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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지난 여행의 추억-2017년 나고야,다카야마,시라카와고 여행(시라카와고 2)

by 혼자주저리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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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제설이 너무나 잘 되어 있어서 다카야마와 달리 걷기에 좋았다. 

길 옆으로는 제설된 눈이 쌓여 있고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려 눈으로 된 벽이 사람의 키만큼 높았다. 

그런 모습은 또 처음이라 딸아와 나는 살짝 흥분했다. 

하늘에서 눈은 계속 내렸다. 

눈 송이 자체는 굵고 커다란 함박눈송이인데 내리는 양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특이한 느낌이었다. 

길 가에 쌓인 눈 더미가 내 키만한 곳이 많았고 그 위에 새 눈이 쌓이니 모든것이 다 깨끗해 보이고 있었다. 

지붕에 눈이 많이 쌓여 지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모로 뾰죡하게 만든 전통가옥의 지붕 위에도 눈은 많이 쌓여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곳을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삿포로가 있는 홋카이도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눈 축제와 소설 '설국'을 목적으로 여행을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기간 내내 눈으로 뒤덮힌 세상만 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우연히 본 시라카와고 전망대 사진 한장으로 인해 목적지를 삿포로가 아닌 시라카와고로 변경을 한 것이었다. 

공항이 있던 나고야의 경우 눈이 전혀 없었기에 시라카와고도 눈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했는데 히다열차로 다카야마로 이동하는 도중 게로 즈음부터 눈이 보이더니 다카야마와 시라카와고는 완전히 눈에 뒤덮힌 세상이었다. 

산으로 둘러쌓여 외부와 단절이 되어 있는 시라카와고의 경우 갓쇼츠쿠리라는 독특한 가옥으로 유명하다. 

뾰족한 세모꼴의 저 특유의 지붕 모양때문에 합장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붕에 쌓이는 눈이 흘러내리기 좋도록 경사를 가파르게 한 것이 문화 유산으로 남은 것 같았다. 

눈과 나무와 뾰족한 지붕들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개방된 집을 찾아야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보통 1인 350엔이었는데 몇 군데 집을 돌아보다 한 곳에 들어가자 마음을 먹었었다. 

굳이 개방된 모든 집을 들어가 보기에는 입장료로 지불 하는 돈이 꽤 크고 막상 들어갔는데 비슷한 구조라면 메리트가 없을 것 같았었다. 

문제는 딸아이기 굳이 집안까지 들어가보고 싶지 않다고 거부를 했기에 모든 집들을 입구에서 보고 외부만 보고 경치를 즐겼다. 

굳이 집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었다는 기억은 있다. 

삿포로의 눈 축제가 아쉽지 않을 정도의 눈이 이 곳을 뒤덮고 있었고 마을과 산과 어우러지는 경치가 너무 좋았다. 

눈 축제는 특유의 화려함과 볼 거리들이 많았겠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화려함과는 멀었지만 즐기기 좋았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평생 봐야 할 눈을 이곳에서 다 봐서 더 이상 눈 보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었으니까. 

많은 관광객이 시라카와고로 들어왔지만 내부는 그닥 붐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전망대와 마을 곳곳으로 사람들이 흩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차량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한계가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했다. 

눈 때문인지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이 곳에 들어 온 사람은 극 소수였던 것 같고 대부분 대중 교통을 이용한 듯 싶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마을 구경, 눈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 몇 곳을 기웃 거렸다. 

딱히 이곳이다 싶은 곳을 찾지 못하고 찻집 겸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가게는 온면의 육수 훈기로 가득했다. 

마치 옛날 시골 식당에 온 듯한 내부는 꽤 정취가 있었고 주인 아저씨 한분이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 분위기도 좋았다. 

음식의 가격도 관광지 내에 있는 음식점임에도 비싼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메뉴판을 찍어 오지 못해서 정확한 금액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딸아이와 난 서로 다른 온면을 주문한 것 같은데 아주아주 단출한 토핑의 차이였을 뿐 맛에는 그닥 차이가 없었다. 

메밀국수 온면으로 단출한 토핑이었지만 따뜻한 육수가 밖에서 떨었던 몸을 녹여줘서 좋았다. 

비싼 가격에 이것 저것 나오는 것보다는 깔끔하니 괜찮았던 음식이었다. 

온면을 먹고 나와서 돌아보지 못한 마을들을 돌아 봤다. 

안으로 들어 갈 수록 쌓여있는 눈이 장난아닌 양이었다. 

요즘은 흔하지 않은 고드름도 얼마나 많이 매달려 있는지. 

저 많은 눈들을 매번 봐야 한다면 지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야 어쩌다 한번 보면서 즐거운 거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 듯 싶기도 했다. 

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제설차가 꾸준히 제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걸어 다니는 길목은 눈이 없지만 길 가로 눈이 쌓이는 건 정말 장난 아니게 쌓여있었다. 

스키장에서도 제대로 못 본 눈들을 이곳에서 원 없이 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딸아이가 서 있는 저 곳의 눈은 제설 작업으로 인해 쌓인 눈도 아닌 듯 싶었다. 

눈 더미 아래 담벼락 같은 곳이 있고 그 위에 쌓인 눈들이다. 

너무도 깨끗하고 부드러운 눈더미라 만지면 스르륵 녹아 내리는 눈이었다. 

처음 이 곳으로 목적지를 잡았다고 했을 때 딸아이는 좋아하지 않았다. 

대도시의 화려하고 쇼핑할 곳이 많은 곳을 원했는데 눈 구경 간다니 별로라던 딸아이도 이 곳이 너무 좋다고 했다. 

예쁘고 또 예쁘다고. 눈이 내린것도 예쁘고 마을의 모습도 예쁘다고. 

조용하고 예쁜 이곳을 본 것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만족스럽다고도 했다. 

마을 어딘가에 누군가가 만들어 둔 작은 눈 사람. 

날씨가 화창했다면 더 이뻤겠지만 저 사진은 한 동안 너무 마음에 들어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활용했었다. 

시라카와고 마을을 다 돌아 본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시간표대로라면 40여분을 기다려야 했는데 25분쯤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아 얼마되지 않아 버스에 자리는 다 찼고 통로 중앙에 보조 의자를 설치해서 사람들을 태우더니 출발 시간보다 먼저 출발을 해 버렸다. 

다행히 우리는 터미널에서 기다리다 좌석을 차지 할 수 있었지만 보조의자에 앉았다면 많이 불편했을 듯 싶다. 

다카야마로 돌아오는 차에서는 거의 떡실신 같은 분위기로 잠을 잘 수 있었다. 

시라카와고는 찾아가기에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마을 말고는 다른 것도 없지만 알고서 안 보기에는 아쉬운 여행지 인 듯 싶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여행지 중 시라카와고는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일 듯 싶다. 

다음에 또 한번 꼭 다시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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