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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피곤한 주말에는 양푼이 비빔밥으로

by 혼자주저리 2018.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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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꽁이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주말은 나에게는 꽤 큰 스트레스다. 

물론 아이가 집에 오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 아이를 먹일 음식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때는 오로지 고기면 만사 오케이였던 아이였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구분 없이 고기면 다 잘먹던 아이. 

심지어 아침 일찍부터 삼겹살을 구워도 잘 먹는 아이였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에 접어들면서부터 고기가 싫다고 했다. 

아이때문에 항상 고기를 넉넉하게 구입해서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꺼내는데 싫은 내색을 한다. 

덕분에 아이가 집에 오는 주말이면 도대체 뭘로 아이 밥상을 차려야 하나 고민이 된다. 

항상 집에서 밥을 먹는 다른 식구들이야 그냥 있는 밥에 먹으면 되지만 주말에만 오는 아이는 꽤 스트레스다. 


지난 주말에도 저녁에 밥을 뭘로 차려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고기도 싫고 나물 반찬도 반복되면 싫고 마른 반찬은 더 싫다는 아이. 

거기다 집안에 음식냄새가 베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를 너무 쉽게 넘긴 아이는 지랄 총량의 법칙에 의거해 고2부터 지금까지 격렬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이의 감정때문에 그리고 주말에만 집에 온다는 조건때문에 아이는 우리집의 상전이 되었다. 

그리고 매 주 아이를 위한 밥상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만사가 귀찮은 주말.

나도 언젠가 하루쯤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난 주말이 그런 날이었다. 

몸살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그런날 설겆이도 하기 싫어 양푼이 비빔밥을 준비했다. 

반찬가게에서 기본 나물을 사 오고 집에 있던 버섯볶음 추가했다. 

처음으로 반찬가게를 이용한 날. 살짝 고민스럽기는 했다. 과연 맛이 있을까? 

집에 있는 양푼이중 가장 큰 것 하나를 꺼내서 밥을 깔고 나물을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더했다.

계란도 인당 하나씩 굽고 다른 그릇은 꺼내지 않고 숟가락만 꽂았다. 

양푼이와 숟가락 세개. 딱 그만큼.

설겆이거리는 밥을 한 압력밥솥과 양푼이 하나, 숟가락 세개. 

국을 끓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이대로 밥상도 펴지 않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저녁을 먹기위해 방에서 나온 아이의 표정이 환해진다. 

너무 재미있단다. 

방바닥에 그릇을 놓고 숟가락을 들면서 놀러 나온 것 같다고 좋아 한다.

한참 비빈 후 한 숟가락 크게 떴다. 

비빈 양품이가 지저분해 보여 모자이크 처리 했지만 역시 지저분해 보인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반찬 가게에서 산 나물도 나쁘지 않았다. 집에서 일일이 5종류의 나물을 다 하려면 손도 많이가고 시간도 많이 걸릴 텐데 가끔 한번씩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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