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봄이 되었다.
벚꽃이랑 개나리, 목련이 피기 시작하고 벌들이 날아 다닌다.
금요일에 점심 식후 산책을 하다 공사장 근처 벚나무 굵은 가지가 꺽어진 걸 봤다.
도저히 회복 불능이라 가지 끝의 꽃들을 꺽어서 사무실에 놔 뒀다.
금요일 오후까지도 봉오리만 가득했는데 오늘(일요일) 출근하니 활짝 만개 해 있는 꽃을 만났다.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 하다.
역시 봄이구나.
얼마전에 임금 협상을 하면서 수당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무실 인력 중 2년 단기 계약직이 아닌 무기계약은 나 포함 세명인데 그 중 두명에게는 단기 계약직들과 일 하는 것에 의한 책임도 있고 해서 수당을 10만원씩 신설해서 주는데 나에게는 그 수당을 줄 명목이 없다고 했었다.
https://bravo1031.tistory.com/1350
나에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 내라고 하는데 난 적어 내지 않았다.
내가 맡고 있는 고유의 업무 외에 또 어떤 일들을 적어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보스가 원하는 블루베리 잼이나 만들고 푸드트럭 관리하고 식당 메뉴 선정 해주고 농장에 어떤 식물을 심고 관리하고 커피숍 일도 봐 주고 전시회 일도 봐주고 등등 적어서 내라고?
내가 이 직장에서 계약을 할 때는 고유의 업무를 하기로 협의를 봤었다.
그런데 고유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저 일들을 한다고 적어내라고?
그렇게되면 내 업무의 포지션은 도대체 뭐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달에 10만원 수당을 받기 위해 내 고유 업무 이외의 일들을 하겠다고 적어 낸다면 난 그 일들을 해야 한다.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업무는 고유의 업무가 있고 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부가적인 업무들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보스가 정한 시안 동안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적어 내라는 말을 총 세번 들었다.
그럼에도 난 적어 내지 않았다.
다른 두 직원은 고유 업무 외에 어떤 일을 한다고 적어내지 않고 수당을 주면서 난 왜 적어 내야 하는 것인가.
그 차별도 화가 나려고 하는데 굳이 내 업무가 아닌 일들을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 후 첫 임금을 받았을 때 수당 10만원을 더 받는 직원들에게 수당이 들어왔냐고 물었다.
다들 확인을 못 했다고 했는데 얼마전 수당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나에게는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수당때문에 하겠다고 하고 억지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것 보다는 차라리 지금이 마음이 편하기는 하지만 기분은 씁쓸하다.
작년 보스의 말도 안되는 일들이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을때 내가 일이 되도록 해 줬던 그 모든 노력들은 하나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물론 그 때는 그 일들에 대한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주변의 동료들이 다들 힘들어 하기에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기위해서 내가 나섰던 거였으니까.
식당 오픈할 때 메뉴와 테이블 구성을 내가 해 줬고 블루베리 잼도 만들어 줬으며 농장 관련 자료도 찾아 보러 다녔었다.
연회한다고 했을 때 메뉴 구성도 해주고 연회로 직원들 다 자리 비우면 그 자리 땜빵도 했어야 했다.
내 일은 하지도 못 한 채.
그 일들을 할 때 보스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다.
주변 동료들이 너무 힘들어 하니 스스로 도와 준 것이다.
그래 스스로 도와 준 일에 대한 댓가는 바라지도 말자 싶었지만 올해 수당이라는 항목으로 그 노력들이 필요 없는 것이 되어 버린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는 다시는 오지랖 넓게 나서지도 않을 거지만 그 노력들을 폄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오라는 보스의 그 말도 참 깊은 상처를 남긴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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