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함께 부산 국제 시장 나들이를 갔다.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깡통시장의 매장 몇 군데를 돌아 보고 구하기는 했다.
그리고 엄마 티셔츠 몇장 선물로 줄 손수건 몇장 사고 점심 시간이라 식당을 찾았다.

깡통시장 골목을 걷다가 눈에 들어 온 식당이었다.
원조비빔당면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고 입구의 바닥에 적힌 글자를 보게 되면 홀리듯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메뉴는 콩국수 10,000원 냉국수 8,000원 콩국 7,000원 팥빙수 7,000원까지는 여름메뉴였다.
상시 메뉴는 비빔당면 8,000원 유부전골 8,000원 김밥 1줄 4,000원 물당면 9,000원 우동 7,000원 국수 7,000원 오뎅 7,000원
떡볶이 7,000원 단술(식혜) 3,000원 10,000원이었다.
엄마랑 나는 김밥 두줄, 콩국수 한그릇, 비빔당면 한그릇을 주문했다.


식당 안은 조금 정신 없이 이것저것 놓여진 상황이었다.
벽에 크게 메뉴가 사진과 함께 붙어 있었고 그 위의 장식장에는 자잘한 소품들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우리가 앉은 좌석 쪽의 벽에는 이 곳이 주인과 연예인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의 사진이 아주 많이 도배를 하듯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주인분이 트로트 가수를 하던 분인 듯 했는데 내가 트로트 쪽으로는 전혀 알지 못하니 사진을 봐도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친정 엄마도 잘 모르는 듯 해서 따로 물어 보지는 않았다.
트로트를 하신 남자분은 우리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식당으로 나왔는데 손님들에게 굉장히 친절한 편이었다.
말이나마 많이 드셔라. 부족하면 이야기 하시라. 등등 손님들에게 이야기 했고 주방에는 양 많이 주세요 등등의 멘트를 아주 큰 목소리로 날리셨다.
너무 과한 친절은 부담스러운데 이 분은 부담스럽지 않은 한계선의 맥스 바로 아래까지 선을 지켜서 적당히 기분 좋은 식사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김밥이 가장 먼저 나왔다.
김밥은 한줄에 4,000원인데 내용물을 보면 들어가 있는것이 거의 없었다.
단무지, 당근, 시금치로 추청되는 파란색 나물, 유부, 우엉이 다였다.
흔하게 넣는 계란이나 햄도 없는 김밥이었다.
밥 자체는 잘 지어서 질지도 고들하지도 않았고 간도 잘 맞았지만 이 한줄에 4,000원은 아마도 관광에 특화된 시장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기본 김밥으로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았지만 한 줄 4,000원이라는 금액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콩국수도 나왔다.
콩국수는 여름 메뉴라 먹고 싶었고 콩국을 직접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도 컸다.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남자 사장님이 다른 손님한테 우리집 콩국수 맛있다고 콩국물이 정말 좋다가 자랑하는 것도 들었는데 내 입에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일단 콩국물이 굉장히 진하기는 하다.
그런데 콩 100%로 만든 콩국물이라기 보다는 콩국가루를 섞은 콩국물이 아닐까 살짝 의심을 해 봤다.
콩만 삶아서 그 삶은 콩을 갈은 콩국물 특유의 고소함은 많이 적었고 콩국 자체가 껄쭉한데 살짝 까쓸거리는 식감이었다.
콩을 덜 갈아서 콩의 분태가 입안에서 씹히는 것이 아니라 가루가 입안에서 거슬리는 정도의 식감이었고 고소함도 적었다.
양은 충분히 많았지만 콩국이 아쉬운 곳이었다.



난 부산에 여러번 다녀왔고 국제시장과 깡통시장도 여러번 다녀 왔지만 비빔당면은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었다.
부산에 갈 때마다 이것저것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었지만 이상하게 비빔당면은 먹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식당에서 처음으로 비빔당면을 주문하고 먹어 보게 되었다.
처음 나온 모양은 데친 당면 위에 고명으로 사각어묵, 부추, 단무지채가 올라 갔고 그 위에 뻑뻑하게 만들어 진 양념간장이 있다는 정도였다.
재료들을 보니 딱히 어려운 것은 없어 보였고 아마도 양념간장이 이 음식의 주인공이 아닐까 추측을 하게 되었다.


나온 비빔당면은 잘 섞어서? 비벼서? 먹으면 된다.
비빔당면에는 어묵 육수가 따라 나오는데 육수는 진하고 맛있었다.
비빔 당면 자체는 왜 사람들이 부산에 오면 먹어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 하는지 모를 맛이었다.
당면과 고명을 양념간장에 비벼서 같이 먹는 음식인데 굳이 먹어 봐야 할 대표 음식 중 하나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맛이었다.
이 집이 맛집이 아닐 수도 있고 진짜 맛있는 곳의 비빔당면은 다를 수 있지만 처음 먹어 본 비빔당면은 그냥 그랬다.
부산 국제시장 또는 깡통시장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장이라서 그런지 그 곳의 식당(한 곳만 가 봤지만)은 관광지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고 맛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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