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하기 싫은 보스 이야기.
이 분이 또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려고 한다.
도시락 사업을 하시겠다고 하네.
머리가 아프다.
목요일 출근해서 출장을 다녀왔다.
업무와 관련된 출장은 아니고 보스가 하고자 하는 농장의 허브 관련 출장이다.
지역 화훼단지에 가서 간단하게 허브 견적을 받았고 경주에 있는 허브랜드에 가서 허브 활용법을 알아봤다.
허브 랜드의 경우 체험 프로그램이랑 이런 건 모두 스톱이 된 상태이고 비가 오는 와중에 허브 정원 돌아보고 간단하게 질문으로 이것 저것 물어 봤다.
거기서 내가 찾아낸 허브 활용법은 첫번째는 허브 오일을 만드는 것이고 두번째는 허브차를 만드는 것이다.
두개 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냥 보스가 알아 보라니 알아 보는 걸로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어제 출근했더니 오전에 보스가 보잖다.
도시락 사업을 하시겠단다.
지금 벌여 놓은 식당에서 7,000원 8,000원 팔아서 수익 구조가 안 맞으니 도시락을 판매해서 배달까지 하는 서비스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보겠단다.
너무 기가 막혀서 내가 졸업하고 첫 직장이 도시락 회사였다. 그런데 그 도시락회사가 너무 힘들다. 일이 너무 많다 했더니 내 그 경험으로 도시락 준비를 하라고 하시네.
내가 첫 직장 두달만에 그만뒀다고 해도 그것도 경험이란다.
그 분이 생각하는 도시락은 일반적인 도시락이 아니다. 이벤트성 도시락이다.
그 분이 콕 찝어서 말해 준 업체를 검색했더니 딸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 행사때 어머니회에서 선생님들 도시락으로 넣어 줬던 그런 도시락.
보기에 화려하고 예쁘고 가격도 좀 있는 그런 도시락.
그 말은 데코랑 이런걸 엄청 신경 써야 하는데 집에서 접시에 플레이팅도 하지 않고 먹는 나에게 무리라는 것.
식당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그런 도시락 준비는 무리다.
일반적인 한식 도시락이라면 가능한데 데코 화려한 그런 도시락은 무리다.
이건 내 능력을 봐도 근무하는 직원들의 능력을 봐도 무리다.
대학 졸업하고 첫 두달을 근무했던 경험으로 도시락 사업 준비를 하란다.
내가 그럼 농장 업무는 빼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이것 저것 다 하고 있다.
9시부터 6시까지 칼출근 해서 칼 퇴근하는 것이 직장의 모든 것이 아니고 이것 저것 다양한 일들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된다고 한다.
얼마 전 내가 퇴근 시간이 넘어서까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보스에게 퇴근하자고 한마디 했던걸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거다.
말로는 사업성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도시락 대상은 본사 직원들의 소규모 회의때 도시락 주문을 받아서 배달 하는 것.
찾아보니 콕 찝어 준 그 업체에서 본사 직원들이 소규모 회의때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었더라.
그 업체 블로그에 남아있는 기록들.
본사 직원한테 그 말을 듣고 팔랑팔랑 도시락사업을 준비해 보겠단다.
도대체 본사에 도시락을 주문하는 소규모 회의가 얼마나 있다고.
이제는 허탈하다.
우리가 근무하는 직장의 정체성을 잃은 일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일들이 타당하다면 하지만 전혀 타당하지 않은 상황.
오픈해 둔 식당도 그 분이 6월 1일자 발령 받아와서 8월말에 인테리어 끝내고 11월 2일에 오픈한 곳이다. \
시장조사, 위치 선별, 메뉴 선정 이런건 하나도 없다.
그냥 그분 입에 맞는 메뉴로 있는 건물에 그냥 시작했다.
내가 오픈 전 예상하기로 초반 한 두달은 손님이 있을 듯 싶다.
오픈 호기심도 있고 보스의 지인들도 있고 부장의 지인들도 있고.
그들 모두 한 두번은 안면때문에라도 식당에 들리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글쎄.
정말 승부는 올해 지나고 내년에 벌어지는데 그 식당에 벌써 인원이 몇명인지.
기존 사무실 직원 한명이 그곳 담당으로 옮겨갔고 새로운 계약직원 한명 뽑았고(이 직원에 대한 것도 할많하안) 그 식당 사무실 아르바이트 학생 한명에 주방 찬모 한명이 있고 홀 써빙 아르바이트 2~3명이 있다.
그리고 기존 단체 식당에서 주방장이 그 식당에 지속적으로 도와주러 가고 있는 상황.
매출 금액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일하는 인원은 정말.
제대로 해 볼 생각도 없는 사람들 담당으로 데려다 놓고 일 제대로 안 한다고 혼자 짜증내는 그 상황.
그러면서 수지 안 맞으니 도시락 사업을 벌이겠단다.
농장은 농장대로 일을 벌여 놓고.
도대체 그 분의 머리 속은 꽃밭으로 가득 한 것 같다.
어떤 사업을 제대로 해 볼 생각이 있으면 그것이 식당으로 시작을 했으면 식당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 까지 사업을 추진한 사람이 붙어서 관리하고 감독하고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런건 싹 다 무시하고 일만 벌이는.
결국 사무실에 회계 보던 직원은 퇴사를 고민 중이다.
더 이상 이렇게 휘둘리기 싫다고 한다.
한 분의 꽃같은 생각들때문에 여태 잘 굴러 오던 사무실이 뒤집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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