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끝이 났다.
올해 안에는 이렇게 긴 연휴는 더 없겠지.
명절이라고 해도 다들 같은 시에서 거주 중이라 명절 이동 같은 것도 없고 친정은 종가집이지만 부모님대에서 제사를 모두 없애 버리셨고 시댁은 작은집이라 명절이 큰 부담없는 나란 사람.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 그냥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건지.
장마 기간에는 비 다운 비도 오지 않더니 여름 끝 자락에 많은 비가 내렸고 자주 내렸다.
올해도 많이 더울 것 같아서 걱정했고 많이 더웠는데 따지고 보니 우리집 에어컨은 딱 2일 틀었더라.
평일에는 한낮 내내 에어컨 밑에서 생활하다보니 집에 가면 에어컨을 켜고 싶지 않았던 심정.
더구나 딸아이가 집에 있으면 덥다고 습하다고 에어컨을 주구장창 틀었을 건데 인턴하느라 더울 때는 집에 제대로 오지 못했고 어쩌다 왔다 가는 날이면 날이 선선해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작년에는 딱 하루 틀었는데 올해는 이틀 틀었다.
난 왜 에어컨을 사서 달았을까?
비싼 악세서리 정도가 되어 버렸다.
주변에서 계속 건조기를 구입하라고 한다.
동생은 건조기를 구입하기 싫으면 제습기라도 구입하라고 한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 방에 빨래를 널고 제습기를 틀어도 빨래가 잘 마른다고.
그런데 우리집에서 건조기나 제습기의 필요성을 아직 강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려도 베란다에 널어 둔 빨래는 조금씩 조금씩 마르는 걸 느낀다.
장마가 길었던 작년인지 제작년인지 기억나지 않은 그 때 딱 한번 빨래가 마르지 않아서 코인세탁방에서 건조를 한번 해 온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그닥 건조기의 필요를 못 느끼는 중.
그런데 왜 다들 나에게 건조기나 제습기를 구입하라고 권하는 걸까?
태풍이 무서운 계절이다.
태풍이면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 비가 샌다.
여름 장마비에도 새지 않는 비가 태풍이면 반드시 샌다.
옥상쪽의 방수가 문제가 아니고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비를 벽에서 흡수해서 실내로 보내는 거라 방법이 없다는데.
매년 이렇게 수해를 입으면서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보스는 왜 외부에서 보이는 곳은 멀끔하게 정리하고 단장 하면서 내실을 키우지 않는 걸까?
태풍이 올 까봐 무섭다.
침수 피해 입은 곳들을 찾아다니고 파악하는 것도 매년 하니 두려워진다.
옆에서 치는 비가 새는 건물 수리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중학교때였나?
아침에는 괜찮았는데 하교 시간즈음에 비가 퍼부은 날이 있었다.
다행히 그 당시 엄마는 전업주부였고 학교 마실 시간에 우산을 가지고 학교 앞으로 나를 기다리러 와 주셨다.
그런데 그 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엄마에게 책가방을 떠 넘기고 퍼붓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었다.
집에 갔을 때는 완전히 홀딱 젖은 생쥐같은 몰골이었다.
그 당시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지금 나에게 내 딸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감당이 가능했었을까?
집에 들어오는 순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와 옷과 신.
지금의 난 비로 인한 뒷처리가 더 무서운 아주아주 현실적인 사람일 뿐이다.
다행히 딸아이는 나와같은 별난 짓을 벌이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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