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문을 여니 온 집안에 기름냄새가 스며들어온다.
우리집에는 시작을 하지 않았어도 아침 일찍 음식을 시작한 집들이 있어 아파트 전체에 기름향이 진동을 하니 우리집까지 올라오는 것 같다.
제사가 있던 없던 집집마다 전을 부치고 튀김을 하고 나물을 준비하는 날.
오전 내내 기름 냄새를 맡으며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난 다음 기름 냄새를 피해 차에 올라 작천정으로 향했다.
가을이 시작이 되려는지 낙엽들이 길가에 쌓인다.
아직은 파란 나뭇잎들이 더 많은 날. 작천정은 호젓하니 좋았다.
봄에 벚꽃이 피면 요란하고 번잡스러워 오기가 불편한 곳인데 이날은 한적하니 시원했다.
길 가에 오래된 벚나무와 그 뒤에 어린 나무들.
작천정은 어느새 새로이 단장을 하고 있었다. 올 봄 친구들과 모임을 하면서 찾았을때는 축제기간이라 제대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었다.
저녁이고 했고 사람들에 밀려 들어갔다가 밀려 나오느라 주변을 볼 겨를이 없기도 했었다.
작년이었나 제작년이었나 기억에도 없던 그 때에는 잘 포장된 인도도 없었고 고목들이 둘러싼 길에 오래되어 울퉁불퉁해진 아스팔트 길이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공원마냥 정리가 잘 되어서 천천히 산책을 하지 좋았다.
돌담을 둘러싼 담쟁이도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계절은 역시나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이 길어지면서 봄과 가을이 있는 듯 없는듯 지나갔는데 올해는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처럼 기름 냄새를 피해 산책을 온 아주머니는 아주 순한 강아지 세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산책길에 만나는 강아지들이 저렇게 다들 순하면 좋을텐데 산책의 중반에 만났던 가족의 강아지는 왜 그리 사납게 짖어대는지.
코스모스가 무더기로 피었다.
예전에는 흔하게 봤던 코스모스도 요즘은 귀한것 같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화단에서 또는 도로가의 길에서 가끔 만나는 코스모스.
작천정의 코스모스는 그런 계획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인것 만 같다.
이 또한 누군가가 씨를 뿌렸을테지만 인공적이지 않아 더 마음이 끌린다.
낙엽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와 그 아래 코스모스가 확연한 가을임을 알려준다.
일상에 치여 가을을 느끼는 가장 큰 요소는 아침 저녁의 쌀쌀함이었다.
피부에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가을이구나 생각을 하게 하지만 작천정에서는 눈으로 가을을 즐겼다.
파란하늘, 흰 구름, 노란 단풍,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가을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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