양파도 작은 사이즈 반개 정도 넣고 같이 갈았다. 

그 양념에 고추가루와 새우젓, 생강가루를 잘 섞어서 살짝 불려 주면된다. 

불린다는 행위가 따로 필요 한 건 아니고 무를 절여두는 동안 양념을 미리 만들어두면 되는 것으로 고추가루가 양념에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양념과 무를 잘 섞어 준다. 

쪽파나 부추등을 넣어 주면 색감이 좋아지고 맛도 좋아지겠지만 자신없는 깍두기 담기에 다른 부재료를 구입하는건 얼마 들지 않는 금액이라도 부담이었다. 

또한 양념을 만들때 밀가루 풀이나 밥을 끓여 풀을 쑤어서 거기에 양념을 버무리면 더 좋은데 그것도 부담이라 바로 했더니 액젓이 조금 많이 들어간 듯 하다. 

무의 양에 비해서 양념도 많이 첨가 된 듯 양념비율이 조금 많이 높아 보였다. 

잘 버무려서 그릇에 담아 실온에서 하루 익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서 일주일 정도 익혔다. 

깍두기는 담궈서 바로 먹는 것 보다는 잘 익힌 것이 맛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익을 생각을 하지 않더라. 

간은 짜고 무 특유의 매운맛이 남아 있어서 맛있는 깍두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제법 먹고 작은 유리그릇 찬통에 하나 남았는데 깍두기를 담은지 두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저 깍두기들은 익지 않았다.

잘 익은 깍두기에서 솔솔 풍기는 새콤한 냄새가 그리운데 저 깍두기들은 그냥 이대로 멈추려나 보다. 

다음에는 밀가루 풀도 쑤고 고추가루 자체를 조금 매콤한 것으로 구입하고 해서 다시 담궈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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