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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일기/성장통

자존심? 자존감? 중요한 건 무엇일까?

by 혼자주저리 2016.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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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꽁의 기말 고사가 끝났다.
인피니트 겨울 콘서트에 가고 싶었고 좋은 대학도 가고 싶은 다꽁이었다.
하긴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누군들 좋은 대학을 꿈꾸지 않을까?
1학기가 끝나고 예상외의 성적을 받아 많이 우울할 뻔 했던 다꽁은 금새 툴툴 털어내고 평상시 처럼 웃으면서 재미를 찾아 떠도는 하이에나(?)가 되어 버렸었다.
2학기 시작 전 내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성적에 대한 대가를 걸더니 중간고사를 망쳤었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쳤다.
본인은 공부를 열심해 했다고 하지만 시험 전 주말 공부하러 독서실에 간다던 다꽁은 하이큐 막방 시간에 맞춰 집으로 왔다.
그리고 하이큐 막방을 보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늘어졌었다.
1년을 어떻게 기다리냐며.
일요일은 독서실에 가 기는 했으나 독서실에 갈 때 마다 먹을거리를 참 많이도 챙겨갔다.
그 많은 먹거리들 다 먹고 왔다.
그렇다고 끼니를 걸렀냐면 그건 아니었다.
아침에는 뚝배기 불고기, 점심때는 목살 스테이크, 저녁에는 김치볶음밥으로 참 착실하게도 챙겨 먹었었다.
그리고 이번 주 다꽁은 기말을 마쳤다.

                                   (2016년 12월 11일 오후 다은에게 제공한 목살 스테이크)

 

기대와 다른 성적을 받았다.
영어를 친 날은 전화가 와서 왜 영어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흐느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시험을 너무 못 봤다며 울었다.
국어를 친 날 또 울었다.
제일 열심히 했던 영어, 국어가 성적이 나쁘게 나와 슬프단다.
다꽁의 말에 의하면 조울증 같이 울다 웃다가를 반복했단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며 웃다가도 성적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당황스러웠단다.
가장 좋아하고 기대했던 역사 마저 1등급을 놓치고 문 열고 2등급이 될 것 같은 상황이란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영어 선생님께 이번 겨울 방학동안 문법 특강 한번 받아 보겠냐고.
다꽁이 영어 문법에서 대부분 틀렸다고 문법이 약하다고 이야기 하기에 권했었다.
시간 절약도 하고 아의 정신 상태도 좀 조여 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꽁왈 인강으로 혼자 공부 하겠단다.
고등 들어가기 전 로즈리 강의 개념 30강을 들었으나 인강은 역시 인강이었다.
들을 때는 좋았지만 아이가 복습도 하지 않았고 다시 듣기도 하지 않아 흘려 본 상황이다.
제대로 공부 하려면 80강 짜리를 들어야 하는데, 하루에 2강씩 듣는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솔직히 다꽁은 하루에 2강을 들을 마음도 없었고 복습도 하기 싫은 상황이었다.
다음으로 내 놓은 대안이 학교 보충 수업을 문법으로 듣겠단다.
그 또한 다꽁에게 특화된 수업이 아니어서 그냥 개인적으로 특강 한번 하자고 한 건데 내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건지 안 한건지 눈동자가 좌우로 계속 치우치면서 내 눈길을 피한다.
문법이 일괄적으로 힘든게 아니고 취약 부분이 있고 잘 하는 부분이 있으니 짧은 시간 잘 하는 파트는 한번 훑어 보고 못 하는 파는 집중적으로 파고 들자고 다시 한번 설득하니 다꽁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게 보였다.
저 모습은 하기 싫다는 의미일 터였다.
결국 하기 싫은 아이 억지로 떠 밀어 봤자 시간 낭비, 돈 낭비밖에 더 하겠는가 싶었다.
선생님께 연락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다꽁이 하는 말이 엄마가 한 이야기들 때문에 자존감이 무너졌단다.
혼자 하는 공부를 못 할 거라 이야기 한 거란다.
그래서 너무 기분이 나쁘단다.
필요한 부분에 선생님 도움을 받자는게 그렇게 싫냐니 엄마는 날 못 믿는거 아니냔다.
살짝 어이가 없어 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그렇게 말도 안되는 다꽁의 투정과 눈물과 울음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왔다.

공부가 하기 싫고 쓸데 없는 자존심만 있던 다꽁이 할 법한 말들 이었다.
정말 자존감이 강하다면 잠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위상을 올리는 것에 주저 하지 않았겠지만 다꽁에게는 공부에 아직까지 매진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존감 보다는 자존심이 강한 상황인거다.
싫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공부를 시켜 본 들 큰 효과를 볼 수는 없는 것이고,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노력없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놀고 싶고 자고 싶은 욕망을 누를 수 없는 것은 다꽁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의 욕구일 터이고, 그냥 옆에서 난 또다시 지켜 보기를 해야하면서 내 속을 새카맣게 태워야 할 뿐이다.
여태 공부에 대한 부담없이 자랐던게 오히려 지금의 다꽁에게는 마이너스가 된 상황 같다.
중학교때 부터라도 학원을 좀 보내고 숙제와 공부에 좀 치여 봤어야 했다.
너무 프리한 중학 생활을 보냈기에 힘들고 팍팍한 고등생활에 아직 적응 못하고 방황 중인 것이다.
영어도 체계적으로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문법이랑 단어랑 미리 해 뒀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쉬운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고등 1년을 눈감고 귀 막고 입 닫으며 기다렸는데 그래서 바닥을 친 성적도 웃으면서 넘겼는데 아직 다꽁에게는 바닥이 보이지 않았나보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쳐 보고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하는 걸 보니 한숨만 나온다.
다꽁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위해서라면 1학년때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정말 수험생 마냥 남은 2년을 달려야 하는데 아니 수험생 처럼이 아닌 정말 수험생인건가.
아직도 지켜봐야 하는 나로서는 점점 더 답답해 지는 내 가슴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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