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때라고 적고 싶지만 그러면 현재 내 나이가 많은 듯 느껴져서 어렸을 때라고 적어 본다.
어차피 그말이나 이말이나 내 나이는 많구나.
여튼 어렸을 때 난 직장을 오래 다니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다가 뭔가 나랑 맞지 않으면 그대로 쉽게 사직서를 던지고 나오고 다른 직장을 찾아 다녔다.
나름 전문직이라 면허가 있었고 이 면허로 취업걱정은 안 했던 시절들.
물론 임금이나 처우나 근로 조건등을 따져야 하지만 단순하게 취업은 남들보다 쉽게 한 편이었다.
덕분에 고임금 한번 받아 본 적 없고 엄청나게 좋은 복지 제도 한번 경험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가 지금의 직장에서 10년을 면허 걸고 일을 했고 작년 9월부터는 면허가 필요없는 지금의 보직으로 이동을 했다.
지금 직장에서 상사를 여러명 바꾸며 지냈다.
물론 내가 바꾼 건 아니고 현재 내가 다니는 곳이 본사의 계열사 같은 성격이라 우리의 최종 보스는 본사에서 퇴직을 1~2년 정도 남겨둔 어르신들을 퇴직 전 장 자리 하나 달고 하도록 보내는 그런 직장이다.
본사에는 우리의 최종 보스의 또 보스들이 줄줄이 있지만 여튼 그런 상황인데 내가 만났던 보스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직장 전의 보스들은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내가 이곳에 취업할 시기에 있었던 A.
직원들에게 너무 막말을 하는 스타일이라 직원들이 좋아 하지 않았다.
본인의 눈에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확인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 말도 막말이 마구 나오는 스타일.
하지만 우리 부서 내에서만 그런거지 타 부서에서 우리 부서를 건드리려면 앞서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사람이었다.
우리 부서에서 해결을 하려면 너무 일이 많고 커 지지만 타부서가 그 일을 받아가면 우리는 편하고 타 부서는 귀찮은 일 하나 더 느는 그런 일들이 있으면 알아서 그 부서에 전화해서 일을 가져가도록 해 주기도 했다.
타 부서는 귀찮은 일이 하나 더 늘기 때문에 가져가기 싫은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했다.
감사나 이런 일로 말단인 우리가 불려 갈 일이 생기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있으라 하고 본인이 올라가서 해결하고 내려오는 그런 상사였다.
본인의 울타리 안에 있는 직원은 확실하게 내 사람이라고 선을 그은 그런 사람.
아마 이곳에서 만난 상사 중 가장 최고의 상사가 아니었을까?
얼마전 퇴직한 B.
이 분은 이곳으로 발령 전 소문이 있었다.
본사 비서실장도 했던 분이고 구매 쪽에서 일도 오래 했던 분이라 깐깐하고 빈틈이 없다고.
막상 같이 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깐깐한 편도 아니었고 사람이 유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의견도 들어주고 비합리적인 강요도 없고.
그 당시 내가 하던 일들이 예전부터 주먹구구로 해 오던 것들이 있었는데 그 분이랑 같이 체계를 잡았다.
뭔가 의견을 내기에도 좋았고 직원들이랑 소통한다는 느낌이 드는 상사.
같이 일하기 좋았다. 물론 현장에서 일하면 조금 답답한 면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 면도 보였지만 그럼에도 같이 일하기 좋았던 분이었다.
빽데이터가 너무 많았던 C.
일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일 하나를 진행하려면 그 뒤에 붙은 백데이터가 너무 많이 필요했었던 분.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납득을 해야 진행이 되는데 그 이해와 납득의 과정에 빽데이터를 너무도 많이 요구하시는 분이었다.
본인의 입장에서 거의 완벽하다 결정이 나야 일이 진행되는 분.
그런데 그 분이랑 일 할 때 난 면허를 이용한 전문 직종이었고 C는 이 분야를 제대로 모르다보니 난 거의 부딪힐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나마 나았던 것 같다.
얼마전까지 최악이라 생각했던 D.
기분파에 우리를 위하는 양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필요 없는 소모품 같은 존재이고 본사 직원들만 당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분이었다.
기분 좋으면 오냐오냐하다가 기분 나쁘면 팽 해버리는 스타일에 술을 너무도 좋아해서 점심 시간에 반주로 소주 2병은 거뜬.
야유회를 가든 회식을 가든 주변에 아랑곳 없이 본인 술을 드셔야 하는 스타일.
일도 대충 대충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으로 업체를 끌고 들어오는 일도 종종 왕왕.
그 당시에는 나에게 가장 스트레스였던 상사였다.
현재 상사인 E.
발령을 받기 전 기대가 있었다.
본사에서 회계쪽 부서 일을 10년 넘게 부서장으로 일을 하신 분이라 이곳에 오면 아직 내 눈에 부족해 보이는 부분들을 체크하고 제대로 일이 돌아가도록 해 주실 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이 분이 건강와 운동에 대한 과한 신념이 있어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을 강제로 운동을 시키고 인바디 측정도 하게 하고 몸무게도 관리하시는 분이라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대단하다는 소문도 같이 들었다.
운동과 건강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같이 근무한 지 3주.
그 분은 건강, 운동을 먼저 이야기 하고 그 두번째로 환경미화에 필이 꽂혔다.
하시는 말씀은 주변 환경이 좋아야 일하는 직원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능률이 오른다.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 환경 미화때문에 우리 일을 못한다는 것.
거기다가 환경 미화의 일환으로 사무실 건물 앞 나무에 새집을 달고 새 모이통을 달아서 새가 오도록 유도하고 사무실에 에 붙어 있는 실외기 등이 배치되어 있는 테라스에 텃밭을 만들자.
그 테라스에는 통행이 불편하다.
문이 없고 담이 있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테라스가 아닌데 사무실에서 그 테라스로 나가는 문을 뚫고 거기에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뭐가 나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멀쩡한 벽을 쳐 내고 문을 만들고 텃밭을 만들고 하는 과정에 일은 못한다.
거기다 어제는 일 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우리 부서 혼자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이고 타 부서와 공조가 되어야 하는데 전부터 그 부서와 공조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E가 본사 핵심 부서장으로 오래 근무했고 현재도 그 부서와 우리부서를 겸직하고 있으니 공조해야 할 부서와 업무 협조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E보고 직접 나서라는 것도 아니고 업무협조 공문에 사인하나 해 달라는 건데 E왈 여기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없다.
맞다 온지 3주차인데 모르는것이 맞다. 그럼 그 모르는 일에 대해서 담당자 불러서 선, 후를 물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된다 안된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상황은 생략되었다.
실무진은 난리가 났는데 그 분은 우아하게 앉아서 벽에 걸린 그림을 떼어내서 어떻게 바꿔달고 어떻게 테라스에 텃밭을 만들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
직원에게 좋은 상사란 어떤 상사인가?
직원들 들들 볶아서 환경 미화만 하면 되는 상사인가?
타 부서와의 업무 공조가 필요할 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좋은 상사인건가?
기대가 와장창 무너지고 있다.
본인의 생각만 중요하고 일 자체 또는 주변의 이야기는 필요없는 분인듯 하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상사는 D라고 생각했는데 E가 최악의 자리를 차지할 듯 보인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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