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코인 캐쳐(주문제작), 여행, 드라마, 일상
  • 코인 캐쳐(주문제작), 여행, 드라마, 일상
  • 코인 캐쳐(주문제작), 여행, 드라마, 일상
혼잣말/속앳말

말에 의한 상처

by 혼자주저리 2018. 7. 19.
728x90
반응형

다꽁이 어릴 때 부터 같이 어울렸던 모임이 있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친구가 아닌 사는 지역도 다르고 학교도 다 다르고 심지어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한 애들이 한명도 없는 정말 각양 각색의 친구들 모임. 

엄마들끼리도 좋았고 아이들도 만나면 즐거웠었다. 

나에게 일이 있어 모임에 참석을 못해도 그 엄마들이라면 내 아이를 믿고 맡겨 둘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었다. 

아이들이 초등 2학년때쯤 만났으니 정말 오래 만나고 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다 할 수 있고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3 스트레스를 서로 서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아이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다르니 각 엄마들이 받는 심적인 충격은 큰데 그나마 이 모임에서는 서로 그런 이야기도 그냥 할 수 있다. 

다른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해를 못해 준다고 해야 하나? 

남들 눈에는 너무 멀쩡하고 잘 지내는 다꽁에 대한 걱정과 불만과 화를 토로하면 다꽁이 어때서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이 모임에서만은 어쩌겠니. 애들이 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엄마에게 푼다. 그래도 넌 참 잘 하고 있다. 이렇게 반을 서로 서로에게 하니 좋은거다. 

솔직히 엄마들도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중에도 나랑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괜찮지만 유독 나랑 맞지 않는 사람. 

물론 이런 부분들이 나만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괜한 혼자만의 땅굴파기 일 수 있다. 

상대는 아무런 생각 없이 여과 없이 그냥 말을 뱉어 내는 건데 그 말에 혼자 상처를 받고 있는 건 나이니까. 

나랑 다른 삶을 사는 언니. 

이 모임이 아니라면 나랑 접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언니. 

오로지 이 모임에서 만나서 인연을 이어 가는데 언니의 한마디가 한번씩 나에게는 상처가 된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있으니 나또한 언니에게 날선 반응을 가끔 하기도 한다.

물론 인신 공격은 못하지만 아니 안하지만 은근슬쩍 언니 말에 반박을 한다. 

사실 어제도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기 위해 이동을 했을 때 음료를 선택함에 있어서 언니가 살이 찐다 또는 이 시간에 단것 먹기 싫다 등등 말을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초컬릿 전문점. 

언니 그럼 차라리 다크 초컬릿 종류로 먹어라. 이것들이 오히려 열량은 다른 것들보다 더 낮을 수 있다 한마디 했다. 

나 또한 저녁을 많이 먹고 시간도 늦은 저녁 당분 잔뜩 들어간 음료를 마실 수 없지만 다크초컬릿으로 선택을 했다. 

다크 초컬릿 특성상 당분이 커피류를 사용한 혼합음료보다 당분이 적게 들어가니까. 

다행이 저녁을 많이 먹고 다크초컬릿 한잔을 마셨으면서도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그런 맥락으로 언니에게 이야기 했지만 언니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 언니는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인데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있었다. 

물론 주변에서도 언니 말이 조금 더 심하다 생각했는지 내 입장을 대변해 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언니 말은 그냥 내 가슴에 생채기를 냈으니까. 

정말 별 말 아니다. 그 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똑같은 내용으로 같은 말을 했다면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데 더운 날씨와 그 전부터 쌓여 있던 불만이 터져 올랐다. 

물론 모임에서 그 언니 외에도 다른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모른척 그냥 외면하고 앉았지만 집에 와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가는 모임에서 내가 따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과연 이 모임을 유지 할 필요가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단체 카톡방에서 나와 버렸다.

그리고 모임을 이끄는 다른 언니에게 문자를 했다. 모임에서 빠지겠다고. 늦은 시간임에도 언니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결론은 함부로 무조건 빠지는 건 아니고 아니 안되고 그냥 다음번 모임을 한번 빠지고 여유를 가지는 걸로 이야기되었다. 

2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인데 9월에는 추석이 있고 11월에는 아이들 수능이 있으니 10월에 보기로 했었다. 

10월 모임을 빠지고 나면 12월에 보게 된다. 

그때 다시 보자며 언니랑 통화를 끝냈다. 

가끔 아주 가끔 난 예민해 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웃고 넘길 수 있는 것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그런 시기. 이번이 그런 시기여서인지 아니면 정말 내 상처가 너무 커져버린건지 모르겠다. 


맨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아니 저 사진을 찍은 곳을 가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초원의 빛

W.워즈워드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 질 수록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 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 돌려진다 해도 서러워 말 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전혀 사진의 장소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시이다. 

그런데 왜 난 이 장소만 가면 초원의 빛이 떠 오르는지 모르겠다.

나만의 감성? 

사실 난 시를 정말 정말 싫어라 하는데. 

시와 수필은 정말 싫다. 작가의 감성을 무조건 받아 들여라 강요하는 것 같아서 난 싫다. 

그런데 저 장소만 가면 저 시가 생각 난다. 이건 무슨 모순인지.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