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를 넘겨서 들어 온 나하 공항 면세 구역은 길쭉한 모습이었지만 크지는 않았다.
면세점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특별히 눈이 가거나 쇼핑을 할 만한 곳도 없었고 편의점도 없었다.
푸드 코트 같은 곳도도 있었지만 매장이 다양하지는 않고 식당이 두곳 정도 있었는데 8시간 넘게 이 곳에서 버티려니 정말 힘들었다.


탑승구 옆 의자에 앉아서 비행기가 정비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이러다가 짐이 비행기에서 빠지는 건 아닌지 하는 그런 불안함으로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방송이 들렸다.
이스타 항공에서 밀 쿠폰을 나눠 준다는 내용이었다.
한번밖에 없는 경험이지만 밀쿠폰을 나눠 줄 때 늦게 받으면 식당에 음식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더라.
예전 김해 공항에서 진에어로 오키나와로 오려고 할 때 2시간 지연되었고 그때 나눠 준 밀쿠폰을 받아서 해당 식당에 갔더니 사람이 많아 시간이 지난 다음 음식을 먹기 위해 늦게 갔다.
그때 음식이 다 떨어져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그래서 이 때 방송을 듣자 말자 바로 카운터로 가서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고 밀쿠폰을 수령했다.
1인 한장의 밀쿠폰이 나오는데 예상과 같이 천엔 짜리였고 사용처는 지정이었다.
출국 심사 전이라면 몇군데 이용이 가능 하지만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 구역 내에서는 한 곳의 식당만 이용이 가능했다.

밀 쿠폰에 적힌 식당으로 향했다.
푸드코트처럼 되어 있지만 딱 두곳의 식당만 운영하는 곳이었다.
밀 쿠폰에서 지정 한 곳은 위 사진에서 갈색의 간판으로 된 Ranen & Takoyaki george 한 곳이었다.
밀쿠폰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도 두 곳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사람들은 많은 편이었다.
테이블도 비어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 벽을 향해 붙어 있는 바 스타일의 테이블을 잡을 수 있었다.


밀쿠폰을 사용 할 수 있는 곳은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았다.
흰밥 한 팩 500엔, 카레빵 390엔, 타코야끼 4알 700엔, 규슈 돼지뼈라멘 1,400엔, 식물성 라멘(야채라멘) 1,400엔, 고소한 참깨향의 매운 돈코츠 라멘 1,700엔이었다.
주문 카운터에 가면 야채 라멘은 품절이 붙어 있어서 라멘 중 돈코츠 라멘이나 매운 라멘 중 선택이 가능했다.
라멘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다른게 먹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렇다고 타코야끼 4알에 700엔은 조금 과 한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타코야끼가 알이 조금 굵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끼니도 안 될 것 같고 밀쿠폰으로 먹기에는 카레빵도 추가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애매했다.
끼니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밀쿠폰 1,000엔에 700엔을 보태서 매운 라멘을 주문했다.


카운터 옆 공간에는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었고 인스턴트 라멘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치란처럼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인듯 한데 제대로 살펴 보지 않았다.
음료수는 자판기보다 조금 가격이 더 있는 듯한 느낌적 느낌인데 캔 음료가 아닌 PET병에 든 음료들이라 가격이 조금 센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면세구역으로 들어왔을 때 음료수 하나를 자판기에서 뽑아서 마시고 조금 있다가 비행기를 탈 것 같아서 그 병을 버렸었다.
그 뒤에 지연 소식이 들리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결국 음료수 하나를 더 뽑아서 마시고 면세 구역에서 있는 기나긴 시간동안 음수대에서 물을 받아서 마시면서 버텼다.

주문한 매운 돈코츠 라멘이 나왔다.
육수에 기름층이 꽤 두껍게 올라가 있었고 차슈랑 이런 저런 고명들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었다.
매운 라멘이라고 해도 일본의 매운 맛은 우리 입맛에 맵지 않으니 큰 기대는 없었지만 육수의 붉은 색이 매운 고추가루 보다는 붉은 된장을 사용한 듯한 느낌이었다.
매운 맛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고 라멘을 먹기로 했다.


맛은 평범했다.
예상대로 매운 맛이라고 해도 매운 맛은 거의 못 느꼈고 진한 돈코츠 육수가 특유의 감칠맛이 있었다.
간은 쎈 편이었고 돈코츠 특유의 잡내는 거의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었던 것은 고명으로 올라간 삶은 계란이지 싶다.
반숙으로 너무 잘 삶아 놔서 고소한 계란의 맛이 좋았다.
짠 라멘에 계란 한입이 딱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짠 라멘을 먹고 나니 뭔가 계속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많이 먹고 와서 그런지 라멘을 먹을때도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밀쿠폰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 라멘을 먹었는데 라멘이 짜기도 짰고 좁고 할 일 없는 면세구역에 계속 갖혀 있으려니 심적으로 허전했다.
할일이 없어서 면세점을 기웃 거리다가 오니기리 닮은 김밥을 찾았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심적으로 뭔가 허전해서 저 사각 김밥을 사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정말 대단했다.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빽 해서 되돌아 가기를 두어번 했다가 그냥 구입하기로 했다.
두 종류가 있었고 가격은 동일하게 하나에 460엔이었다.

붉은색 스티커는 맨타이코였고 파란색 스티커는 참치마요 였다.
사진상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이기는 했는데 일단 두 종류였고 멘타이코나 참치마요나 무난한 맛이라서 하나씩 골랐다.
면세구역에서 음식에 쓴 돈만 해도 밀쿠폰 1,000엔을 제외하고도 700엔에 460엔 두개이니 1,620엔을 더 사용했다.
생각해 보니 오니기리 구입한 영수증을 받아서 여행자 보험에 청구를 할 껄 그랬나 싶기도 하네.
만오천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오니기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라멘 먹었던 것만 생각하고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네.
다음에는 서류 한번 챙겨 봐야 할 것 같기는 하다.


명란이랑 참치 마요라고 되어 있지만 맛은 딱히 다른 부분을 못 찾았다.
둘다 슬라이스햄 한 조각, 계란전 한 조각이 같이 들어있었고 참치 마요와 명란이 들어가 있는데 둘의 구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맛은 이게 무슨 그정도 금액이냐고 버럭 할 정도의 맛이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것일 지도 몰랐다.
현지의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200엔대의 오니기리가 맛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았다.
나처럼 하루 종일 면세 구역안에 갖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사 먹어 보지 않아도 될 오니기리였다.
그나저나 오니기리 영수증을 챙기지 않은 것이 지금에서야 굉장히 아쉽게 생각되네.
면세 구역에 있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여행자보험 청구 서류들.
다음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만약 다시 발생 한다면 꼭꼭 챙겨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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