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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딸아이의 사춘기는 여행으로 풀었다.

by 혼자주저리 2016.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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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꽁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내 키를 훌쩍 넘긴건 벌써 오래전이고 요즘은 나의 말 하나하나에 토를 달며 반박하려 든다.

억지 논리를 펴서라도 엄마인 나를 이겨 먹으려고 하는 상황들에 어떨때는 웃음이 어떨때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다꽁과 잘 지내 온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다꽁은 사춘기를 쉽게 넘겼다.

물론 지금도 사춘기가 계속되고 있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다꽁은 주변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참 순하게 넘겼고 넘기고 있는것 같다.

다꽁이 4학년 즈음이었던것 같은데 갑자기 까칠하게 굴었다.

엄마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발하고 욱하며 내 속을 어떻게 하면 잘 긁어 내릴까 고민하는 것 같은 상황들이 반복이 되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사춘기인가 싶기도 했고 또한 큰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니라 야단을 칠 상황들도 아닌 거다.

옆에서 뭔지 모르게 아이의 행동과 말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시간을 보내다 결국 난 흐린 토요일 아침 8시가 되기도 전 잠에서 깨지도 못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을 떠났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가서 7번 국도를 탔다.

황당해 하던 아이는 입을 삐쭉 빼 물고는 음악을 틀어놓고 듣고 난 운전에만 집중하며 길을 가다 들린 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거의 점심 같은 아침을 먹고 휴게소에 걸린 지도로 갈 곳을 몇 군데 짚었다.

강릉을 목적지로 하고 오죽헌, 경표대, 허난설헌 생가, 참소리박물관, 정동진, 하슬라 아트월드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군함을 개조한 전시관등등 들리고자 하는 여행 경로로 잡았다.

일단은 강릉을 향해 운전을 하면서 아이랑 이야기를 나눌 정신은 없었다. 네비게이션도 없던 그때 난 초행길 운전으로 표지판을 살피며 운전을 하느라, 다꽁은 나에 대한 불만인지 뭣에 대한 불만인지 몰라도 입을 꾹 다물고 CD를 바꿔 틀어가며 음악을 듣느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릉에 도착해 경포대에 갔으나 공사중이라 경포대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밑에서 포장으로 둘러진 것만 봤고 오죽헌에 들려 책 한권 구입하고 나와 가보고자 했던 곳들을 하나 하나 들렸다.

참소리 박물관은 작았지만 꽤 재미있게 둘러 볼 수 있었던 곳이었고 허난설헌 생가 근처에서 두부로 늦은 점심 또는 저녁을 해결했다.

이래저래 하루를 보냈지만 결정적으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올라 온 덕분에 숙소를 잡는게 문제였다.

강릉에서 바닷가쪽으로 방향을 잡고 운전해 나가면서 길 가에 숙소 전화번호만 보이면 방이 있는지 문의를 했다. 다른 여행객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날 비가 추적추적 내려 예약이 취소 된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이름은 펜션이었으나 여관을 개조한 듯한 방이었지만 그래도 다꽁과 나 단 둘이 쉴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는 다꽁은 텔레비젼을 보면서 낄낄거리며 웃다가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해안 도로를 따라 정동진과 군함, 하슬라 아트월드를 보고 집으로 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났던 1박 2일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왔을 때 놀랍게도 다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딱히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고 나는 초행길의 운전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다꽁은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옆에 앉아 있었던 것 뿐이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의 뾰족함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 뒤로 난 다꽁과 나만의 여행을 일년에 한번은 반드시 계획했다.

단 둘이 가기 힘들다면 친구들과 또는 모임의 여행에 다꽁을 끼워 움직였다. 가족이 아닌 타인 비록 친구나 모임의 일행이라도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엄마 말고는 조금은 신경써야 하는 상대들과 움직인다는것이 아이와 나의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일행이 있지만 이동하는 차량이나 숙소에서는 다꽁과 나 밖에는 없다는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식구와 친구는 엄연히 달라서 편안한 공간을 떠나 낮선 곳으로의 여행에 다른 식구는 없이 엄마와 딸 단 둘이라는 건 유대감을 아주 극대화 시켜 주는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동안 다꽁의 사춘기를 쉽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인 된 지금도 엄마랑 여행다니는 것에 대해 아이는 거부감이 없다. 굳이 여행이 아니라도 엄마랑 같이 다닌것을 싫어 하지 않는다.

여행이라는 것이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익숙한 공간에서의 분리, 낮선 곳에서의 설레임,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완전한 의지등이 어려울 수 있는 관계를 재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초등 4년에 다꽁과 강릉을 다녀 오고 난 다음부터 그해 겨울방학에 시작된 다꽁과 나의 여행은 대만, 베트남, 캄보디아, 상해, 후쿠오카, 홍콩, 마카오, 오사카, 대마도등을 다녀왔고 올해 겨울 방학에는 나고야를 계획하고 있다. 겨울 방학이 아닌 일상에는 가까운 다른 도시로의 당일이나 1박2일 여행도 다니고 있다.

솔직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을 하면서 일년에 한번 여행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여행을 가려는 이유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해소와 다꽁의 공부에의한 부담감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것과 한참 예민해지는 아이와 엄마의 관계 개선때문이다.

일단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4박 5일 나고야로 여행을 떠난다. 공부에 매진해야하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간큰 엄마와 딸램은 여행 준비로 마음이 두근 거리고 있다.

아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이와의 관계계선에 아이 가지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라도 해소해 주기위해서라면 여행이 참 좋은 것 같다. 특히 딸은 엄마랑, 아들은 아빠랑만 다니는 여행이 괜찮을 것 같다.

엄마와 아들의 조합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성끼리 할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그 공감대를 극대화 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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