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집으로 오면서 꽃기린과 이름 모를 꽃 화분을 가지고 왔다.
분갈이를 해야겠단다.
화분의 상태를 보니 이건 대략 난감의 수준은 벗어난 상황.
두 화분 모두 조카의 어린이 집에서 식목일 즈음해서 받은거라는데 꽃기린은 작년에 받은 거란다.
화원에서 판매하는 얇은 플라스틱 포트에 담긴채 이년을 지낸 꽃기른은 화분에 흙이 없다.
아이고 싶어서 동생에게 화분을 사 오라고 했다. 집에 있는 흙으로 분갈이 해 주겠다고.
그런데 어쩌다 보니 동생을 따라 다있는 가게로 갔다.
동생은 가볍고 크기가 큰 플라스틱 화분을 골랐고 난 그옆에서 구경하다 작은 다육 화분을 봤다.
예쁘네 라는 감상만 남기고 집에 와 동생 화분 분갈이 해 줬는데 그 작은 다육 화분이 눈에 삼삼하니 남는다.
우리집 쁘띠첼 푸딩 컵에서 3년 넘게 잎꽂이로 살아 남아 있는 다육이들에게 딱 맞을 것 같은 화분.
결국 꽂꼬핀을 사러 다있는 가게에 다시 간다는 동생을 따라 나섰다.
주변의 도움없이 혼자서 하다보니 중간과정 사진을 찍지 못했다.
완성하고 뒷 정리 후 찍은 사진.
다른 화분이 더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갔을때는 저 세가지 색의 화분 뿐이었다.
한개당 1,000원씩.
총 4,000원으로 제법 느낌이 좋은 화분을 들인 것 같다.
나란히 늘어 놓으니 꽤 예쁘다.
요즘 열일하는 다있는 가게.
작은 푸딩컵에 잎꽂이로 키워낸 아이들.
3년을 키웠지만 저 상태에서 더 이상 자라지도 않고 몸집을 키우지도 않든다.
이름도 모르고 내가 어디에서 꺽어온 잎인지도 모르는 저 다육이가 이제야 제대로 된 집을 찾았다.
가끔씩 다있는 가게에서 제법 예쁜 다육이 화분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다육이들도 분갈이를 해 줘야 할 텐데 이번 가을은 저 아이들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만사 귀차니즘의 도래로 인해 더 이상 일을 벌이기 싫다.
하지만 역시 예쁘다. 다육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다육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끓어 오르는 심화가 가라 앉는 느낌. 그래서 다육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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