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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상영물

나에게는 냄새 그리고 가족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영화 "기생충"

by 혼자주저리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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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생충이 개봉했을 때 영화를 보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영화를 본 딸아이가 보고나면 너무 허무하고 공허하고 허탈해서 엄마는 안 봤으면 좋겠다고 했기에 그 의견에 따랐다. 

그런데 영화제 상을 수상하는 걸 보니 궁금증이 너무도 강해져서 기생충을 봐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즈음 코로나가 터졌다. 

그 뒤로 몇달, 이제 조금씩 생활은 정상을 찾아가기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내가 즐겨찾던 알프스 영화관도 좌석띄워 앉기와 열체크, 방명록 체크등을 하면서 영화관 운영을 시작했다. 

영화관 첫번째 상영작으로 내가 고른 건 기생충 흑백판. 

컬러판을 먼저 보고 싶었지만 지금 컬러판 상영은 하지 않으니 흑백판이라도 보자 싶었다. 

일요일 당직 근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있던 바나나로 저녁을 떼우고 알스프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 옆의 주차장에 차량이 몇대 주차되어 있길래 관람객이 조금 있는 줄 알았기에 KF94마스크를 착용하고 영화관으로 입장했다.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방명록도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미리 예매한 티켓을 발권하는데 나 혼자 봐야 한단다. 

나 말고는 아무도 예매를 하지 않았단다. 

뒤에서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 기억이 나지 않는 줄의 정 중앙에 앉았다. 

예매할 때 좌석 띄어 앉기로 정중앙 좌석은 비우는 좌석이었는데 아무도 앉지 않아서 그 자리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기까지 정말로 아무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고 나 혼자 앉아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이런 멋진 기회가!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앉아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기생충 (흑백판)

감독 : 봉준호

개봉 : 2019년 5월 30일

출연 : 송강호(기택) 이선균(동익) 조여정(연교) 최우식(기우) 박소담(기정) 이정은(문광) 장혜진(홍숙) 박명훈(근세)

 

“폐 끼치고 싶진 않았어요”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기생충에 관한 기사는 너무도 많이 읽었다. 

내용에 대한 것도 결말에 대한 것도 단순 스포일러에서 해석까지도 다양한 내용의 글들을 읽었다. 

그래서 사회 계층간의 괴리감 어쩌고 저쩌고 등등은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까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계층간 수직구조는 기택과 기우, 기정이 비오는 날 계단을 내려 오는 걸로 극대화 된다. 

하지만 정말 정말 너무 많은 사전지식은 그런 미쟝센에 아하 라는 깨달음이나 감탄 또는 감동을 받기 보다는 저 장면이 그거구나 이렇게 그냥 당연시 받아 들이는 무덤함을 가지게 했다. 

계단은 봉준호 감독이 계층간 구분을 하는 도구라고 들었다. 아니 봤다. 

그 감동또는 깨달음을 못 느꼈으니 나에게는 많이 애석한 일이 되었다. 

역시 사전 지식 없이 아주 간략한 정보 중 나에게 탁 꽂히는 뭔가 하나만으로 영화를 선택해서 봐야 나에게 최대의 감동이 오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연교네 가족의 무심함에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있는 자들의 여유로 표현된건가? 아니면 있는자들의 주변은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보는 좁은 시야를 지적하는 건가? 

지하실에 사람이 살고 있는 걸 눈치 못 채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소소한 파티를 하다가 급하게 치운 거실에 구석 구석 깨진 그릇 파편이 있고 탁자 아래에는 사람이 자그만치 세명이나 있는데 그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가장 내밀한 행위까지 하는 그들.

그들의 공간이기에 긴장감이 없어서인지 너무도 무신겨한 태도. 

그들은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도 알아차리고 느끼지만 무신경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되어 버린다. 

같은 공간 그렇게 가까이 세명이나 있는데 그것도 은신술에 뛰어난 닌자 갔은 사람도 아님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기택이 탈출(?)을 시도하다가 다송의 연락에 잠에서 깨면서도 눈길만 한번 돌리면 보일 기택의 발을 발견하지 못한다. 

다른 숙주에 기생해서 잠시 밝은 세상에서 즐거움을 누렸던 가족은 다시 본인들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낡고 어둡고 습하고 심지어 많은 비에 침수까지 되어버리는 쓰레기장 같은 곳으로. 

그들의 어깨는 축 쳐지고 고개를 떨군다. 

아무리 애를 쓰고 용을 써도 계층의 이동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까? 

영화의 시작도 저 수석으로부터 시작되어 마무리도 수석으로 끝난다. 

수석에 끌리듯 챙겨드는 기우는 대피소에서도 그 수석을 끌어 안고 있었다. 

기우의 감정선이 계층 이동의 실패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을 위협한 문광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사회 계층이 가장 많이 화두로 떠 오르지만 난 이 영화에서 냄새와 가족을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사회계층간의 부조리 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으니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사실 난 봉감독의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몇개 없다.

괴물, 마더,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

내가 본 몇개 안되는 영화가 모두 가족이 중심이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 이번에는 완벽한 아빠, 엄마, 아들, 딸.

어떻한 상황이 되어더 내가 본 영화속에 가족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헌신한다. 

즐겁고 행복하지 않아도 가족에 대한 애정은 남아있다. 

비록 그 상황이 타인을 해 하고 파괴적이 되더라도 그들은 가족이 우선이다. 

가족이란 그들의 가장 힘들고 고된 삶의 안식처였기에 그 가족만은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주변의 상황은 필요없다. 도덕심도 정의감도 필요없다. 그들은 가족이 우선이었다. 

두번째로 짚고 싶은 건 냄새였다. 

다송이가 느끼는 가족들의 공통된 냄새. 

섬유유연제의 향도 세제의 냄새도 아닌 지하실 냄새라고 칭해지는 냄새. 

동익도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기택에게서 느껴지는 할아버지 냄새 같지도 않은 아주 아주 오랫동안 말린 무말랭이 같은 설명하기 힘든 냄새를 맡지만 제시카나 케빈에게서는 맡지 못한다. 

상식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차라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냄새를 맡는거랑 넓고 환기가 잘 되는 집에서 냄새를 맡는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넓고 환기가 잘 되는 집에서도 다송이는 비슷한 냄새를 맡는다. 

아이들이라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맡아 지는 대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기택은 동익의 밑에 위치한 명확한 아랫사람이지만 제시카나 케빈은 아이들의 선생님이라는 위치라서 본인에게 월급을 받지만 명확한 아랫사람은 아니다. 

마지막 근세에 대한 동익의 태도도 그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사회 최 하층의 약자이고 그들의 우아한 파티장에 난입한 무뢰한이고 사람을 상하게 한 죄인이다. 그는 동익이 봤을 때 가장 무시해도 되는 인물이다. 그러니 그 난리통에도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행동을 해서 기택의 스위치를 탁 올려 버린다. 

냄새는 동익이 사회 계급을 구분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개인적인 기준선인거다.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택이 선택한 지하실의 생활은 평온하지는 않았지만 일방적인 가족과의 소통을 꿈 꿀 수 있었고 기우는 그런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쓴다. 

비록 그 답장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답장을 쓰면서 다시 밝은 곳으로의 이동을 꿈꾼다. 

혼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고 나오니 주차장에 차량이 한대도 없다. 

정말 나 혼자 영화관을 대관한 것이다. 

원래도 알프스 영화관이 조용해서 좋았지만 이런 느낌은 더욱 더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무슨 영화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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