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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마치 유리 또는 거울 같이 너무도 투명한 사람들

by 혼자주저리 202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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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사람의 내면은 모르지만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저렇게 반응하겠지 라는 아주 막연한 느낌은 있다. 

이 정도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정도의 느낌은 있을 듯. 

이런 막연한 느낌이 아닌 너무도 투명해서 어떤 일에 대한 반응이 눈에 뻔히 보이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니 만난 건 아니고 여태 일 했지만 저렇게 명확하게 반응을 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러웠다고 해야하나.

직장에서 남이섬을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남이섬에서 쓰레기로 버려져야 할 물건들을 재활용하여 사용하여 관광지로 만들었고 생각의 역발상을 이용한 자원화등을 벤치마킹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오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직원 9명이 3명씩 3개조로 나뉘어 움직이고 각 조는 남이섬에서 보고 듣고 얻은 것들을 주제로 발표도 해야 한다. 

그 어떤 아이디어를 얻어 올지는 각 팀의 역량이라는 말과 함께.

9명의 사람들이 3개의 조로 나뉘어 움직인다면 아무래도 조금 더 가까운 사람과 조를 하고 싶고 껄끄러운 사람과는 같은 조를 하기 싫어 질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조가 결정되기 전부터 다들 누구랑 가면 좋겠다 누구랑은 떨어지면 좋겠다 설왕설래 중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떨어지고 싶은 사람은 단연 보스였고 그다음은 팀장이었다. 

세번째는 아마도 신사업팀의 A일 듯 싶은데 그건 내 마음이고 다른 직원들의 속내는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제일 무난한 팀 구성을 생각해 봤다. 

1팀 : 보스, A. C

2팀 : 팀장, D, E

3팀 : 나, B, F

각자의 선호와 친밀도를 맞추니 저 구성이 최선이었다. 

문제는 1팀의 C. 절대로 저 팀으로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한 보스도 나와 B를 한 조에 두지 말라고 했고 D와 B는 업무상 같은 조를 구성하면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리기에 따로 떨어진 조를 구성해야 했다. 

이런 저런 상황들때문에 결국 보스와 A만 한 조에 묶어 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뽑기를 했다. 

조건별로 3그룹을 나눠서 그 그룹에서 1, 2, 3팀으로 뽑아 가는 걸로 했다. 

보스, 팀장, F가 한 그룹으로 해서 그 세명은 뽑기 없이 각팀에 한명씩 배정이 되었고 A는 보스팀에 고정인 상황이라 나와 B가 뽑기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직원들이 뽑기를 했는데 난 팀장의 조에 들어갔다. 

팀장왈 바로 나랑 F를 바꾸란다. 

아마도 나랑은 팀장이 불편할 거다. 

팀장이 뭔가 잘못한다 싶으면 굳이 참지 않고 쓴소리 바로 뱉어내는 나라는 사람이 불편하겠지. 

이래 저래 뽑기로 뽑은 팀은 갈라지고 바뀌어서 처음 계획했던 조로 다시 결정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도 웃겼던 건 보스가 조 편성에서 나와 B를 같은조에 두지 말고 떼어 놓으라고 한 거다. 

이에 대한 팀장의 반박은 다른 직원들이 나와 함께 한 조를 이루는 걸 너무 불편해 하니 어쩔 수 없다. 

나랑 B를 한 조로 해야 한다고 주장 할 거라는 것.

다른 직원들 모두 예상하는 주장이다. 

물론 팀장이 보스에게 이 말을 할 때 단 둘이 사무실에서 이야기 할 것이니 100%는 아니지만 모든 직원들이 예상하는 답변이다. 

팀장이 나랑 같은 조가 하기 싫고 B랑 같은 조가 하기 싫고 D, E랑 하고 싶다는 욕구? 욕망이 가장 강하지만 나에게 아마 허물을 뒤집어 씌워서 해결할 듯 싶다. 

웃긴다. 

며칠간 팀 구성에 대한 우여곡절을 보면서 한참 속으로 웃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행동하고 반응하는 사람들. 

어쩜 저리도 투명한 속내를 비춰 주는지. 

나의 예상에서 조금이라도 틀려 주면 내가 조금은 수긍을 할 수 있을텐데 너무도 딱 들어맞게 이야기하고 움직이는 모습들이다. 

정말 투명하고 맑은 사람들과 같이 근무를 하니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없어 좋은 것 같다. 

그래 예측 가능한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는 이 편안함을 계속 즐겨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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