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 지고 있다.
낮에는 햇살이 따가운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지나쳐 춥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난방을 돌리기에는 또 아직 이른 듯한 느낌 또는 감각.
한번 눈 감고 난방을 살짝 아주 살짝 돌렸는데 공기가 너무 답답해 지더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임이 확연히 느껴지는 그런 날씨이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저녁을 챙겨 먹고 잠시 쉰다.
여태 잠시 쉴 때는 그냥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있거나 소설을 읽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했었다.
그런데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부터일까?
그즈음으로 기억이 되는데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침대에 잠시 눕는다.
그러고는 초저녁 잠을 한시간 정도 잔다.
보통 8시에서 9시 정도 시간에 잠을 잔다.
물론 편하게 눕는 것도 아니고 양심은 있어서 베게도 베지 않고 침대에 몸을 늘어트려 발이 침대 밖으로 빠져 나오게 해서 배 쪽만 이불을 덮고 살짝 눈을 감는거다.
이렇게 자면 피곤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잠이 깊이 드는 것도 아닌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상태의 시간이다.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면 춥다고 느낀다.
그래서 난방을 틀었더니 그날 밤은 답답해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
문제는 초저녁에 살풋 잠자고 일어나면 춥기도 춥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말그대로 멍을 때리면서 한두시간은 그냥 흐른다.
저녁 먹을 설겆이도 하지 않았고 내일 준비도 해야하고 샤워도 해야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기에 멍하니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10시가 넘어가면 겨우 일어나 설겆이를 하고 청소는 살포시 미루고 샤워하고 다시 침대로 직행.
그렇게 침대에서 조금 비비적 거리다가 잠이 든다.
초저녁에 잤으니 잠이 오지 않을꺼라고?
나에게는 절대로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씻고 침대에서 조금만 있으면 다시 미친 듯이 잠이 온다.
난 잠은 정말 많은 인간이니까.
왜 이런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고민을 해 보면 아마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혼자 지레짐작을 해 본다.
2차 제균 치료를 시작한 즈음과 초저녁 잠이 시작한 즈음이 비슷하다.
사실 내가 게을러 진 이유를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모두 몰아 넣는 경향도 있기는 하다.
수요일로 제균 치료가 끝났는데 목요일은 아직 약효가 몸 속에 남아 있으니 그렇다치고 어제는 저녁에 공방에 두달만에 다시 수업을 시작했고 오늘이다.
오늘은 초저녁 잠을 이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쉴 예정이니 내일 당직 근무를 서고 난 다음 반응을 봐야 하는 것인가?
일요일부터 초저녁 잠을 자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제균 치료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은 살짝 숨긴 채 모든 원인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로 돌렸는데 제발 이제는 초저녁 잠을 없애고 제대로 된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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