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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곱슬머리 곱슬머리 곱슬머리

by 혼자주저리 202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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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는 곱슬머리이다. 

어렸을 때 즉 중고등학교 시절 그 때는 단발을 해야 했었는데 단발로 자르고 나면 앞머리 뒷머리는 차르르르 떨어지는데 귀 근처의 옆머리는 롤을 만 것처럼 곱슬거렸다.

물론 차르르 떨어지는 그 뒷머리도 머리 끝의 방향은 항상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손으로 뭔가를 하는 건 망하기 일쑤인 나에게는 아침마다 드라이어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차르르 뒷머리를 롤 빗과 드라이어로 열심히 목덜미 쪽으로 말아 넣어보지만 어떤날은 옆으로 어떤 날은 바깥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옆머리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아래로 쭉쭉 펴는건 드라이어로 충분히 가능한데 그 머리의 끝 부분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그 당시 다른 헤어용 기구가 있다는 건 알지 못했고 오로지 드라이어로만 머리를 손질 해야 했는데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쭉 펴고 학교를 가더라도 비가 오거나 학교에서 양치나 세수(아주 가끔이지만)를 하거나 물이 튀거나 하면 바로 곱슬거리는 머리로 바뀌곤 했다. 

심지어 장마철이나 태풍이 부는 날은 교문에서 복장불량으로 잡히기도 했었으니까. 

그럴때는 옆 머리에 물을 척척 발라본다. 

펌으로 곱슬 거리는 머리는 물을 바르면 더욱 곱슬 거리고 내 머리는 물을 바르는 순간 아래로 축 쳐진다. 

그 물기가 마르면 펌 머리는 곱슬거리는 것이 살짝 풀어지지만 내 머리는 다시 곱슬거리는 상태로 돌아가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스트레이트 라는 이름으로 펌이 생겼다. 

이름 그대로 머리를 쭉쭉 펴 주는 펌인데 넙적한 판에 약을 바른 머리카락을 붙여서 펌을 하는 것이었다. 

그 펌을 하면 곱슬머리도 찰랑거리는 직모가 가능하다고 해서 도전을 했다. 

펌을 한 그날은 좋은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다시 곱슬거리는 내 머리들. 

몇번을 시도 했고 스트레이트에서 매직으로 바뀐 펌의 형태에 따라 다시 시도했지만 내 머리는 직모를 거부했다. 

여러번의 시도끝에 결국 직모는 포기하고 차라리 모양이 일정하게 이쁜 펌을 하기로 했었다. 

남들보다 펌 약을 바르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밥을 동원해서 펌을 했지만 한번 한 펌은 정말 질기게도 오래갔다. 

남들은 펌을 하고 한달뒤면 머리가 풀어져서 다시 펌을 고민하던데 난 한번 펌을 하면 2년을 넘게 유지했다. 

아래 펌으로 곱슬 거리는 부분과 새로 난 내 머리카락 사이에 경계나 분리는 전혀 없이 자연스러웠으니까. 

길이 이상의 긴 머리를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짧게 숏커트를 하고 싶어 졌던 적이 있었다. 

과감하게 미용실에서 커트를 했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좋았다. 

문제는 다음날. 

머리를 감고 나왔는데 머리 끝이 모두 하늘을 향해 비쭉이 쏟아 올라 있었다. 

머리카락의 길이가 짧아서 롤 빗으로 누르지도 못하고 손으로 열심히 드라이어 하면서 눌렀지만 결국은 실패. 

이 상태 길을 가다 내 그림자를 보면 둥근 머리의 끝들이 하늘로 쏟아 있는 만화 케릭터의 머리 같았다. 

그 한번의 경험 이후로 숏커트는 절대로 시도 하지 않았다. 

현재는 머리만 자르면서 길이 조절만 하고 펌도 하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그 오랜 기간 펌 없이 살았는데 어제 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된 친분이 아닌 업무상으로 알게 된 사람이 나보고 펌을 했냐고 묻더라. 

아니라고 그냥 순수 내 머리라고 이야기 했지만 펌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고 이건 자연 곱슬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웨이브라고 한다. 

으아아아. 

나의 곱슬머리. 

그래 이렇게 곱슬 거리는 머리로 펌을 하지 않아도 되니 미용실 비용 아꼈다 생각하자. 

머리 숱이 적어서 꿈에서라도 해 보고 싶은 찰랑거리는 머리는 해 보지 못하고 항상 사자 갈기처럼 휘날리는 머리로 살아야 하지만 미용실 비용을 절약하니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난 숱도 많고 차르르 떨어지는 찰랑거리는 직모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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