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표 분식집에 순대를 구입했는데 먹지를 못했다.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서 며칠 되었는데 왠지 더 놔두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들어갔던 순대를 다시 찌면 냄새가 날 확률이 높아서 순대국을 끓여야지 싶었다.
평소 노브랜드 사골육수를 떨어지지 않도록 구비를 해 두는 편인데 이날따라 똑 떨어졌다.
집 근처 작은 마트에 사러 갔는데 그 곳도 갈비탕은 있는데 사골 육수가 없었다.
완전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사골 육수가 없어서 다음에 육수를 사 와서 순대국을 끓일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이 날을 넘기면 순대를 버려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에 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멸치 육수를 내서 순대국을 끓이기로 했다.
냉동실에 있던 육수용으로 얼려 둔 무 한토막을 넣고 건다시마, 건새우, 냉동 청량초를 넣었다.
다시멸치는 얼마전 멸치 한상자를 구입해서 다듬을 때 따로 빼 둔 멸치 머리를 다시팩에 넣어서 사용하기로 했다.
다시멸치의 몸통만 사용한 육수가 깔끔한 맛은 있지만 멸치의 머리를 이용한 육수는 진한 맛이 있는 듯해서 다시멸치를 다듬으면 똥만 버리고 머리는 따로 모아 둔다.
모아둔 머리를 이번에 이용해서 육수를 내기로 했는데 다시멸치의 몸통이 아니다 보니 작은 다시백 2개에 나눠서 충분히 넣어 줬다.
육수가 우러났다.
다시멸치의 머리를 사용한 육수라 그런지 육수의 색이 조금 탁하고 어둡다.
색이야 어떻든 진하고 구수한 육수이기만 하면 된다.
다시를 냈던 건지를 건져내고 육수의 반을 덜어내어 냉장고로 옮겼다.
저렇게 덜어 냈던 육수의 반은 며칠 지나서 칼국수를 끓였는데 너무 맛있는 시원한 육수였다.
머리를 버리지 않기를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날.
남아 있던 육수를 다시 한번 끓여서 팔팔 끓어 오를때 순대와 내장을 몽땅 넣었다.
뿜뿜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내면 되는데 거품이 정말 많이 올라와서 거품을 걷어내다 지칠 지경이었다.
이때 간을 하기 위해 새우젓을 조금 넣고 후추도 조금 넣고 굵게 다진 청량과 다진마늘도 넣었다.
그러고 다시 국물로 간을 보는데 뭔가 부족한 맛.
보통 사골육수로 끓일때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후추와 청량, 대파만 넣으면 깔끔한 순대국을 만날 수 있었다.
사골 육수때는 마늘도 넣지 않고 순대국을 끓이는데 이번에는 마늘도 넣었다.
끓여도 부족한 국물맛에 집 냉동실에 있던 들깨가루를 세스푼 듬뿍 떠서 넣었다.
순대국에 들깨가루를 넣어서 먹는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 까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넣고도 맛이 없으면 폐기 해야 할 각오를 했다.
들깨가루가 들어가니 다시 거품이 뿜뿜올라와서 걷다 지쳐 냉동실에 보관중이던 대파를 넣었다.
한소큼 끓어서 대파가 익은 듯 했을 때 맛을 봤는데 괜찮은 듯 했다.
그릇에 덜어 낸 사진을 어디로 날려 먹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냥 저냥 먹을 만한 순대국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순대국을 끓여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는 사골육수로 끓여 먹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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