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쌀쌀한 요즘 갑자기 핸드폰 사진 폴더를 열어 봤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들.
지금처럼 쌀쌀한 초겨울이 아닌 따뜻했던 가을 아마 추석 즈음이었을 듯 싶은 그 시기에 잠시 꼼지락 거리고 놀았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을 소환해 봤다.
사무실 주변을 산책하다가 화단 가에 핀 풀꽃들을 보게 되었다.
예쁜 보라색이 앙증맞고 이뻐서 며칠 동안 바라보다 결국 몇 송이 꺽었다.
이건 화단에서 가꾸는 꽃이 아니라 풀꽃이라 괜찮을거야 혼자 위안을 하면서.
보라색의 꽃만 있으면 서운하니까 뒤쪽에는 흰색의 작은 꽃들이 피는 가지도 하나 꺾었다.
이 또한 아마 야생의 풀 같은 느낌이다.
마침 사무실에 얼마 전 마시고 난 뒤 재활용을 위해 포장을 벗기고 잘 씻어 말려둔 플라스틱 병이 있었다.
모양도 이쁜 병이라 임시로 화병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물을 받아서 꺽어 온 꽃을 꽂았다.
꽃 양이 적어서 너무 퍼지기에 줄기 아래는 빵끈같은 전선 정리에 사용되었던 끈 하나를 주워 살짝 묶어 줬다.
사무실 조명이 어두워 전체적으로 칙칙하게 나왔지만 나름 괜찮은데 싶었다.
책상 앞 흰 벽에 올려 놓으니 나름 괜찮았다.
풀꽃이다 보니 줄기가 짧은게 조금 불만이었지만 물을 자주 보충해 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삭막했던 사무실에 조금 화사해 진듯한 느낌적 느낌.
벽 쪽은 내 책상에서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지라 중앙으로 옮겼다.
사무실 로비쪽으로 창이 나 있는데 그곳에 옮겨 놔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창틀이 많이 지저분하구나.
하긴 이 사무실로 옮길때 창틀 청소를 하고 그 뒤로 창틀을 닦지 않았군.
문제는 꺾어 온 꽃잎이 물에 꽂자 마자 바로 떨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게 내가 꺽어 와서 떨어지는 것인지 이미 다 피어서 떨어질 때가 되어 떨어지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순간이었다.
꽃잎이 너무 떨어져서 점점 삭막해 지는 꽃들을 보완하기 위해 눈길을 확 사로잡는 붉은 리본을 물병에 달아 줬다.
저 리본도 어디선가 선물을 받아서 잘 떼어 내서 가지고 있던 그닥 쓸모 없는 아이였는데 버리기 전에 한번 사용하기.
처음 예상과 다르게 꽃잎이 떨어져버려 뭐너가 슬퍼지는 순간이었다.
하루를 못 넘기고 꽃잎이 떨어지다니.
꺽어 온 꽃들을 버리지 못하고 물을 보충하면서 데리고 있기를 며칠.
버리지 못한 미련이 보답을 받았다.
암도 미리 폈던 꽃잎은 충분히 피어 있었기에 떨어진 듯 하고 그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씨방이 잡혔다.
그리고 봉오리로 있던 꽃들이 개화를 시작했다.
이제야 다시 이뻐지는 꽃들.
며칠 이렇게 꽃을 보며 눈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는 이 꽃이 이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찬바람이 불어 추운 요즘 다시 주변을 살펴 보고 싶다.
살짝 꺽어 올 수 있는 꽃이 있을까나?
야생으로 피어 있는 작은 들국화 비슷하게 생긴 꽃들은 있던데 그 아이들이라도 조금 꺽어 와서 다시 사무실을 환하게 해 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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